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파일] 주택시장의 구원투수

배현정 2022. 11. 12.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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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정 경제산업부문 기자
힘을 잃은 주택시장에 구원투수가 등판할까. 시장 경착륙 우려에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10일 열린 제3차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선 규제지역을 풀고 대출 규제 해제를 조기 시행하는 등 규제완화 패키지를 내놨다. 서울과 과천, 성남(분당·수정), 하남, 광명을 제외한 전 지역이 부동산 규제지역에서 풀렸다. 고금리로 부동산시장이 냉각되자 규제지역 해제 확대에 나선 것이다. 이런 규제 해제와 대출 확대에도 시장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고금리로 꽁꽁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을 녹이기엔 다소 약한 대책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날 발표에서 부동산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예고가 하나 나왔다. 등록임대사업제 정상화 방안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세부 계획은 연내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향후 1~2개월간 시장과 소통하는 과정을 거쳐 세제 인하 방안과 해당 주택 유형 등 세부 사항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역대급 하락장에서 시장을 살릴 구원투수가 필요한데, 정부가 투자 여력이 있는 다주택자에게 등판을 요청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분양 아파트는 9월말 4만1604가구로 한달 새 27.1% 늘었다. [뉴스1 ]
지난 집값 급등기에 극심한 혼란을 겪은 사람들 가운데 주택임대사업자가 있다. 2017년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주도로 주택임대사업을 독려하는 방안을 쏟아냈다가 불과 1년 만에 정책을 뒤집었다. 당초 정부는 등록임대사업자를 전·월세 공급자의 관점에서 장기간 주택을 임대하면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감면 등 여러 혜택을 부여했다. 그러나 집값이 숨 가쁘게 뛰자 돌연 과도한 혜택이라며 대거 약속을 취소했다.

현재 임대등록 주택에서 아파트는 제외되고 단독·연립주택에 대한 10년 임대등록사업만 남았다. 기존 4년, 8년 임대제도도 사라졌다. 소급 과세도 논란이 됐다. 임대사업 등록 당시 약속한 혜택을 돌연 축소해 반발을 샀다. 한 등록임대사업자는 “국가가 나서서 세법을 소급 적용하는 것은 평생 처음이었다. 해지하면 과태료 3000만원이라 완전히 독 안에 든 쥐가 된 기분이었다”고 배신감을 토로했다. 다른 임대사업자도 “한 번 속지, 두 번 속나. 축소한 제도를 원안대로 돌려놓으라”고 했다.

주택임대사업자의 부활은 또다시 ‘뜨거운 감자’가 될 공산이 적잖다. 세상 제일 쩨쩨하고 치사한 일 중 하나가 ‘줬다 뺏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다시 주겠다면? 정부가 말 많고 탈 많은 이 카드를 꺼내든 것은 그만큼 다급해졌다는 뜻일 게다. 9월 기준 미분양 아파트는 4만1604가구로 전월 대비 27.1%나 늘었다. 한 투자자는 “집값이 상승할 때도 매수에 나서지 않던 무주택자가 과연 금리가 치솟고 집값이 떨어지는 시기에 무서워서 집을 살 수 있겠나. 시장을 연착륙시키려면 주택 매수의 경험이 많은 다주택자들이 거래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임대시장의 60% 이상은 개인이 제공하는 임대에 의존하고 있다. 문제는 국민 정서상 다주택자에 대한 혜택 조율이 쉽지 않다는 것. 때문에 임대사업자들은 활황기에는 투기꾼이 됐다가, 혹한기에는 다시 구원투수로 구애를 받고 있다.

연내 발표할 등록임대 정상화 방안은 과연 어떻게 정상화될까. 아파트가 다시 등록임대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단기 임대제도의 부활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가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 민간 임대주택공급자의 역할도 중요하다”며 “임대기간, 임대료 상한 등 조건을 면밀히 살펴 다주택자들이 임대차시장에 기여하면서 세제 혜택을 얻는 밸런스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현정 경제산업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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