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엔 당뇨 합병증 악화, 주 3회 이상 운동·식단 관리해야

김선영 2022. 11. 12.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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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환자 600만 명 시대가 도래했다. 당뇨병 고위험군인 당뇨병 전 단계 인구가 약 1583만 명인 점을 고려하면 국민 2000만 명 이상이 당뇨병 위험에 시달리고 있단 뜻이다. 대한당뇨병학회가 2050년에나 도달할 것으로 예측한 환자 수(591만 명)를 30년 앞서 추월했다. 가히 당뇨병 대란의 위기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대한당뇨병학회 원규장 이사장은 “우리나라 당뇨병 유병률이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당뇨병은 고혈압, 이상지질혈증과 같은 다른 만성질환뿐 아니라 심혈관 질환, 신장 질환 등의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초기부터 통합적이면서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격한 체온 변화는 당뇨발에 악영향

당뇨병은 혈액 내 포도당이 과도하게 쌓이고 넘쳐 소변으로 빠져나오는 상태다. 연중 관리가 필요한 대표적인 질환이다. 특히나 기온이 크게 떨어지는 겨울철엔 혈당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합병증이 악화하는 사례가 늘기 때문에 당뇨인도 월동 준비가 필요하다. 혈관은 추위에 민감한 편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혈관과 신경, 근육이 위축해 혈액순환이 잘 안 된다. 차가운 공기에 말초신경이 노출되면 팔다리로 가는 혈액의 흐름이 나빠져 손발 끝이 저리고 시리며 화끈거리는 증상이 생긴다. 특히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한 발에 악영향을 줘 당뇨발이 생기거나 악화할 수 있다. 당뇨발은 당뇨병 환자 발에 생긴 신경병증이다. 작은 상처도 잘 낫지 않아 관리에 소홀할 경우 궤양으로 악화하는 수순을 밟는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활동량이 점점 줄어드는 것도 문제다. 인제대 일산백병원 내분비내과 홍재원 교수는 “날씨가 추워지면 신체 활동과 운동량이 줄고 체중이 늘어 당뇨병이 악화하기 쉽다”며 “상태가 안 좋을 경우 면역력이 떨어져 폐렴과 같은 각종 감염에 취약해지고 심장 질환 등의 합병증 발생이 늘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감염 질환에 노출되면 몸속에선 스트레스 상태가 유발돼 혈당을 높이는 호르몬 분비는 늘고 인슐린 효과는 떨어져 혈당 조절을 방해한다. 또 식욕이 왕성해져 식단 관리에 애를 먹기 십상이다. 날씨가 추워 활동량이 줄면 몸은 에너지를 저장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식욕이 늘어나는 데다 일조량이 줄어 비타민D가 부족해지면서 혈당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그래픽=양유정 yang.yujeong@joongang.co.kr
이렇듯 당뇨병 환자는 겨울을 앞두고 마음가짐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얼마나 먹고 무엇을 먹으며 몸을 얼마만큼 부지런히 움직이느냐에 따라 당뇨병 관리의 성패가 갈리기 때문이다. 생활습관 교정이 첫걸음이다. 기본적으론 실내외 온도 차가 커지므로 체온 유지와 보온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당뇨합병증으로 당뇨발이 생긴 환자라면 더욱 그렇다. 급격한 체온 변화는 말초혈관의 혈액순환을 방해해 초기 염증 단계에서 상처 회복 속도를 떨어뜨리고 신생혈관을 생성하는 물질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발 보호를 위해 조이지 않으면서도 두툼한 양말을 신는 것이 좋다. 발을 항상 청결하게 유지하고 씻은 후 발가락 사이를 바짝 말린다.

날씨가 추우면 건조해져 가려워 긁다가 상처가 날 수 있다. 발에 보습 크림을 충분히 발라 피부 기름막을 유지해주는 게 좋다. 발에 직접 닿는 전열 기구 사용은 자제하고, 춥다고 스타킹이나 레깅스를 신으면 하체가 압박을 받으므로 착용을 피한다. 의정부을지대병원 내분비내과 이문규 교수는 “당뇨발은 작은 상처나 염증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예방이 중요하다”며 “핀셋, 손톱깎이, 손톱 가위 등으로 상처를 건드리면 2차 감염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함부로 만지지 말고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당뇨인에게 운동은 동반자와도 같다. 혈당 수치를 직접 떨어뜨리고 식사요법과 상호보완작용을 하며 위축되기 쉬운 근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합병증을 예방하는 동시에 스트레스 해소에 좋아 정신 건강에 이롭다. 기온이 떨어지는 시기엔 집안에 웅크려 있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래도 일상생활에서 활동량을 늘리는 노력부터 해본다. 출퇴근 시간에 한 정거장 먼저 내려 걷기,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계단 오르기, 아침 체조 등이다. 운동은 일시적으로 해선 효과를 보기 어렵다. 취향에 맞는 종목을 골라 하루 300㎉ 이상 소비할 수 있도록 운동하는 습관을 들인다. 혈당강하제 사용자는 너무 격렬한 운동을 하면 저혈당이 올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홍 교수는 “일주일에 적어도 3일 이상의 유산소·저항성 운동을 유지해야 한다”며 “다만 저혈당을 예방하기 위해 식후에 운동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새벽보단 따뜻한 햇볕이 있는 낮에 운동하고 한겨울엔 실내 운동이 권장된다.

운동했다고 안심하고 많이 먹으면 낭패를 본다. 운동량에 비해 소모되는 칼로리의 양이 의외로 적다. 항상 올바른 식습관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일조량이 줄어드는 이맘때부턴 세로토닌 분비가 감소한다. 뇌에선 부족한 세로토닌을 보충하기 위해 원료 격인 탄수화물을 찾게 된다. 식욕이 왕성해져 고탄수화물·고지방 식품이 당길 수 있다. 그러나 어느 한 영양소라도 부족하거나 과다하게 섭취하면 영양 균형이 깨져 혈당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다. 좋은 영양 상태를 유지하도록 곡류군·어육류군·채소군·지방군·우유군·과일군을 고루 먹는 습관을 갖는다. 이때 농축된 열량원이자 소화·흡수가 빠른 단순 당보다 복합 당, 포화지방·트랜스지방보다 불포화지방산·식물성 기름을 먹도록 한다.

당뇨인 술 먹으면 저혈당 발생 위험

아침 식사를 거르지 말고 매일 일정한 시간에 알맞은 양의 음식을 먹으면 공복이 길지 않아 식욕 조절에도 용이하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술자리에 갈 일이 많아진다. 당뇨인이 음주할 경우 저혈당 발생 위험이 있다. 혈당강하제를 복용하거나 인슐린을 주사하는 사람은 금주하고, 혈당 조절이 잘 되더라도 1잔 이내로 제한할 것을 권한다. 맥주·와인·막걸리와 같은 양조주보단 소주·위스키·브랜디 등의 증류주가 그나마 낫다. 음주한 다음 날 아침엔 저혈당이 올 수 있으므로 반드시 혈당검사를 하고 아침 식사를 챙겨 먹는다.

무엇보다 자가 혈당 체크를 빠뜨려선 안 된다. 자신의 몸 상태를 직접 체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홍 교수는 “운동, 식사요법, 생활습관 개선 등의 효과를 직접 확인해 혈당 조절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최고의 자료”라며 “진료 예약 날짜가 많이 남았더라도 혈당이 적정 수준에서 너무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경우 먼저 주치의를 만나 상의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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