[편집자 레터] 마음을 다해 믿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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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의 기적’에 대한 뉴스를 보면서 정채봉(1946~2001)의 동화 ‘오세암’을 떠올렸습니다.
눈발이 나비처럼 날리는 날, 한 스님이 고아 남매를 거둡니다. 앞 못 보는 누나 이름은 감이, 대여섯 살쯤 된 동생은 길손이. 얼마 후 스님은 길손이를 데리고 깊은 산속 관음암으로 떠나지요. 스님이 수련에 몰두한 새, 심심했던 길손이는 골방에서 관세음보살 탱화를 발견하고 그림 속 보살의 미소가 마냥 좋아 ‘엄마’라 부르게 됩니다.
어느날 스님은 길손이만 두고 장을 보러 갑니다. 무섭거나 어려운 일이 생기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부르라 당부하고요. “그러면 관세음보살님이 오셔?” 묻는 길손이에게 말하지요. “네가 마음을 다하여 부르면 꼭 오시지.”
공교롭게도 폭설이 쏟아집니다. 길손이가 걱정돼 설산을 헤매다 실신한 스님이 다시 암자에 오른 건 한 달하고 스무날째가 되던 날. 암자에 가까워 오자 “관세음보살” 외는 어린아이 목소리가 들립니다. 죽었을 거라 생각한 길손이가 나타납니다. “엄마가 오셨어요. 배가 고프다 하면 젖을 주고 나랑 함께 놀아주었어요.” 뒷산 관음봉에서 흰옷 입은 여인이 내려와 길손이를 품에 안으며 말합니다. “이 어린아이는 변하지 않는 마음으로 나를 불렀다. 과연 이 아이보다 진실한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이 아이는 이제 부처님이 되었다.” 다섯 살 아이가 부처가 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해서 암자는 이후 ‘오세암(五歲庵)’이라 불리게 되지요. 정채봉은 설악산 오세암에 전해 내려오는 조선 시대 전설을 동화로 다시 썼습니다.
한 치의 의심 없이 관세음보살을 부른 길손이처럼, 봉화의 광부 박정하씨는 동료들이 꼭 구하러 올 거라 믿었다지요. 마음을 다해 믿는 힘. 그것이 바로 기적인가 봅니다.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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