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스트리머 "당장 떠나진 않지만 무작정 기다릴 순 없다"

최은상 기자 2022. 11. 12.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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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스트리머, 동시 송출 및 다시보기 채널 운영 등 자구책 모색 중

트위치에서 최고 화질 하향에 이어 VOD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지만 주요 스트리머들은 당장 플랫폼을 이전하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스트리머와 시청자 모두에게 불편함을 주는 상황이 길어지거나 추가 악재가 터지면 잔류를 장담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트위치는 11일 한국 서비스에서 클립, 이전 방송, 하이라이트, 업로드된 콘텐츠 등을 포함한 VOD 기능 중단을 발표했다. 지난 9월 망 사용료 관련 법안이 통과된 이후 비용 부담을 이유로 한국에서 최대 해상도를 1080p에서 720p로 낮춘 것과 같은 배경이다. 

통신사와 콘텐츠 사업자 간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 중인 가운데, 그 피해와 불편은 고스란히 스트리머와 시청자가 짊어지고 있다. 라이브 스트리밍에서는 생생함이 사라졌고 곧 다시보기와 클립마저 볼 수 없게 된다. 

다수의 스트리머들은 유튜브 '다시보기 채널' 개설로 자구책을 마련 중이다. 그래도 대안이 없는 기능이 있다. 바로 '클립'이다. "시청자가 방송인에게 남겨주고 싶은 소중한 순간"이라고 클립을 표현한 명예훈장은 매우 아쉬운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스트리머들이 트위치를 쉽게 옮기지 못하는 이유는 플랫폼 별 시청자의 성향이 크게 다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쟁 플랫폼인 아프리카TV는 트위치 시청자들과 비교했을 때 주로 즐기는 게임부터 플랫폼 문화까지 천양지차다. 

그러다 보니 각 플랫폼 시청자들은 소위 '찐팬'이 아니라면 쉽게 이동하지 않는다. 스트리머 역시 플랫폼 이동에 따른 리스크를 짐작할 수 없기에 쉽사리 보금자리를 옮기지 못한다. 

풍월량, 러너, 우왁굳, 한동숙 등 트위치 네임드 스트리머들은 방송에서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며 잔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시보기 채널 운영 등 향후 방송 운영에 대한 세부적인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지금보다 더 제한적인 상황이 오기 전까진 기다려보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인터넷 방송 생태계가 대격변을 맞이한 만큼 많은 이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이번 사태에 가장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스트리머들은 트위치 정책 변화에 대한 생각과 향후 활동 방향을 허심탄회하게 들려줬다.

 

한동숙 "트위치라는 플랫폼 신뢰가 크게 흔들린 상황"



스트리머 한동숙 (구독자 32만 명)

스트리머 입장에서 720p 화질 제한이 생긴지 얼마 지나지 않아 VOD 기능 중단이 된다는 점이 매우 당황스럽다. 트위치라는 플랫폼의 신뢰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720p 화질 제한 당시에는 당일 통보였지만, 이번에는 사전 예고를 해줬다는 점에서 조금은 마음의 준비와 현실적 대비를 할 수 있다. 



방송하기 좋은 상황은 아니다. 720p 화질 제한은 라이브 스트리밍에 매우 치명적인 상황이다. VOD 업로드 중단 역시 유튜브 영상 관리 측면에서 악영향이 크다. 풀 영상 업로드 채널을 계속 운영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트위치에서 바로 영상 소스를 받아 업로드했다면 이제는 통째로 방송을 녹화하는 등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해서 매우 심란하다.



플랫폼 자체를 당장 옮길 생각은 없다. 하지만 라이브 720p 화질 제한이 장기화되거나 지금보다 라이브 스트리밍에 더 제한적 상황이 온다면 그때는 불가피할 것 같다.  



