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잃은 기하학자는 어떻게 슬픔을 극복했나
정상혁 기자 2022. 11. 12. 05:45
수학의 위로
마이클 프레임 지음ㅣ이한음 옮김ㅣ디플롯ㅣ264쪽ㅣ1만7000원
“나는 기하학이 상실감을 이해하는 방식에 관한 통찰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기하학은 점·선·면 등 공간의 성질을 연구하는 학문이자 세계를 모형화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프랙털(Fractal) 구조를 들여다보자. 한 부분이 전체와 똑같은 모양으로 반복되는 패턴으로 이를 ‘자기 유사성’이라 한다. 비탄, 그러니까 불가역적 상실의 슬픔 역시 ‘자기 유사성’을 지닌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종류의 차이는 없”기 때문이다. 이제 부분 비탄이 모여 전체를 이루는 구조를 떠올려보자. 이 “관조” 과정이 “비탄의 칼끝을 무디게 할” 것이다.
책의 원제는 ‘비탄의 기하학’(Geometry of Grief)이다. 예일대 교수를 지낸 저자가 부모와 친지를 잃고 느낀 비탄의 기억을 공유하면서, 이를 완화하려 전공인 기하학을 도구로 세상을 다시 바라보고자 했던 고백적 에세이다. “한발 뒤로 물러서 상심의 한가운데 있는 나 자신을 보는 게 고통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됐을까? 그렇다, 조금은.” 의외로 수학보다 미술·문학·영화 등 인문학적 인용이 더 잦다. 목적은 수학이 아니라 위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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