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크게 늘면서 고배당 기대 ‘교집합 종목’ 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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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배당시즌 투자 가이드
364억 달러(약 50조원).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올해 들어 매수한 옥시덴탈페트롤리움의 주식 규모다. 올해 2월부터 이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하자 투자자들 사이에선 기업의 실적과 배당을 중요시하는 그간의 투자 철학과 맞지 않는다는 의구심이 커지기도 했다. 미국 에너지 기업 옥시덴탈페트롤리움 지난 2020년 1분기만 해도 배당수익률이 25.3%에 달하던 고배당주였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국제유가가 바닥을 찍자 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지난해 배당수익률은 0.2%대에 그쳤던 탓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진가가 드러났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10월 말 옥시덴탈페트롤리움의 주가는 72.60달러를 기록하며 연초 주가(26.98 달러)보다 130%나 뛰었다. 올 2분기 영업이익은 47억3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26% 증가했고, 배당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최근 상황만 놓고 보면, 워렌버핏은 그의 철학대로 저가 매수 기회를 놓치지 않은 셈이다. 콜 스마드 캐피털매니지먼트 대표는 월스트릿저널을 통해 “주식 시장 급락은 대부분의 투자자들에게 나쁜 소식이었겠지만 워런 버핏에겐 아니었다”며 “이것이 그가 부유해진 방법”이라고 말했다.
12월 27일까지 매수해야 배당받아
코스피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증시에서도 배당주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배당주가 강세를 띄는 연말 배당 시즌에 맞춰 배당주 저가 매수 기회를 잡으려는 투자자들이 속속 행동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8월부터 9월말까지 2개월간 배당주 펀드로 유입된 자금 규모는 3172억원에 이른다. 이정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 같은 시장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배당주를 찾는 이유는 주식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변동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단기간 주식시장 붕괴가 벌어지지 않는다면, 배당주가 시장 수익률을 웃돌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높은 배당수익만을 기대하며 투자해선 위험하다고 입을 모은다. 자금 시장이 얼어붙고, 경기 부진이 체감되기 시작한 지금 같은 상황에선 단순히 고배당주를 쫓을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종목 가운데 높은 배당수익률이 기대되는 종목을 선택해야 한다는 얘기다. 예컨대 영업이익이 부진한 기업은 향후 배당도 줄일 가능성이 높지만 반대의 경우는 안정적으로 배당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이익 증가가 예상되면서 고배당이 기대되는 종목을 주목하면 성과를 내는 데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JB금융지주는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3.6% 증가한 가운데, 지난 1일 기준 배당수익률이 9.58%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JB금융지주는 올해 기준 금리 인상 흐름 속에서 전북은행과 광주은행 등 주력 계열사의 이자이익이 크게 늘면서 연간 804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2위를 차지한 BNK금융지주 역시 BNK부산은행, BNK투자증권 등 계열회사들의 호조 속에 9.45%의 배당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BNK금융지주의 영업이익 성장률 시장전망치는 전년 대비 10.6%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3위도 금융주 차지다. 우리은행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금융지주(9.17%)도 9%대가 넘는 배당수익률이 예상된다. 기업은행(8.08%)과 삼성카드(7.76%), 하나금융지주(7.73%)도 10위권 내에 포진했다. 배당수익률 상위 10곳 중 6곳은 금융주가 차지한 셈이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주들은 최근 이익 증가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은 높아졌으나 증시 부진 속에 주가는 그에 맞춰 상승하지 못했다”며 “저평가 정도가 심해진 만큼 배당수익률이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런 버핏이 선택한 에너지주는 국내에서도 배당수익률 상위에 포진했다. 시장전망치 기준으로 올해 영업이익이 98.6% 늘어날 것으로 여겨지는 에쓰오일의 배당수익률은 7.93%에 달하며 비금융주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에쓰오일은 올해 상반기 유가 급등세 속에 정제마진이 확대되며 역대 최대인 3조원대 영업이익을 냈다. 3분기 들어 ‘킹달러’ 기조 속에 환차손이 늘어나고 있지만, 윤활유 부문이 실적을 방어하며 올해 4조251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전망이다. 에너지주 중에서는 GS칼텍스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GS그룹의 지주사 GS와 한국가스공사 등도 올해 배당수익률이 각각 6.07%, 5.95%로 추정되고 있다.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고 있는 통신주도 대표적인 배당주로 꼽힌다. 국내 1위 이동통신사업자 SK텔레콤은 올해 영업이익이 20.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배당수익률이 6.86%를 기록할 전망이다. 2위와 3위 사업자인 KT와 LG유플러스의 배당수익률은 각각 5.83%, 5.58%를 기록할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이들 종목에서 배당을 받으려면 결산일까지 주식을 보유해야 한다. 올해 국내 증시의 마지막 영업일은 12월29일이므로 이틀전인 12월27일까지는 해당 종목을 매수해야 한다는 얘기다.
금리 인상 리스크 영향 크지 않을 듯
전문가들은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는 증시 부진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인플레이션이 부담되는 상황에서 증시에 추가 조정이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주식에 투자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배당주 투자 메리트는 여전하다고 평가한다. 김지영 베어링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배당본부장은 “배당주는 지금처럼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리스크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되곤 했다”며 “코스피 배당 수익률은 정기예금 금리를 지속적으로 웃돌고 있어 금리 상승 리스크가 배당주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배당주는 과거 국내 증시가 하락하던 시기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적을 올리곤 했다. 예컨대 2001년 이후 코스피가 중장기 하락 흐름을 보였던 4번의 사례(2002년 카드채 부실 사태, 2008년 금융위기,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 시기, 2018년 미·중 무역분쟁 및 반도체 업황 둔화)에서 모두 배당주가 코스피 전체 수익률을 웃돌았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 지수의 바닥이 어딘지 판단하기 어려운 시점이라 여전히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지만 주가 하락으로 배당수익률이 시장 금리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며 “과거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배당주가 양호한 성적을 냈다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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