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미룬' 조유민-'벤투 호평' 윤종규-'벼락치기' 송민규... 카타르 갈까[대표팀 오늘은]

김성수 기자 2022. 11. 1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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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마지막까지 알 수 없다. 카타르행이 유력하다고 볼 수 없지만 끝까지 좋은 모습을 보이려 노력했다. 최종 명단 발표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까지도 감독의 머리를 아프게 할 만한 선수들이 셋이나 있다.

왼쪽부터 조유민, 윤종규, 송민규. ⓒKFA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은 11일 오후 8시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아이슬란드와의 친선경기에서 전반 33분 송민규의 득점으로 1-0 승리를 거뒀다.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펼쳐진 마지막 평가전이었다.

유럽파 선수들이 소집되지 않은 이날 경기에는 국내파 선수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 이 중에는 최종 명단 발탁이 유력한 선수들도 있지만 당락에 기로에 서 있는 이들도 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아이슬란드전에서 기회를 잡으며 끝까지 벤투 감독의 머리를 아프게 할 선수들이 있었다.

조유민(대전 하나시티즌)은 대표팀 중앙 수비수 경쟁에서 앞서 있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주전 중 한 자리는 김민재(SSC 나폴리)가 사실상 예약해놓은 상태에서 그의 파트너 자리 경쟁이 치열한 상황. 2014, 2018 월드컵을 경험한 김영권이 가장 유력하지만 또 다른 해외파 권경원(감바 오사카)에 이어 박지수(김천 상무), 조유민이 꾸준히 벤투호에 이름을 올려 3옵션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추세였다.

그리고 이날 벤투 감독이 2022년 첫 스리백을 들고 나왔을 때 권경원-김영권-박지수가 선발로 나섰고 조유민은 벤치를 지켰다. 중앙 수비수를 셋이나 선발 출전시키는 상황에서 교체 명단에 포함되며 전망에 그림자가 드리우는 듯했던 조유민이다.

하지만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전반 38분 박지수가 발목을 다쳐 들것에 실려 나가는 악재가 발생했다. 상대와 공중볼 경합을 하려고 뛰는 순간 왼쪽 발목이 심하게 돌아갔다. 의료진이 들어와 상태를 확인한 후 팔로 X자 사인을 내며 더 이상 경기를 뛸 수 없음을 알렸다. 박지수는 들것에 실려 나갔고 조유민이 교체 투입됐다.

조유민은 이후 안정적으로 역할을 수행하며 무실점 승리에 보탬이 됐다. 갑작스레 찾아온 기회를 잘 잡아내고 박지수가 경기를 바로 재개하지 못하는 부상을 당한 상황. 수비 자원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유민의 카타르행 열차 승선 가능성이 조금은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경기 후 믹스드존에서 만난 조유민은 "올해가 마지막을 향해 가는 순간에 제일 중요한 기회가 내게 왔으면 좋겠다. 결혼식까지 미뤘다는 게 내 간절함을 잘 표현하고 있다"며 카타르 월드컵을 향한 의지를 불태웠다.

조유민. ⓒKFA

윤종규(FC서울)는 최근 벤투호의 새로운 우측면 수비수 옵션으로서 급부상한 존재다. 2014, 2018 월드컵을 경험한 베테랑 이용(수원FC)의 대표팀 승선 가능성이 멀어진 가운데 김태환(울산 현대), 김문환(전북 현대), 윤종규가 오른쪽 측면 수비수 자리를 놓고 다투는 형국이다. 올 시즌 세 선수 모두 소속팀에서 안정적인 활약을 한 만큼 누가 1옵션 자리를 꿰찰지 쉽사리 예측하기 힘들다. 물론 김태환, 김문환이 국가대표 경력에서 앞선다. 하지만 9월 23일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서 윤종규가 우측 풀백으로 출전해 전반 28분 황희찬의 골에 도움을 기록하는 등 큰 활약으로 경쟁력을 입증했다.

그리고 이날 아이슬란드전에서 오른쪽 측면 수비수 자리에 선발로 나선 것은 다름 아닌 윤종규였다. 60분간 활약한 뒤 김태환과 교체됐고 경기 후 벤투 감독으로부터 "기술이 좋고 빠르며 최근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한 것이 사실"이라는 호평을 들었다.

마지막 송민규(전북 현대)는 셋 중 가장 발탁 가능성이 낮은 자원이었다. 송민규가 뛰는 측면 공격수 자리는 유럽파로는 손흥민, 황희찬, 정우영은 물론 이강인까지, 국내파로 엄원상, 권창훈, 나상호에 올 시즌 K리그1 영플레이어상을 받은 양현준 등 대표팀에서 뛰어난 자원들이 가장 넘쳐나는 곳이다. A매치에서 단 한 골도 기록하지 못하고 있던 송민규로서는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았다.

그렇게 월드컵 전까지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는 듯했던 송민규는 이날 아이슬란드전에서 A매치 13경기 만에 데뷔골을 터뜨리며 그간의 답답함을 날려보냈다. 전반 33분에 권창훈이 박스 안 우측으로 파고드는 조규성에게 깔끔한 왼발 패스를 건넸다. 조규성은 침착하게 공을 한 번 접어 상대 수비를 속이며 공간을 확보했다. 이어 반대편에 있는 송민규를 바라보고 정교한 왼발 크로스를 건넸고 송민규가 이를 멋진 헤더로 연결해 아이슬란드 골망을 갈랐다. 그리고 이날의 결승골이 돼 출정식 승리를 이끈 송민규의 득점이다.

경기 후 믹스드존에서 송민규는 "골이 더 일찍 터졌으면 하는 아쉬움과 월드컵 전에 터져서 다행이라는 감정이 함께 있다. 월드컵 최종 명단에 뽑힌다면 가족들과 함께 굉장히 기뻐할 것"이라고 전했다.

송민규. ⓒKFA

물론 이 세 명의 이날 활약이 카타르행 열차 탑승에 결정타를 날렸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최소한 출정식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벤투 감독에게 마지막까지 가능성을 어필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이들의 이름이 오후 1시 발표되는 카타르 월드컵 최종 명단에 오를 수 있을 지도 흥미로운 관심사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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