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많이 나온 그 집, 이유 있었다… 콘센트 살펴보니

최은경 기자 2022. 11. 12.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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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에너지 시대는 끝났다] [5]
“가정 에너지 아끼려면” 에너지 컨설턴트 조언
지난달 24일 오후 경기도 군포의 한 가정집에서 군포시 에너지 컨설턴트가 식기세척기의 대기 전력을 측정해보고 있다. /김지호 기자

“올여름 관리실에서 ‘갑자기 왜 이렇게 전기를 많이 쓰느냐’며 두 번이나 찾아왔어요. 차단기도 종종 내려가고. 뭐 때문에 그럴까요?”

경기도 군포에 있는 방 3개, 화장실 1개인 26평 아파트에 사는 A씨. 지난 7월 전력사용량이 487kWh(킬로와트시)를 찍었다. 작년 7월(392kWh)보다 100kWh 가까이 늘었다. 우리나라 7월 가구 평균 전력사용량(256kWh)의 2배에 가깝다. 누진제 탓에 전기요금은 2배가 됐다. 결국 A씨는 군포시에 에너지 컨설팅을 요청했다. 지자체가 인증 시험을 통과한 에너지 전문가를 가정에 보내 새는 에너지를 체크하는 사업이다. 지난달 24일 이경신(47)·박광희(59) 에너지 컨설턴트가 A씨 아파트로 출동했다.

◇실사용 5분 가전도 24시간 풀대기

베테랑 에너지 컨설턴트들이 A씨 집을 꼼꼼히 체크하고 내린 결론은 “24시간 ‘스위치 온(on)’ 상태인 가전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800L급 4문형 냉장고와 김치냉장고, 에어컨, 안방·거실에 있는 TV와 셋톱박스, 전기압력밥솥, 전자레인지, 비데, 전기 주전자, 데스크톱, 노트북, 태블릿 PC 등은 물론 어린 자녀를 위한 폐쇄회로(CC)TV, 젖병 소독기, 분유 전용 주전자, 가열식 가습기, 전기 매트, 음이온 조명 기구까지 24시간 콘센트가 꽂혀 있었다. 올해 태어난 막내아들 때문에 새로 들인 워시타워(드럼세탁기·건조기) 역시 매일 돌리고 있었다. 구형 비데도 절전모드 설정을 하지 않아 에너지가 많이 새고 있었다.

컨설턴트 이경신씨는 “하루 실제 사용 시간이 5분도 안 되는 전자레인지·전기포트, 1시간도 앉지 않는 비데를 24시간 켜둔 채 대기시킬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또 “냉장고 같은 필수 가전이나 육아용 가전을 줄일 수 없다면 멀티 탭을 모두 개별 스위치형으로 바꿔 대기전력을 줄이라”고 조언했다.

에너지 컨설턴트들은 A씨가 온종일 ‘보온 상태’로 두는 전기압력밥솥도 전원을 뽑고, 남은 밥을 따로 냉동 보관했다가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 것을 추천했다. 에너지를 많이 쓰는 대표 가전인 밥솥은 장시간 사용하는 보온에도 전력을 많이 쓴다. 계속 보온 상태로 두면 조그만 밥솥이 대형 냉장고만큼 전기를 잡아먹는다는 것. 구형 비데는 절전모드로 설정한 뒤 변기 뚜껑을 덮고 온수 온도를 1도 낮출 것을 권했다. 변좌를 데우고 온수를 만드는 데도 전력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또 화장실과 부엌의 일반 조명은 LED로 교체하고, 에어컨은 내부 필터와 실외기 청소를 한 달 1~2차례 해서 효율을 높이라고 조언했다.

◇열 식히고 올리는 가전은 ‘전기 먹는 하마’

지자체의 에너지 컨설턴트들은 구형 가전, 열을 내거나 식히는 가전, 사용 여부와 무관하게 콘센트를 꽂아두는 가전을 “전기 먹는 하마”라고 했다. 특히 냉수·얼음·온수 등 온도 조절 기능을 갖춘 정수기의 경우 잘 쓰지 않는 기능은 꺼두라고 조언했다. 냉수 기능(30~90W)보다 온수 기능(300~500W)의 소비전력이 높고, 직수형보다 물을 저장해두는 저장형일수록 온도 유지를 위한 전력 사용이 많은 편이다.

겨울철 인기가 높은 가열식 가습기, 전기장판, 온수 매트, 욕실용 온풍기 등은 구매 전 반드시 소비전력을 확인하라고 조언한다. 전열기구의 경우 소비전력량이 커 전기요금 누진 구간을 넘기는 주범이 되기 때문이다. 성동구의 박규나 컨설턴트는 “전기장판 위에 이불을 덮고, 물로 충전하는 방식의 찜질팩 등을 넣어두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박광희 컨설턴트는 “그나마 에너지 진단 컨설팅이라도 신청하는 가정은 에어컨도 잘 안 켜는 알뜰한 소비자들”이라며 “몇 해 전 전력 사용이 많은 가정에 에너지 절약 동참을 호소하는 편지를 보냈다가 ‘내 돈 주고 내가 전기를 쓰는데 당신이 무슨 상관이냐’는 항의를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겨울 ‘실내온도 18~20℃ 유지’ ‘안 쓰는 플러그 뽑기’와 같은 10가지 행동요령을 지키기만 해도 전기·난방 등 에너지 요금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월 8만4920원을 쓰는 서울시 평균 가구는 4만4760원까지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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