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논평] 우는 자와 함께 울라 - 정종훈 교수

CBS노컷뉴스 오요셉 기자 2022. 11. 12.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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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2주가 되어가는 시점입니다. 꿈과 열정으로 가득 찼을 유명을 달리한 156명의 희생자들과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비통해하는 유가족들, 지금도 치료를 받고 있는 부상자들과 트라우마 속에서 가위눌리고 있을 현장 목격자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하나님의 평화와 위로가 그들 가운데, 그리고 우리 가운데 함께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그러나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정부 관계자들이 사과조차 안 하거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안 하고, 여전히 책임을 떠넘기는 것을 보노라면 분노가 치밀어오릅니다.

지금 우리는 정부 관계자들의 직무유기로 인해서 살날이 훨씬 많았을 억울하게 죽은 156명의 희생자들을 생각하며 울어야 합니다. 우리가 운다고 해서 그들이 다시 돌아오는 것은 아닐지라도 그들이 우리를 대신해 희생당한 것을 기억하며 울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운다고 해서 유가족들과 친구들의 애간장 끊어지는 비통함이 다 위로받을 수는 없을지라도 우리는 그들을 공감하며 울어야 하는 것입니다. 국가애도 기간이 끝났다고 해서 우리가 우는 것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이태원 참사의 억울함과 비통함, 안타까움은 문제의 근원이 해결될 때까지 지속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수께서는 나인성 과부의 아들이 죽었을 때 과부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그 아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셨습니다. 예수께서는 친구 나사로가 죽었을 때, 우는 마리아와 우는 유대인들을 보며 비통하게 여기셨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그리고 나서야 나사로를 무덤에서 나오게 하셨습니다.

예수께서는 문제를 당장 해결하기 위해서 '일어나라', '무덤에서 나오라' 말씀하시기 전에 불쌍히 여기는 마음과 비통한 마음 공감을 보이셨고, 심지어 함께 우셨음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예수의 기적이 무심하게 일어났던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의 안타까운 상황을 공감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우는 데서 일어났음을 직시해야 합니다.

5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도로에서 촛불행동 주최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 촛불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우리 사회와 세계 도처에서 참사가 일어나면 오만불손한 말과 행동이 난무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태원 참사에서도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억울하게 죽은 희생자들을 탓하며 국적 없는 외국 문화에 생각 없이 왜 참가했느냐고 비난합니다. 좁은 골목에서 앞사람을 일부러 밀치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마녀사냥으로 책임을 회피하려고 합니다.

여당의 한 국회의원은 정부 관계자들의 책임을 묻기는커녕, 하필이면 젊은 여성들이 왜 그렇게 많이 몰렸느냐, 경찰신고가 쇄도하는 상황에서 공영방송사는 사태의 심각성을 왜 보도하지 않았느냐고 다그칩니다. 심지어 어느 목사는 윤 대통령을 탄핵하기 위해서 북한의 공작원이 개입한 것이라며 빨갱이 논리를 끄집어옵니다. 이는 참사의 진실을 왜곡하고, 희생자와 유가족을 우롱하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도모해야 할 시점에 정부와 서울시와 용산구는 무슨 대책을 수립했는지 물어야 합니다. 생명의 위급함을 알리는 119 전화가 참사 전에 79건이나 쇄도했다고 하는데, 그때 대통령과 행정안전부 장관은 무엇을 했는지, 서울 시장과 용산구청장은 무엇을 했는지, 또한 경찰청장과 경찰서장은 무엇을 했는지 물어야 합니다. 1조 5000억원의 비용으로 구축했다는 재난안전정보 기반의 위기경보시스템은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 물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는 참사가 일어났을 때는 크게 소리 지르지만, 사후에는 안전시스템과 대책 메뉴얼의 구비 여부를 왜 감독하지 않았는지 물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 물음들의 대답이 있기 전까지는 우는 정도를 지나 통곡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그리스도인은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위해서, 그리고 나라다운 나라를 세우기 위해서 간절히 기도해야 하고, 기도한 후에는 더욱 책임있게 행동해야 할 것입니다.

CBS 논평이었습니다.

[정종훈 교수 / 연세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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