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가족에서 가해자로… 그들은 왜 서로를 아프게 하나
김태언 기자 2022. 11. 1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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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일본 지바현에서 간호사 출신인 70대 부인이 남편을 살해한 사건이 벌어졌다.
부인은 "남편 간병은 내가 책임진다"며 치료에 헌신했지만, 2014년 남편은 또다시 뇌출혈로 쓰러지며 상황은 악화됐다.
사건이 일어난 뒤, 부인을 상담한 적 있던 돌봄 매니저는 "혼자 책임지려 하지 말고 주위에 도움을 요청했다면 이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공포에 짓눌린 부인을 지키기 위해 남편은 아들을 가족과 분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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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무게/이시이 고타 지음·김현욱 옮김/336쪽·1만8000원·후마니타스
2015년 일본 지바현에서 간호사 출신인 70대 부인이 남편을 살해한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피해자의 몸에는 끔찍한 자상이 서른 군데가 넘었다. 도대체 이 부부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알고 보니 이 사건에는 심각한 ‘노노(老老) 간병’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노노 간병은 환자와 간병인이 모두 65세 이상으로 주로 집에서 이뤄지는 간병을 뜻한다. 2019년 기준 일본에선 재택 간병의 59.7%가 노노 간병이었다.
이 부부도 원래는 금실이 좋기로 유명했다. 하지만 2009년 남편이 뇌출혈로 쓰러지며 시련을 맞았다. 부인은 “남편 간병은 내가 책임진다”며 치료에 헌신했지만, 2014년 남편은 또다시 뇌출혈로 쓰러지며 상황은 악화됐다.
갈수록 심리적으로도 불안한 남편 옆에서 부인도 조금씩 지쳐 갔다. 극심한 우울증에 빠져 자살 충동도 여러 차례 느꼈다. 하지만 부인은 처방약을 먹으면서도 간병을 이어갔다. 사건이 일어난 뒤, 부인을 상담한 적 있던 돌봄 매니저는 “혼자 책임지려 하지 말고 주위에 도움을 요청했다면 이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빈곤, 범죄 등 사회 문제를 파헤쳐 온 르포 작가인 저자는 최근 일본에서 늘어나는 ‘가족 살인 사건’을 면밀히 들여다봤다. 2015년부터 벌어진 일곱 가족의 비극을 다뤘다. 아동학대와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돌봄 포기 등 여러 사연이 얽혀 있다.
2018년 도쿄의 한 주택가에서 벌어진 사건도 허망하고 처참하기 그지없다. 40대 남성이 숨졌는데, 살인 혐의로 체포된 이는 늙은 아버지였다. 중학교에서 30년 이상 교편을 잡았던 부친은 평생 범죄와 무관했던 시민이었다. 한데 남성의 어머니는 남편을 원망하지 않았다. “지금껏 버틸 수 있었던 것도 남편 덕분”이라며 눈물 흘렸다.
숨진 아들은 어려서부터 정신질환을 앓았다. 강박증과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던 그는 20대에 들어서자 어머니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공포에 짓눌린 부인을 지키기 위해 남편은 아들을 가족과 분리시켰다. 아들을 원룸으로 독립시키고, 자신이 매일 찾아가 잠들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렇게 보낸 20년 세월. 하지만 상태는 호전되질 않았고, 잠시 집에 들렀던 아들이 또다시 어머니에게 손찌검을 하자…. 아버지는 평정심을 잃고 말았다.
선뜻 권하긴 쉽지 않은 책이다. ‘어떻게 가족이 이럴 수 있나.’ 세상은 누구나 남의 일엔 쉽게 판정을 내린다. 물론 살인은 용서받지 못할 범죄이며, 존속살인은 더욱 반인륜적이다. 하지만 어떤 일들은 함부로 평가의 잣대를 갖다 대선 안 된다. 저자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가족 문제는 갈수록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복잡하고 무거운 현실과 공적 지원의 문제에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솔직히 이런 조언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이웃나라의 현실이 결코 남의 얘기로 들리지 않기에 마음이 무겁고 씁쓸해진다.
알고 보니 이 사건에는 심각한 ‘노노(老老) 간병’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노노 간병은 환자와 간병인이 모두 65세 이상으로 주로 집에서 이뤄지는 간병을 뜻한다. 2019년 기준 일본에선 재택 간병의 59.7%가 노노 간병이었다.
이 부부도 원래는 금실이 좋기로 유명했다. 하지만 2009년 남편이 뇌출혈로 쓰러지며 시련을 맞았다. 부인은 “남편 간병은 내가 책임진다”며 치료에 헌신했지만, 2014년 남편은 또다시 뇌출혈로 쓰러지며 상황은 악화됐다.
갈수록 심리적으로도 불안한 남편 옆에서 부인도 조금씩 지쳐 갔다. 극심한 우울증에 빠져 자살 충동도 여러 차례 느꼈다. 하지만 부인은 처방약을 먹으면서도 간병을 이어갔다. 사건이 일어난 뒤, 부인을 상담한 적 있던 돌봄 매니저는 “혼자 책임지려 하지 말고 주위에 도움을 요청했다면 이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빈곤, 범죄 등 사회 문제를 파헤쳐 온 르포 작가인 저자는 최근 일본에서 늘어나는 ‘가족 살인 사건’을 면밀히 들여다봤다. 2015년부터 벌어진 일곱 가족의 비극을 다뤘다. 아동학대와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돌봄 포기 등 여러 사연이 얽혀 있다.
2018년 도쿄의 한 주택가에서 벌어진 사건도 허망하고 처참하기 그지없다. 40대 남성이 숨졌는데, 살인 혐의로 체포된 이는 늙은 아버지였다. 중학교에서 30년 이상 교편을 잡았던 부친은 평생 범죄와 무관했던 시민이었다. 한데 남성의 어머니는 남편을 원망하지 않았다. “지금껏 버틸 수 있었던 것도 남편 덕분”이라며 눈물 흘렸다.
숨진 아들은 어려서부터 정신질환을 앓았다. 강박증과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던 그는 20대에 들어서자 어머니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공포에 짓눌린 부인을 지키기 위해 남편은 아들을 가족과 분리시켰다. 아들을 원룸으로 독립시키고, 자신이 매일 찾아가 잠들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렇게 보낸 20년 세월. 하지만 상태는 호전되질 않았고, 잠시 집에 들렀던 아들이 또다시 어머니에게 손찌검을 하자…. 아버지는 평정심을 잃고 말았다.
선뜻 권하긴 쉽지 않은 책이다. ‘어떻게 가족이 이럴 수 있나.’ 세상은 누구나 남의 일엔 쉽게 판정을 내린다. 물론 살인은 용서받지 못할 범죄이며, 존속살인은 더욱 반인륜적이다. 하지만 어떤 일들은 함부로 평가의 잣대를 갖다 대선 안 된다. 저자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가족 문제는 갈수록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복잡하고 무거운 현실과 공적 지원의 문제에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솔직히 이런 조언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이웃나라의 현실이 결코 남의 얘기로 들리지 않기에 마음이 무겁고 씁쓸해진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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