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도서관] 배고프다는 동생들 앞에서 누나는 왜 물만 끓였을까요
우리 가족 최고의 식사!
신디웨 마고나 지음 | 패디 바우마 그림 | 이해인 옮김 | 샘터 | 40쪽 | 1만4000원
“도대체 언제 밥 먹는 거야? 배고프단 말이야!” 떼쟁이 동생들이 투덜댔다. 강아지 상고의 귀도 축 늘어졌다. 큰 누나 시지웨는 마음이 무겁다. 엄마가 편찮으신 할아버지를 돌보러 떠나 있는 동안, 집 안에 음식이 똑 떨어져 버렸다.
시지웨는 부엌으로 들어가 버너에 불을 켰다. 커다란 냄비 하나를 꺼내 얹은 뒤 물을 붓고 젓기 시작했다. 동생들은 신나서 춤추며 소리를 질렀다. “와! 이제 곧 먹는 거지?” “그럼, 식탁을 차리렴.” 누나는 동생들을 달래며 계속 물을 저었다. 동생들이 한 명씩 졸기 시작했다. 잠꾸러기 시사가 먼저 가늘게 코를 골았다. 쌍둥이 막내 노시사도, 떼쟁이 룬투와 막내 린다도 차례로 잠이 들었다.
큰누나 시지웨는 조용히 버너를 껐다. 비어 있을 냄비 안은 들여다보지 않았다. 그리고 혼자 기도했다. “오늘 희망의 선물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은 다른 걸 보내주시면 안 될까요? 제발요!” 시지웨의 간절한 기도가 하늘에까지 들린 걸까. 다음 날 아침, 시지웨와 동생들은 뜻밖의 선물을 받게 된다.
매일 먹는 음식의 소중함, 여전히 세상에 가득한 배고픈 아이들의 존재를 되새기게 하는 이야기. 시지웨와 동생들이 사는 곳은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15㎞쯤 떨어진 구굴레투 마을이다. 악명 높은 흑백 분리 정책 아파르트헤이트 시기, 도시에서 쫓겨난 흑인들이 모여 살던 빈곤 지역이다. 유니세프는 세계 10억명의 아이들이 적절한 영양소를 담은 음식이나 깨끗한 물을 공급받지 못할 수준의 가난에 고통받는 것으로 추산한다. 밥투정 반찬 투정 하는 아이와 함께 읽어도 좋겠다.
시인 이해인 수녀가 번역했다. 쓰인 단어들과 문장이 시처럼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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