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선의 뇌가 즐거워지는 과학] 치매에 걸린 칸트는 어떤 대접을 받았을까
2021년 기준 대한민국의 치매 환자는 80만명이 넘었고, 2041년까지는 200만명이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적으로는 10명 중 1명, 그리고 85세 이상에서는 3명 중 1명 이상이 치매를 앓는다. 뇌의 지능과 학습, 언어 능력이 퇴화하며 서서히 자아와 기억을 잃어가는 증상으로 알려져 큰 두려움의 대상인 치매는 아직 근본적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며 완벽한 치료는 불가능한 상태다.
통계와 데이터 기반으로 치매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와 가족이 실제로 진단받았을 때의 경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치매는 본인뿐 아니라 가족과 지인들에게도 아픔과 부담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젊은 뇌과학자 온조 아야코는 어머니가 치매 진단을 받고 나서 느끼고 경험한 이야기를 ‘뇌과학자의 엄마, 치매에 걸리다’(지호)라는 책에 담았다.
책에는 과학자로서 질병을 바라보는 객관적 시점과 엄마의 정체성이 서서히 변해가는 과정을 아파하는 딸의 주관적 시점이 모두 담겨 있다. 치매 환자가 보이는 증상 중 대표적으로 가족이 힘들어하는 것은 ‘배회’와 ‘공격성’이라고 한다. 온조는 이 부분을 의학적 증상만이 아닌 조금 다른 시각으로 풀어낸다. 치매 환자는 ‘내가 더 이상 나 자신이 아니게 되는 것일까?’라는 큰 두려움을 갖는데, 잦아지는 일상의 실수와 자신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이 감정적 상처가 되어 이런 증상을 심화시키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실제로 치매 환자들이 이름과 장소를 더 이상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감정 기억과 사회성은 오래도록 남는데, 더 이상 자신을 존중해주지 않고 문제 있는 존재로 여기는 시선이 환자의 불안을 더 키우며 큰 상처가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까지 ‘사람다움’을 지켜주기 위해 주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온조는 말년에 치매에 걸린 철학자 칸트를 예로 든다. 사교적이고 유머가 넘쳤던 칸트도 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의사 소통이 힘들어지는 증상을 보였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를 여전히 존경하고 예전과 똑같이 받아들여주었다는 것이다. 환자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것이 치매 증상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무엇을 잊어버렸고 무엇을 하지 못하게 되었든 상관하지 않고 여전히 한 사람으로서 사랑받고 존중받을 권리가 있지 않으냐고 온조는 말한다. 엄마의 사고와 기억 능력보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본질에 가깝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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