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물가 둔화에 환율 급락‧증시 급등…시장 기류 반전?
원·달러 환율 59.1원↓…기록적 급락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상승세…코스피 3%대 급등
추세 반전 '변곡점'일까…'신중론' 여전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세 둔화와 맞물려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줄여나갈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하면서 그간 짓눌려있던 시장 심리가 반전되는 모양새다. 11일 원‧달러 환율은 14년 만에 최대폭 하락을 보였고, 코스피 지수는 전날 대비 3% 이상 급등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눈 여겨 봐야 할 변화는 맞지만, '아직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때'라는 취지의 조언도 적지 않다.
美 금리인상 속도조절론 부각…달러 가치 급락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377.5원)보다 59.1원 급락한 1318.4원에 마감했다. 2008년 10월 30일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전날 미국 노동부는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보다 7.7% 올랐다고 발표했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긴 하지만, 9월 상승률(8.2%)은 물론 시장 예상치(7.9%)도 하회하는 수준으로 둔화된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대로 내려온 것도 올해 2월(7.9%)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뺀 근원 CPI도 1년 전보다 6.3% 올랐는데, 이 역시 9월 상승률(6.6%)과 시장 예상치(6.5%)를 모두 밑도는 수준이다.
눈에 띄는 물가상승률 둔화는 연준이 금리인상폭을 줄여나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었고, 달러 가치 하락으로 연결됐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앞서 4연속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밟아왔던 연준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선 빅스텝(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상폭을 줄일 것이라는 예상이 85.38%로 이날 반영됐다. 하루 전 56.77% 대비 크게 상승한 것이다.
내년 최종금리 전망도 연 5.0~5.25% 우세에서 연 4.75~5.0% 우세로 하루 사이 하향 전환 됐다. 내년 상반기 중에 0.25%포인트씩 두 번만 추가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뒤 인상을 멈출 것이란 시각이다. 페드워치는 기준금리인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의 가격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장 참가자들이 판단하는 통화정책 확률을 추산한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10선에 머물다가 물가 발표 이후 급락해 107선까지 하락했다.
中 코로나 정책 완화 기대에 아시아 증시도 '활짝'
물가‧금리 공포에 짓눌려있던 투자심리에 불이 붙으면서 글로벌 주식시장엔 훈풍이 불었다. 간밤 미국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70%,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5.54% 올랐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7.35% 급등하며 2020년 3월 이후 최대폭 상승을 기록했다.
국내 주식시장도 외국인‧기관 매수세가 확대되며 상승세를 탔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80.93포인트(3.37%) 급등한 2483.16에 마감했다. 작년 2월 25일(3.5%) 이후 최대폭 상승이다.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 완화 기대도 달러 가치 하락과 아시아 증시 강세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중국 보건당국은 같은 날 해외 입국자의 시설 격리 기간을 종전 10일에서 8일로 줄인다고 발표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7.74%나 뛰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통화에서 "시장이 기대하는 피봇(전환)엔 크게 3가지가 있었는데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현상과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그것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3고 둔화와 중국 정책 전환 가능성을 담은 소식은 물론, 러‧우 전쟁과 관련해서도 평화협상 전망이 외신을 통해 고개를 들고 있는 만큼 "(시장) 상황이 전환되는 국면이라고 볼 만 하다"고 평가했다.
지금이 투자 적기?…'신중론' 다수
다만 지금이 투자 적기인지를 두고는 여전히 신중론이 많다. 정 팀장은 "금융장세가 올 때 주의해야 할 건 변동성이 크다는 것으로, 부화뇌동해선 투자자 입장에서 봤을 때 혼란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추세 전환이라고 보기에는 여전히 변수가 많다'고 조언했다. 정 연구위원은 "시장이 추세적 상승세로 돌아서려면 통화정책 또는 경기 방향 가운데 하나는 바뀌어야 가능하다"며 "지금 통화정책 강도 완화 기대감이 있지만, 정책 방향이 바뀌었다고 볼 순 없다. 경기도 아직 둔화 국면이고 전환 조짐을 보이고 있는 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시장 반등폭이 크고, 심리가 과열될수록 12월 FOMC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등의 코멘트가 훨씬 더 매파적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며 "극한 상황은 지나갔을 수 있지만, 추세 전환이라고 판단하기엔 아직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김성근 연구원도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가 변하지 않는 이상, 경기 침체 가능성은 더 고조될 것이고, 기업 이익의 하향 조정 흐름도 지속될 전망"이라며 "시장 상승 흐름이 조금 더 이어질 수 있겠지만, 연준에 대한 경계심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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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성완 기자 pswwa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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