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아세안과 영토분쟁 中겨냥 “힘에 의한 현상변경 안돼”
취임 후 처음으로 동남아 순방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첫 방문국인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은 우리의 생존과 번영에 직결된다”며 “아세안을 비롯한 주요국과 연대와 협력을 통해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만들어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오는 2024년 한·아세안 대화 35주년을 맞아 양측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자고 제안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중국과 영토 문제 등으로 분쟁을 겪는 아세안 정상들 앞에서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은 용인되어선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세안 등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힘을 앞세운 팽창주의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을 지지한다면서 한·아세안 국방장관 회담 정례화, 해상 연합훈련 등도 제안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전용기 편으로 프놈펜에 도착해 곧바로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취임 후 6개월간 준비해온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아세안 연대 구상’을 처음 공개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보편적 가치에 기초한 규칙 기반의 국제 질서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특히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은 결코 용인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규칙에 기반하여 분쟁과 무력 충돌을 방지하고,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원칙이 지켜지도록 적극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은 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춘 인도·태평양 전략을 주도해온 미국·일본이 중국의 패권 팽창을 비판할 때 자주 쓰는 표현이다. 윤 대통령이 중국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남중국해 등에서 아세안 국가들과 갈등을 겪는 중국의 팽창주의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가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지 않았던 것과 달리 미국과 보조를 맞추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자유·평화·번영의 3대 비전을 바탕으로 포용·신뢰·호혜의 3대 협력 원칙하에 인도·태평양 전략을 이행할 것”이라며 “‘아세안 중심성’과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을 확고하게 지지하면서 아세안과의 협력을 심화,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핵 비확산, 대테러, 해양·사이버·보건 안보 분야에서 역내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개방적이고 공정한 경제 질서를 통해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공급망 회복력을 높임으로써 경제 안보를 강화하고, 협력적·포용적 경제와 기술 생태계를 조성해 공동 번영을 달성해 나가고자 한다”고 했다. 경제·문화 협력에 중점을 뒀던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 정책에서 나아가 아세안 국가들과 경제 안보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이다. 아세안은 세계 5대 경제권이자 우리나라의 2위 교역 대상이다.
윤 대통령은 비공개회의에선 ‘한·아세안 연대 구상’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한·아세안 외교 전략 대화를 활성화하고, 특히 한·아세안 국방장관 회의를 정례화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퇴역함 양도, 해양 테러 대응 등을 통한 협력을 확대하고 아세안과의 연합훈련에 적극 참여해 해양 안전을 위한 공조를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또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에 디지털 통상 협력을 포함하고 전기차, 배터리 및 디지털 분야 협력을 적극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아세안 메탄행동 파트너십 출범 등 환경 분야 협력과 백신·바이오 협력도 확대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북핵 문제는 국제사회에 대한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이라면서 “북한이 대립과 충돌이 아닌 평화와 공존의 길을 택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2024년 한·아세안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자고 제안했고, 아세안 정상들은 이를 환영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훈센 캄보디아 총리,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와 각각 정상회담도 했다. 윤 대통령은 12일엔 아세안+3(한·중·일) 회의에 참석하고 13일엔 동아시아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한·미·일 3자, 한·미 양자 정상회담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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