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비너스, 마리아… 모두가 환상일 뿐
이소연 기자 2022. 11. 1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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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는 장미꽃들 사이로 미(美)의 여신 비너스가 윤기 나는 머릿결을 흩날리며 바다 위에 떠오른다.
멍 자국이나 군살은 찾아볼 수 없는 그야말로 완벽한 몸매.
영국 미술사학자인 저자는 서양 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 걸작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지적한다.
저자는 오랫동안 여성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굳혀 온 미술 작품들을 소개하며 우리의 뇌에 각인된 여성상이 실제와 얼마나 동떨어졌는지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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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불평등/캐서린 매코맥 지음·하지은 옮김/256쪽·1만7000원·아트북스
떨어지는 장미꽃들 사이로 미(美)의 여신 비너스가 윤기 나는 머릿결을 흩날리며 바다 위에 떠오른다. 멍 자국이나 군살은 찾아볼 수 없는 그야말로 완벽한 몸매. 15세기 이탈리아 거장 산드로 보티첼리(1445∼1510)가 그린 ‘비너스의 탄생’은 오늘날까지도 TV 광고와 영화 속 미녀의 표상으로 꼽힌다.
영국 미술사학자인 저자는 서양 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 걸작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지적한다. 주근깨 하나 없는 무결점 피부와 군살 하나 없는 몸매는 실제 여성의 몸을 표현한 게 아니다. 남성 중심적 예술계가 만들어낸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저자는 오랫동안 여성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굳혀 온 미술 작품들을 소개하며 우리의 뇌에 각인된 여성상이 실제와 얼마나 동떨어졌는지를 드러낸다.
비단 비너스뿐일까. 저자는 성모 마리아 역시 순종적인 여성의 성 역할을 굳혀온 대표적인 여성상이라고 강조한다. 미국 유명 여성지 ‘브라이즈 매거진’의 1950∼1980년대 표지에선 무릎을 꿇은 채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신부가 자주 등장했다. 저자는 “현대사회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순종하는 성녀 이미지가 여성에게 요구된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수세기 동안 굳어버린 여성을 둘러싼 왜곡된 이미지는 어떻게 해야 바로잡을 수 있을까. 저자는 더 많은 여성 예술가들이 공개적으로 자기 삶을 얘기하고, 실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려낸다면 진짜 날것인 여성의 모습이 수면 위로 드러날 거라고 기대한다.
다행히 세계 곳곳에서 조금씩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스페인 프라도미술관과 이탈리아 우피치미술관은 최근 여성 미술가를 조명하는 전시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여성의 출산 과정을 생생한 사진으로 남겨 화제가 된 영국 조각가이자 사진작가인 허마이어니 월트셔처럼 여성의 진솔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예술가도 늘어나고 있다.
저자 역시 그런 여성 가운데 한 명이다. 팬데믹으로 집에서 두 아이를 키우며 이 책을 썼다는 저자는 마무리 부분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서재에서 글을 쓸 때 마음이 불편했다”면서도 “그럼에도 여성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멈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영국 미술사학자인 저자는 서양 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 걸작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지적한다. 주근깨 하나 없는 무결점 피부와 군살 하나 없는 몸매는 실제 여성의 몸을 표현한 게 아니다. 남성 중심적 예술계가 만들어낸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저자는 오랫동안 여성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굳혀 온 미술 작품들을 소개하며 우리의 뇌에 각인된 여성상이 실제와 얼마나 동떨어졌는지를 드러낸다.
비단 비너스뿐일까. 저자는 성모 마리아 역시 순종적인 여성의 성 역할을 굳혀온 대표적인 여성상이라고 강조한다. 미국 유명 여성지 ‘브라이즈 매거진’의 1950∼1980년대 표지에선 무릎을 꿇은 채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신부가 자주 등장했다. 저자는 “현대사회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순종하는 성녀 이미지가 여성에게 요구된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수세기 동안 굳어버린 여성을 둘러싼 왜곡된 이미지는 어떻게 해야 바로잡을 수 있을까. 저자는 더 많은 여성 예술가들이 공개적으로 자기 삶을 얘기하고, 실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려낸다면 진짜 날것인 여성의 모습이 수면 위로 드러날 거라고 기대한다.
다행히 세계 곳곳에서 조금씩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스페인 프라도미술관과 이탈리아 우피치미술관은 최근 여성 미술가를 조명하는 전시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여성의 출산 과정을 생생한 사진으로 남겨 화제가 된 영국 조각가이자 사진작가인 허마이어니 월트셔처럼 여성의 진솔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예술가도 늘어나고 있다.
저자 역시 그런 여성 가운데 한 명이다. 팬데믹으로 집에서 두 아이를 키우며 이 책을 썼다는 저자는 마무리 부분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서재에서 글을 쓸 때 마음이 불편했다”면서도 “그럼에도 여성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멈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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