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경제학자가 바꾼 세계, 충분히 살 만했습니까

정양환 기자 2022. 11. 12. 03:0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자유시장 경제학이 거둔 승리는 밤에 촬영한 한반도 위성사진으로 설명되곤 한다.인상 깊은 모습이지만 그 의미가 종종 잘못 해석된다. 다른 부유한 나라와 마찬가지로 한국은 경제를 신중하게 조종하며 번영을 일궈냈다. 이 이야기는 국가가 운전대에서 두 손을 모두 떼기로 결정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준다." 제목만 보면 위대한 경제학자들을 향한 찬사처럼 들리지만 실상은 다르다.

'그들은 성공한 혁명가인가, 거짓 예언자인가.' 혁명엔 성공했지만 잘못된 예측으로 미래를 망쳤다는 힐난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제학자의 시대/빈야민 애펠바움 지음·김진원 옮김/752쪽·3만5000원·부키
“자유시장 경제학이 거둔 승리는 밤에 촬영한 한반도 위성사진으로 설명되곤 한다.…인상 깊은 모습이지만 그 의미가 종종 잘못 해석된다. 다른 부유한 나라와 마찬가지로 한국은 경제를 신중하게 조종하며 번영을 일궈냈다. 이 이야기는 국가가 운전대에서 두 손을 모두 떼기로 결정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준다.”

제목만 보면 위대한 경제학자들을 향한 찬사처럼 들리지만 실상은 다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경제 주필인 저자가 말하고 싶은 건 부제에 명확히 담겼다. ‘그들은 성공한 혁명가인가, 거짓 예언자인가.’ 혁명엔 성공했지만 잘못된 예측으로 미래를 망쳤다는 힐난이다.

저자가 ‘경제학자의 시대(Economists‘ hour)’라고 일컫는 시기는 1969∼2008년. 1969년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1913∼1994)이 당대 ‘경제학자의 상징’이던 밀턴 프리드먼(1912∼2006)의 권고를 받아들여 징병제 폐지 자문위원회를 꾸렸던 해다.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가 시작됐다. 저자는 이때를 “시장의 힘과 영광을 믿는 경제학자가 영향력을 발휘해 정부 사업과 운영 방침에 변화를 꾀하고, 그 결과 일상생활도 모습을 바꾼” 시기였다고 본다.

재밌는 건, 그전까지 경제학자는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1950년대 연방준비은행 수뇌부엔 양돈업자도 있었지만 경제학자들은 지하사무실에서 ‘참고 서류’나 작성했다고 한다. 그마저도 “쓸모없다”는 취급을 받았다. 경제학자가 정책을 좌지우지하게 된 건 혁명이나 다름없는 변화였다.

하지만 자유시장주의는 이후 불변의 진리로 여겨지며 세계적 대세가 됐지만 끝이 좋질 못했다. 금융위기 이후 드러났듯 경제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정부 재정을 악화시켰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의견에 동의하건 안 하건, 딱딱한 경제 용어와 생경한 미국 상황이 적지 않은데도 역사소설처럼 술술 넘어가는 대단한 책이다.

“시장경제는 가장 놀라운 인간의 발명품이다. 부를 낳는 강력한 기계다. 하지만 한 사회를 평가하는 척도는…가장 아랫단에 속한 사람들의 삶의 질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는 의도적으로 번영의 분배를 외면해왔다. 이 때문에 지금 자유민주주의가 선동을 일삼는 국수주의 정치가한테 그 생존을 시험당하고 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