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전 적자 21조, 전기료 현실화하고 소비 줄이는 방법뿐
한국전력이 3분기에 7조5300억원 적자를 냈다.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적자가 21조원을 넘는다. 작년 5조원 적자에 이어 올해도 연말까지 적자액이 30조원을 넘을 공산이 크다. 올 들어 세 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총 15.1% 올렸지만 석유·가스·석탄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이 고공 행진을 하는 것에 비해 인상 폭이 충분치 않았다. 적자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자 한전은 올 들어서만 23조여원의 회사채를 발행해 적자를 메우고 있다. 한전채가 시중 자금을 대량으로 빨아들이면서 대기업조차 회사채 발행에 차질을 빚을 정도로 자금 시장이 경색됐다.
우량 공기업의 대명사이던 한전을 부실기업으로 전락시킨 것이 문재인 정부다. 탈원전 한다며 값싼 원전 가동을 줄이더니 탈원전이 비판받을까 봐 5년 내내 전기 요금을 동결했다. 한전이 문 정부 5년간 요금 인상을 10번 요청했으나 작년 10월 단 한 차례 올린 것이 전부였다. 지난해 거액 적자를 낸 한전이 올 초에도 인상을 요청했지만 차기 정부 부담으로 떠넘겼다.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자 한전 적자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불어났다.
국가 전력망을 책임진 한전을 파산시키지 않으려면 원가 상승에 맞춰 전기 요금을 대폭 현실화시켜주는 방법밖에 없다. 일본은 지난 1년 새 전기 요금을 36%나 올렸다. 유럽도 전기료와 난방비를 대폭 올리는 방식으로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전기료를 올리면 물가 상승을 유발해 경제 부담이 커지겠지만 감내할 수밖에 없다. 전기료를 인상해야 한전채 대량 발행에 따른 채권시장 마비를 해소할 수 있고 에너지 소비를 줄여 무역수지 개선 효과도 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열 번째 에너지 다(多)소비국이면서도 비효율적으로 쓰는 대표적인 나라다. GDP 한 단위 생산에 드는 에너지 소비량이 OECD 36국 중 넷째로 높다. 올해 무역수지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첫 적자를 기록한 것도 에너지 수입 비용이 급등하면서 경제 전체를 짓누르기 때문이다. 올 들어 에너지 수입 증가분이 무역 적자의 2배에 달한다. ‘19도 이상 난방 금지’ ‘샤워는 5분 이내’ 등의 소비 억제책을 펴고 있는 유럽처럼 에너지를 절약했다면 무역 적자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기회에 싼 전기를 펑펑 쓰는 다소비·저효율의 에너지 소비 구조를 저소비·고효율 구조로 근본적으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에너지 요금을 현실화하고 소비 절약을 일상화하지 않으면 한전 적자는 물론 국가 경제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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