명예훈장 "소중한 순간을 남길 수 없다는 사실이 가슴 아파"



스트리머 명예훈장 (구독자 36만 명)

요즘 들어 트위치가 계속 아프다. 나는 트위치, 아프리카, 유튜브 등 3사 동시 송출하고 있다. 또한 다시보기를 꾸준히 유튜브에 업로드 하고 있어 이번 사태에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방송이 끝나고 좋아하는 스트리머의 방송을 다시 볼 수 없어졌고 시청자분들과의 소중한 순간인 클립마저 남길 수 없게 됐다. 너무 안타까운 상황이다. 스트리머들도 마냥 이 상황을 언제까지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참 어렵다.  



나뿐 아니라 대부분의 스트리머들이 유튜브 다시보기 채널을 운영하거나 동시송출을 병행해 방송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기존처럼 다시보기 채널에 계속 영상을 업로드할 계획이다. 한시라도 빨리 정상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카라미 "화질 저하보다 VOD 기능 중단이 더 치명적"



스트리머 카라미 (구독자 10만 명)

최대 화질이 720p로 변경되었을 때부터 트위치 플랫폼의 메리트가 크게 줄었다. VOD 서비스 중단으로 사실상 한국에서 트위치의 장점은 대부분 사라졌다.



클립을 생성하고 그 클립으로 다른 스트리머와의 교류하면서 트위치 특유의 생태계 형성이 가능했다. 다시보기를 통해 생방송을 보지 못해도 언제든지 다시 풀 영상으로 생방송을 볼 수 있었다. 이 두 가지는 높은 화질과 더불어 트위치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장점이 없다면 굳이 트위치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화질 저하 당시에는 트위치가 크게 기울거 같진 않았다. 특정 카테고리의 방송 말고는 심한 타격까진 안 올 거라 생각는데 VOD 중단은 결이 다르다. 유튜브 동시 송출을 선택하는 스트리머들이 많아질 것이다. 더 심해진다면 플랫폼 자체를 옮기는 스트리머도 생겨날 것이다. 



연이은 악재는 앞으로 규제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다. 일단은 플랫폼 이적을해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상황이 더 심해진다면 트위치를 떠나게 되지 않을까. 



포셔 "시청자가 불편하지 않기 위한 방법 모색 필요"



스트리머 포셔 (구독자 5만 명)

안타까운 일이지만 법률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시청자분들이 불편하지 않게 전체 다시보기 영상을 따로 유튜브에 업로드하거나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 같다.



다른 방법에는 3사 동시 송출이 있을 수도 있고 플랫폼 이적이 될 수도 있다. 반드시 트위치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당장 "이렇게 할 것이다"라고 말씀드리기에는 조심스럽다. 스스로도 고민을 해야 하고 시청자분들의 의견도 들어봐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플랫폼 이적을 생각하지 않는다. 이건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분들도 비슷한 입장일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라이브 스트리밍에서 제한이 더 생기고 그 정도가 심해진다면 어쩔 수 없이 이적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라마1004 "시청자를 위해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없어 죄송스러워"



버추얼 스트리머 '라마1004' (구독자 2만 명)

최대 화질 제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VOD 기능 중단 소식을 전해 듣게 되어 유감이다. 한편으론 "트위치 한국 서버를 정리하려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보기는 그날 전체 방송본을 따로 유튜브에 업로드한다면 크게 상관없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화질 제한도 그렇고 VOD 제한도 그렇고 스트리머보단 시청자분들이 불편함을 겪는다는 사실이다.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생방송을 보고, 놓친 장면은 바로 되돌려보면서 재밌는 대목을 클립으로 만들던 재미를 이제는 느끼지 못하게 됐다. 이제는 방송이 끝난 뒤 유튜브 채널로 넘어가 8시간 정도 되는 영상에서 원하는 장면을 세세하게 찾아봐야 한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참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스트리머는 직업이니까 귀찮음과 번거로움을 응당 스스로 감내해야 한다. 하지만 시청자분들은 그들만의 입장이 있다. 애정을 가지고 내 방송을 봐주시는 시청자분들께 해결해 드릴 수 있는 게 없다는 점이 죄송스럽다. 플랫폼 변경은 아직 계획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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