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차지하는 1인 가구, 에너지 소비의 큰손
4인 가구 한사람보다 2.5배 더 써
1984년 우리나라 1인 가구 비율은 4.8%에 불과했다. 2005년 20%를 넘더니 작년에는 33.4%까지 늘어났다. 3가구 중 1가구가 1인 가구인 셈이다. 이들 1인 가구는 한 달 에너지 요금이 보통 5만원을 넘지 않는다. 하지만 뜻밖에 1인 가구가 ‘에너지 소비의 큰손’으로 꼽힌다.
가구당 에너지 소비량은 1인 가구가 8415Mcal(메가칼로리)로 4인 가구(1만1917Mcal)보다 적다. 하지만 가구 1인당 에너지 소비량으로 환산하면 1인 가구 한 명이 4인 가구 한 사람보다 2.5배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1인 가구도 TV·냉장고·세탁기에 냉·난방용 가전을 사용하는데, 이들이 주로 입주하는 원·투룸은 에너지효율이 낮은 저렴한 기기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또 가전기기가 낡고, 효율이 떨어져도 임대주택이 많다 보니 제때 교체하지 않는다.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관악구 원·투룸 6곳을 둘러보니 에너지소비효율 등급 1등급 가전은 세탁기 한 대뿐이었다. 2등급 가전이 옵션으로 갖춰진 곳도 2곳(냉장고)에 불과했다. 원·투룸의 옵션 가전 중 가장 많은 건 5등급이었다. 몇몇 집엔 에어컨·냉장고 등의 가전이 너무 오래돼 에너지소비효율 등급 라벨을 분간조차 하기 어려웠다. 동행한 공인중개사는 “원룸 가전 효율은 높아 봐야 3등급, 대부분 4~5등급으로 생각하면 된다”며 “어차피 면적이 좁아 에어컨을 한 달 내내 켜도 전기료는 4만~5만원 정도니 굳이 등급 따질 이유가 없다”고 했다.
대학생이나 젊은 직장인, 고령층이 주로 사는 1인 가구원도 에너지 효율에 대한 인식은 옅은 편이다. 서울연구원이 2020년 1인 가구를 상대로 ‘가전제품 구매 때 고려 사항’을 물었더니 응답자 61%가 ‘가격’이라고 했고, ‘에너지소비효율 등급’은 4.9%에 불과했다. 겨울철 실내 난방 설정 온도도 53.3%가 ‘24도 이상으로 유지한다’고 답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자취하는 대학생 장모(24)씨는 “지금까지 3차례 가전 옵션이 있는 월셋집을 구했지만, 가전 에너지소비효율은 한 번도 고려한 적이 없다”며 “전기요금이나 가스비가 5만원을 넘지 않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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