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전 적자 21조, 전기료 현실화하고 소비 줄이는 방법뿐

조선일보 2022. 11. 12.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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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이 3분기에 7조5300억원 적자를 냈다.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적자가 21조원을 넘는다. 작년 5조원 적자에 이어 올해도 연말까지 적자액이 30조원을 넘을 공산이 크다. 올 들어 세 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총 15.1% 올렸지만 석유·가스·석탄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이 고공 행진을 하는 것에 비해 인상 폭이 충분치 않았다. 적자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자 한전은 올 들어서만 23조여원의 회사채를 발행해 적자를 메우고 있다. 한전채가 시중 자금을 대량으로 빨아들이면서 대기업조차 회사채 발행에 차질을 빚을 정도로 자금 시장이 경색됐다.

한국전력공사 나주 본사/한전

우량 공기업의 대명사이던 한전을 부실기업으로 전락시킨 것이 문재인 정부다. 탈원전 한다며 값싼 원전 가동을 줄이더니 탈원전이 비판받을까 봐 5년 내내 전기 요금을 동결했다. 한전이 문 정부 5년간 요금 인상을 10번 요청했으나 작년 10월 단 한 차례 올린 것이 전부였다. 지난해 거액 적자를 낸 한전이 올 초에도 인상을 요청했지만 차기 정부 부담으로 떠넘겼다.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자 한전 적자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불어났다.

국가 전력망을 책임진 한전을 파산시키지 않으려면 원가 상승에 맞춰 전기 요금을 대폭 현실화시켜주는 방법밖에 없다. 일본은 지난 1년 새 전기 요금을 36%나 올렸다. 유럽도 전기료와 난방비를 대폭 올리는 방식으로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전기료를 올리면 물가 상승을 유발해 경제 부담이 커지겠지만 감내할 수밖에 없다. 전기료를 인상해야 한전채 대량 발행에 따른 채권시장 마비를 해소할 수 있고 에너지 소비를 줄여 무역수지 개선 효과도 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열 번째 에너지 다(多)소비국이면서도 비효율적으로 쓰는 대표적인 나라다. GDP 한 단위 생산에 드는 에너지 소비량이 OECD 36국 중 넷째로 높다. 올해 무역수지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첫 적자를 기록한 것도 에너지 수입 비용이 급등하면서 경제 전체를 짓누르기 때문이다. 올 들어 에너지 수입 증가분이 무역 적자의 2배에 달한다. ‘19도 이상 난방 금지’ ‘샤워는 5분 이내’ 등의 소비 억제책을 펴고 있는 유럽처럼 에너지를 절약했다면 무역 적자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기회에 싼 전기를 펑펑 쓰는 다소비·저효율의 에너지 소비 구조를 저소비·고효율 구조로 근본적으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에너지 요금을 현실화하고 소비 절약을 일상화하지 않으면 한전 적자는 물론 국가 경제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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