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지열로 냉난방·조명 자급자족… 외벽은 두꺼운 단열재로 ‘새는 에너지’ 차단

최은경 기자 2022. 11. 12.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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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에너지 시대는 끝났다] [5]
국내 첫 ‘에너지 제로 주택’ 노원 이지하우스 가보니
지난달 31일 서울 노원구 ‘노원이지하우스’의 공동주택형 건물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옥상은 물론 디자인을 고려해 타일처럼 외벽에도 패널을 부착했다. /박상훈 기자

“이곳(노원이지하우스)에 입주하고 올여름엔 에어컨을 거의 안 켰어요. 재택근무로 온종일 집에 있었는데도 8월 에어컨 사용 전력량은 35kWh(킬로와트시)네요.”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노원구 ‘노원이지(ez·Energy Zero) 하우스’ 주민 신문수(34)씨가 집안 전력 소비를 표시하는 스마트폰 앱 보여주며 한 말이다. 지난여름 신씨의 59㎡ 아파트 냉방을 책임진 건 에어컨이 아니라 집집이 설치된 천장 환기구다. 천장 흡입구를 통해 빠져나간 집안의 더운 공기는 중앙 열 회수 환기 장치를 거친 뒤 서늘한 공기가 되어 다시 집 안으로 공급되는 구조다.

지난 2017년 9월 입주가 시작된 노원이지하우스는 에너지 자급자족을 목표로 만들어진 국내 첫 에너지 제로(0) 주택이다. 냉방·난방·급탕·조명·환기 등 가정에 필요한 5대 에너지를 태양광·지열 발전으로 자체 조달하고, 단열 설치로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해 빈틈으로 새는 에너지를 잡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지상 7층 공공주택(106가구) 3개동, 연립주택 1개동(9가구), 단독주택 2개동(2가구)으로 연 면적 1만7652㎥ 규모다. 노원 이지하우스 아파트 옥상과 벽면 일부는 장식 타일 붙이듯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있다. 단지 중앙에 있는 대형 모니터에는 태양광으로 얻은 발전량이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노원이지하우스는 전체 가구 냉방·난방·급탕·조명·환기에 쓴 전기보다 태양광 발전으로 얻은 전력이 많다. 덕분에 가정마다 남는 전력을 ‘태양광 보너스’로 받는다. 가정마다 가전기기에 쓴 전기요금은 별도로 내는데 태양광 보너스가 이를 줄여주는 식이다. 주민 신씨는 “한 달에 1만5000~3만원 정도 태양광 보너스를 받는다”고 했다.

효율 극대화를 위한 각종 설비도 갖췄다. 아파트 외관에선 태양광 패널만큼이나 베란다 창을 가려둔 흰색 철제 블라인드가 눈에 띈다. 일반 가정이 실내에 천 소재의 블라인드·커튼을 설치해 채광을 조절하는 것과 달리 창 외부에 전동 블라인드를 기본 옵션으로 설치해둔 것이다. 또 집 안에서 베란다 창을 보면 창문 앞뒤로 30㎝ 두께의 외벽도 볼 수 있다. 베란다 창호는 삼중 유리로 된 에너지효율 1등급 제품으로, 현관문에도 단열재가 추가됐다. 모두 외부 온도가 변하더라도 아파트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노원이지하우스를 설계한 이명주 명지대 교수는 “주택 에너지 절감 핵심은 냉방·난방”이라며 “외부에 블라인드를 설치하고, 단열재를 콘크리트 외벽 안이 아닌 바깥쪽에 두껍게 붙여 여름·겨울 집 외벽이 쉽게 뜨거워지거나 차가워지지 않게 했다”고 설명했다.

각 가정의 월패드와 전기 스위치엔 현재 사용 중인 전력량이 바로 표시된다. 49㎡ 연립주택형에 거주 중인 유미희(68)씨는 “웃풍이 없고 단열이 잘돼 첫 입주 2년 동안은 전기장판·카펫으로만 겨울을 났다”며 “겨울철 관리비가 이전에 비해 4분의 1 수준”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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