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만능주의’ 시카고학파…어떻게 세계경제를 주물렀나

정진수 2022. 11. 12.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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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12월, 시카고대학의 보수파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타임의 표지를 장식했다.

세계 최대 주간지에 실린 이 한 장의 사진은 미국, 더 나아가 세계 경제에서 '신자유주의' 득세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1979∼1987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지낸 폴 볼커조차 젊은 시절에는 데이터나 정리하면서 푸대접을 받으며 일할 만큼 경제학자를 위한 자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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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의 시대/빈야민 애펠바움/김지원 옮김/부키/3만5000원 

1969년 12월, 시카고대학의 보수파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타임의 표지를 장식했다. 세계 최대 주간지에 실린 이 한 장의 사진은 미국, 더 나아가 세계 경제에서 ‘신자유주의’ 득세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1960년 중반까지만 해도 미국은 철저히 ‘케인스주의’를 근간으로 움직였다. 온도 조절 장치로 온도를 맞추듯 정부가 경제를 조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 케인스주의는 1929년 대공황과 두 차례 세계대전이라는 굵직한 사건에서 위기의 자본주의를 건져 올리며 대세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1965년부터 불거진 인플레이션으로 상황은 급변했다. 정부의 개입이 중요했던 케인스주의를 벗어나 통화정책 외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라는 주장이 힘을 얻은 것이다.
빈야민 애펠바움/김지원 옮김/부키/3만5000원 
뉴욕타임스(NYT) 경제 및 비즈니스 분야의 주필인 빈야민 애펠바움은 1969년부터 2008년까지 40년을 ‘경제학자의 시대’로 규정했다. 밀턴 프리드먼을 위시한 ‘시카고학파’의 경제학자들이 ‘골방’에서 벗어나 사회 요직에 포진하게 된 상황을 빗댄 것이다. 1979∼1987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지낸 폴 볼커조차 젊은 시절에는 데이터나 정리하면서 푸대접을 받으며 일할 만큼 경제학자를 위한 자리는 없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권력을 장악한 보수 경제학자들은 1970년 연준 의장, 1972년 재무장관 등 정치·사회 요직에 포진하며 사회정책 전반에 개입했다. 정부가 임용한 경제학자 수는 1950년대 중반 2000여명에서 1970년대에는 6000여명으로 늘어났다. 조지 스티글러, 조지 슐츠, 에런 디렉터, 로버트 루커스, 토머스 셸링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보수 경제학자들은 ‘경제학’을 기반으로 다양한 정책을 착착 실현해 나갔다. 과세와 공공지출을 제한하고 규모가 큰 경제부문에서 규제를 완화하며 세계화를 향한 길을 하나씩 마련하는가 하면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설득해 징병제를 폐지하고 연방 법원을 설득해 독점 금지법을 적극적으로 집행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기세등등하던 시카고학파의 신자유주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종말을 맞았다. ‘시장 만능주의’라는 믿음으로 풀어버린 규제가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데 따른 것이다.

‘경제학자의 시대’ 40년은 무엇을 남겼을까. ‘효율 중심’의 경제는 미국 사회 전반에 번영을 가져왔지만, 대신 공평한 분배를 잃었다. 성장을 통한 편익은 소수 특권층의 호주머니에 들어가고, 제조업은 빠르게 쇠퇴했다. 1971년 상위 10%의 가구는 총소득의 31%를 벌었지만 2016년 상위 10% 가구는 48%의 부를 가져갔다.

신자유주의 경제의 태동부터 몰락, 그 유산과 한계를 세밀하게 그린 저자는 마지막에 말한다. “한 사회를 평가하는 척도는 피라미드 계층 구조에서 가장 윗단에 속한 사람들의 삶의 질이 아니라 가장 아랫단에 속한 사람들의 질”이라고.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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