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직장인 A씨의 출근길…"'전장연' 체크·손잡이 전쟁이 일상인 삶"[청년이 바꾼다-교통]⑤

금준혁 기자 2022. 11. 12.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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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산-서울 종로 지하철로 출근해보니…1시간40분을 출근길에서
지하철 타자마자 전장연 시위부터 확인…실제 출근은 예상보다 20분 늦어져

[편집자주] 20·30세대는 우리 사회의 건전한 주축이자 새로운 에너지의 원동력입니다. 청년재단과 <뉴스1>은 청년들이 제시하는 사회의 문제점과 정책 제언을 정부에 전달하고자 합니다. 청년의 하루가 시작되는 교통에서부터 시작합니다. 2030의 다채로운 아이디어가 더욱 살기 좋은 세상을 이끄는데 큰 디딤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정동훈(가명·33)씨가 출근길에서 휴대전화를 바라보고 있다 2022.11.11/뉴스1 ⓒ News1 금준혁 기자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저녁이 있는 삶에 훨씬 가까워진 기분이 듭니다."

정동훈(가명·33)씨는 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에서 안산으로 이사 온 지 채 한 달이 안되는 '안산 새내기'입니다. 정씨가 안산 반월역 인근으로 이사를 오게 된 계기는 그의 말처럼 '저녁이 있는 삶'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11일 오전 7시30분 안산에서 서울 종각으로 출근하는 정씨를 반월역 인근에서 만났습니다.

오전 7시32분 정씨가 지하철을 탄 시각에 지도앱에 종각역 경로를 계산해보니 정확히 1시간4분이 나왔습니다. 이날 정씨가 탄 열차는 비교적 한산했습니다. 비록 자리는 없었지만 손잡이는 경쟁 없이 잡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왼손잡이인 정씨는 오른손으로는 손잡이를 잡고 익숙하다는 듯 가방을 앞으로 돌려 메고 양팔을 가방에 기대며 다른 한 손으로 폴더형 휴대전화을 열었습니다.

그가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페이스북이었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는데요. 정씨가 타는 4호선은 전장연 시위가 특히 잦은 노선입니다. 정씨는 "지연될 수 있을 것 같네요"라고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그에게는 전장연 시위도 서울살이의 일부가 된 것입니다.

그리곤 지도앱을 캡쳐해서 메신저앱으로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정씨는 "월요일 아침에는 사당부터 막혀서 10시쯤에 도착했는데 그때 이후로 4호선을 이용하는 팀원들끼리 상황을 공유한다"며 "이쪽라인이 막히니 주의하시라는 메시지를 보낸다"고 했습니다.

정동훈(가명·33)씨가 휴대전화 화면을 보이고 있다 2022.11.11/뉴스1 ⓒ News1 금준혁 기자

반월역에서 한산했던 지하철은 산본, 금정, 평촌 그리고 정부과천청사역을 지나자 금새 사람이 가득 찼습니다. 그래도 오늘 정씨는 비교적 빠르게 앉을 자리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정씨는 평소 자리에 앉아서 갈 확률이 반반이라고 말했는데 일곱 정거장 만에 앉게된 셈입니다.

오전 7시30분에 반월역에서 출발한 열차는 오전 8시14분이 돼서야 남태령역을 지나갔습니다. 경기도에서 서울을 넘어오는 데만 44분이 걸린 것입니다.

그 사이 정씨의 눈꺼풀도 점점 무거워졌습니다. 앞으로 맨 가방에 얼굴을 묻고 팔로 가방을 감싸며 휴대전화를 쥔 왼손과 나머지 오른손을 포갠 정씨의 몸이 앞으로 쏠리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감은 눈은 몸이 앞으로 쏠릴 때마다 본능적으로 떠졌고 이내 다시 감겼습니다. 느슨하게 쥔 휴대전화도 떨어질듯 말듯 아슬아슬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오전 8시29분쯤 신용산을 지나던 열차는 결국 전장연 시위로 인해 멈추어 섰습니다. 졸음이 달아난 정씨는 앞으로 맨 가방을 무릎 위에 얹고 팔을 기댔습니다.

다행히도 열차는 2분 만에 이동을 재개했습니다. 정씨는 "물론 시위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직장인 입장에서 지각하는 것이 좋은 일은 아니다"라며 "예민한 사람들은 안내방송이 나오자마자 욕설을 내뱉는 분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전 8시36분, 지도앱에서 1시간4분이면 도착할 것이라던 종각역은커녕 1호선도 갈아타지 못했습니다. 2분이 지나서야 서울역에서 내렸고 1호선으로 갈아타는 데 5분이 또 걸렸습니다.

오전 8시49분이 돼서야 종각역에서 내린 정씨가 회사 입구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8시54분입니다. 이날 정씨는 출근에 1시간25분을 쓴 것입니다. 정씨가 7시15분 집에서 나왔다는점을 고려하면 출근에 1시간40분을 사용했습니다.

정씨는 그럼에도 안산으로 이사하며 단축된 출퇴근 시간 30분으로 삶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말합니다. 정씨는 "이전에는 퇴근 후에 어떤 일을 할지 하나만 선택해야 했었는데, 이제는 한층 더 여유로워진 기분이다"고 했습니다.

앞으로도 직장이 있는 서울과 더 가까운 지역으로 이사할지도 모릅니다. 지난해 10월 결혼한 정씨에게 이번 안산이 두 번째 집입니다. 정씨가 동탄에서 이사를 결정한 이유도 기나긴 출근길에 지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는 "단순히 물리적으로 가까운 지역보다는, 교통 인프라 등 실질적인 접근성이 가까운 지역을 꼼꼼히 확인하고 이동할 것 같다"고 전하며 출근길을 마무리했습니다.

정동훈(가명·33)씨가 출근하고 있다 2022.11.11/뉴스1 ⓒ News1 금준혁 기자

rma1921k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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