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은 어떻게 알았나?… 무기 수출로 꼬투리 잡힌 한국

정준기 2022. 11. 12. 04: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기로 결정한 것을 알고 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이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차단하려 넘겨짚거나,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폴란드에 유독 수출이 활발한 한국 무기를 러시아가 견제하는 정도의 메시지로 해석됐다.

홍완석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장은 "한국 무기 개발에 러시아 기술이 영향을 미쳤던 만큼, 러시아 입장에선 적대적인 폴란드에 한국 무기가 수출되는 자체로 거부감이 상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0월 "탄약 제공" 언급, 첩보 확보 가능성
"러북 군사협력 재개한다면…" 위협 우려
실제 대응은 신중 전망… "전황·韓 입장 변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 러시아 전문가 모임 '발다이 클럽' 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모스크바=AFP 연합뉴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기로 결정한 것을 알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한 발언이다. 그는 이어 "한러관계가 파탄 날 것"이라며 "러시아가 북한과 (군사 분야에서) 협력을 재개한다면 한국은 어떤 반응을 보일 건가"라고 으름장을 놨다.

당시엔 "뚱딴지 같은 소리"라는 반응이 많았다.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일관된 방침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디까지나 우리 주권의 문제"라고 여지를 남기긴 했지만 "살상무기를 공급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이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차단하려 넘겨짚거나,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폴란드에 유독 수출이 활발한 한국 무기를 러시아가 견제하는 정도의 메시지로 해석됐다.

하지만 국방부가 11일 "미국과 우리 업체 간 155㎜ 탄약 수출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공개하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결과적으로 푸틴 대통령의 경고가 들어맞은 셈이다. 그렇다면 러시아 정보기관이 이미 한두 달 전에 이 같은 내용을 파악해 보고했다는 의미나 다름없다.


'직접 지원' 아니지만 '푸틴 위협 현실화' 우려

물론 이번 수출 협의를 푸틴 대통령이 지적한 '대우크라이나 탄약 제공'이라고 단언하긴 어려울지 모른다. 국방부는 "최종 사용자를 미국으로 명시했다"는 설명이다. 미군의 부족한 재고를 채우는 것이지 우크라이나에 직접 살상무기를 지원하는 건 아니라는 논리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이고, 러시아가 전장에서 밀려 각종 무기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번 수출 소식은 한국이 두고두고 러시아에 꼬투리 잡히는 빌미가 될 수 있다. 미국이 최근 잇따라 '북한이 러시아에 몰래 무기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점도 러시아를 자극할 만한 요인이다.

이에 일각에선 푸틴 대통령의 위협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러시아가 한국의 '우회 지원'을 구실 삼아 북한을 상대로 무기 지원에 적극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홍완석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장은 "한국 무기 개발에 러시아 기술이 영향을 미쳤던 만큼, 러시아 입장에선 적대적인 폴란드에 한국 무기가 수출되는 자체로 거부감이 상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북한과 관련해 "현재 북중러가 실질적으로 돈독한 사이는 아니지만 (이번 수출 건으로 인해) 그 고리를 강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러도 관계 단절 안 원해… 전황·한국 입장이 변수"

러시아가 설령 반발하더라도 실제 행동에 나서거나 북한과 노골적으로 밀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이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적극 나서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러시아 입장에서도 한국과의 이슈를 최소화하고 싶을 것"이라며 "수사적 위협을 가할 순 있지만 실질적인 보복조치를 취하긴 어렵다"고 내다봤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달 '관계 파탄'을 위협하기에 앞서 "한러 관계가 매우 좋다"고 전제를 단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태림 국립외교원 교수는 "러시아는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한국이라는 여지가 있어야 외교적 지렛대가 생긴다"며 "북한은 컨트롤하기 쉬운 나라가 아닌 데다 국제사회 비난, 한국과 관계 단절 등 후폭풍을 감수해야 하는 만큼 북한 무기 지원 등 적극 협력은 신중을 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련 기사

'K방산' vs '북한군'…남북이 우크라이나에서 맞붙는다면[문지방]

http://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00314590005950

(☞링크가 열리지 않으면, 주소창에 URL을 넣으시면 됩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