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도 낭비… 새벽 1시, 직원 30명 일하는데 모든 층에 불 켜져있다
도심 오피스 빌딩도 에너지 과소비 심각
지하철 막차도 끊긴 9일 오전 1시,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있는 카카오 판교 아지트(사옥) 주변은 초저녁처럼 밝았다. 건물 층층마다 조명이 대부분 켜져 거리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공용 공간인 1~4층도 어린이집 등 문을 잠가 놓은 일부 공간을 빼면 모든 조명에 불이 들어와 있었다. 20분가량 건물을 둘러보다 마주친 사람은 A·B동 안내데스크 직원 2명뿐이었다. 이 직원은 “지금 건물 내에 30~40명 정도 근무하는 것으로 안다”며 “새벽에도 출근하는 직원이 많아 조명을 켜놓고 있다”고 말했다. 근처에 있는 판교테크원과 알파돔타워 건물에도 불이 환하게 켜져 있어 불 꺼진 건너편 아파트 단지와 대비됐다.
업무용 대형 빌딩은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대표적인 건물이다. 대부분 기업은 에너지 절약 지침을 마련해 놓고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사무실 조명이나 컴퓨터, 개인적으로 쓰는 소형 냉난방기를 끄지 않은 채 퇴근하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2명 야근에 한층 전등 다 켜”
8일 자정, 여의도 빌딩 상당수는 불이 켜져 있었다. 금융감독원 빌딩은 절반 넘게, 신한투자증권·한화손해보험·파크원 빌딩 등은 30~40% 불이 켜져 있었다. 10일 저녁 9시 무렵 광화문 사거리에 있는 대부분 업무 빌딩도 비슷한 비율로 사무실 불이 켜져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회사원은 “야근하는 직원이 1~2명인데도 한 층 전체 불을 켜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건물 불 켜진 것을 보면 주52 시간제가 제대로 시행되고 있나 의문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한 대기업 임원은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야간에 근무하는 직원이 거의 없다”면서 “퇴근할 때 컴퓨터 전원을 끄고 퇴실자가 소등하도록 누누이 알리는데도 잘 안 지켜진다”고 말했다.
일부 건물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시간 타이머 제도를 운영한다. 서울 강남역에 있는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경우 밤 9시, 10시 두 차례 전체 소등을 한다. 그 이후 시간에 남아서 일을 해야 하는 직원은 스위치를 찾아 따로 불을 켜야 한다. 한 삼성 직원은 “전기 절감을 위해 개인용 스탠드를 나눠줬지만 잘 안 쓴다”면서 “한 사람이 남아 있더라도 한 층 전부나 절반 정도는 불을 켜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서울 을지로2가 사거리 인근에 있는 대신파이낸스센터, 파인에비뉴, 삼일빌딩은 직원들이 출근하기도 전인 새벽 6시쯤부터 거의 모든 층에 전등을 켠다.
미관을 위해 사무 공간 외 건물 외벽이나 출입구, 로비에 각종 조명 장식을 켜놓기도 한다. 지난 8일 일몰 이후 경기 성남시 분당두산타워는 사무실 공간뿐만 아니라, ‘두산’ 로고와 함께 건물 위쪽 외벽 전체에 미관을 위한 노란 조명을 밝게 켜놨다. 지난 9일 찾은 서울 중구 한화빌딩은 연말 조명 장식을 환하게 밝혔다. 1층 출입구 앞 나무 10여 그루 잎과 기둥에 조명을 덮어 불을 켰고, 출입구엔 조명 장식도 달았다. 서울 삼성동 일대 현대아이파크타워, 트레이드타워 등 여러 빌딩도 형형색색의 외관 조명을 설치하고 있다.
◇갈수록 화려해지는 아파트 조명
아파트 공용 공간도 에너지 낭비를 많이 한다. 요즘엔 건설 업체들이 아파트 외관을 눈에 띄게 하는 데 공을 들이면서 정문 출입구 기둥에 대형 조명을 설치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8일 저녁 8시쯤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래미안 엘리니티 아파트 출입구는 대형 LED 조명을 적용한 문주(門柱)로 낮처럼 환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디에이치 반포 라클라스의 경우에는 정문 출입구에 1만2209개의 LED 조명이 불을 밝히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자이 개포는 문주를 디지털 미디어아트로 연출해 화제가 됐다.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도 이용 주민이 없는 시간대에도 계속 불 켜진 채 운영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지난 8일 오전 7시 30분,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골프연습장은 이용객이 없는데도 조명이 켜져 있었다. 출입문에 ‘퇴실 시 이용객이 없으면 소등해달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한다. 한 주민은 “관리실에서 공용 시설 전기요금이 아파트 관리비가 오르는 주요 요인이라고 수없이 고지해도 주민들은 들은 척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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