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저축 이자 1.8%, 대출 금리 6%대…“약탈 수준” 가입자 분통
서민 울리는 주택청약저축
주택청약종합저축(이하 청약저축)이 서민들을 두 번 울린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청약저축 가입자에게 이자는 ‘찔끔’ 주면서 이를 담보로 돈을 빌릴 때는 고금리 이자를 물게 해서다. 7년째 연 1.8%(2년 이상 예치 기준) 이자를 적용해온 청약저축의 금리는 이달 중 2.1%로 소폭 인상될 예정이다. 반면 청약저축을 담보로 한 대출 이자는 은행에 따라 상이하고, 현재 최고 연 6%대 금리로 가입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1.8%로 동결됐던 청약저축의 적용금리가 0.3%포인트 인상된다. 기준금리가 연 3%까지 오르고, 시중은행 은행 예금 금리가 최고 연 5%를 넘어서면서 격차 해소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청약저축 금리는 현재 1.8%에서 2.1%로 인상될 예정이다. 청약저축의 금리 인상은 6년 3개월 만이다. 청약저축 적용 금리는 2016년 8월부터 연 1.8%에 묶여 있어 시장금리와 동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최근 금리 인상 기조로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3%로 올라서자 청약저축 이자율 조정에 대한 목소리도 커졌다. 청약저축 가입자 수는 지난 9월 말 기준 2697만명, 예치금은 105조원에 이른다. 우리나라 국민 2명 중 1명 이상이 가입했다.
청약저축, 국민 2명중 1명 이상 가입
실제 기존 청약통장(청약저축+청약부금+청약예금 등)의 과거 금리 추이를 보면 2012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25%에서 3.2%로 낮췄을 때도 청약통장 이자율은 4.5%가 적용됐다. 이때 청약통장은 고금리통장으로 불리며 재테크 상품으로도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금리 인하기가 오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2015년 3월 1.75%이던 기준금리는 2016년 6월에는 1.25%로 낮아졌다. 이 시기 청약통장 이자율은 기준금리보다 훨씬 더 가파르게 떨어졌다. 2015년 2월만 해도 3.0%였던 금리는 2015년 3월 2.8%→6월 2.5%→10월 2.2%로 낮아지고, 2016년 1월 2%, 8월에는 1.8%로 떨어진 후 6년 3개월째 이 금리를 유지해왔다.
이 기간 기준금리는 0.5%포인트 낮아진데 반해 청약저축 금리는 1.2%포인트로 2배 넘게 떨어진 셈이다. 그러다 고금리 시대가 펼쳐지면서 상황은 또 정반대가 됐다. 올해 2월 1.25%였던 기준금리는 10월엔 3%로 무려 1.75%포인트가 인상된 데 반해, 청약저축의 금리는 0.3%포인트 올라가는데 그쳤다. 청약저축의 금리는 국민주택기금운용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토교통부 장관이 고시한다. 국토부는 시중금리 인상만큼 이자율을 조정하면 주택 구입 및 전세대출의 금리를 높여야 하고, 주택도시기금의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주택도시기금은 청약저축, 국민주택채권 등을 통해 조성한 자금을 임대주택 건설, 무주택 서민에 대한 주택구입 및 전세대출 저리대출 등 다양한 주거복지 사업의 재원으로 사용된다. 권혁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이번 금리 인상이 최근 기준금리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나, 이는 청약저축 가입 등의 편익 증진과 함께 기금 대출자의 이자 부담, 기금의 재무건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들 “대출 재원 활용 못하는데 억울”
그런데 그 이율이 천차만별이다. 11월 8일 기준 하나은행의 주택청약 담보대출 금리가 6.65%(전자금융 신청 시 6.15%)로 가장 높았다. 이어 농협은행의 담보대출 금리가 6.25%로 부담이 컸다. 이에 반해 상대적으로 이율이 낮은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의 금리는 각각 3.04%, 3.62%였다. 똑같은 예금이자가 적용되는 청약저축을 담보로 해도 은행별로 대출 이자는 3%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담보예금이 주택청약인 경우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정해지는데, 은행별로 사용하는 기준금리가 CD금리, 코픽스(COFIX), 금융채 등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은행별로 가산금리도 1%에서 1.7%까지 차이가 벌어졌다.
특히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의 청약저축 담보대출 금리가 높은 것은 기준금리로 금융채(MOR)을 사용하고 있어서다. 7일 기준 금융채 1년물 금리는 4.95%에 이른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이 적용하는 신잔액 코픽스(2.04%)나 잔액 코픽스(2.52%)와 상당한 격차가 있다. 국민은행은 신규 코픽스(3.4%)와 신잔액코픽스(2.04%)를, 신한은행은 CD 3개월물(3.96%)을 각각 사용한다. 『내통장 사용설명서』의 저자인 이천 희망재무설계 대표는 “통장을 담보로 하는 대출의 금리는 ‘예금 이율+1~1.5%’를 적정 수준으로 본다”며 “청약저축의 담보대출 금리가 연 6%가 넘는다는 것은 약탈적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청약저축의 예금은 주택도시기금이 관리하기 때문에, 은행이 대출 재원으로 활용할 수 없다. 은행은 청약저축의 출납을 대행하는 역할이어서 일반 예·적금 통장과는 달리 봐야 한다는 얘기다. 또 예상치 못한 고금리 시대의 도래로, 은행이 과도한 대출 기준을 적용하는 것처럼 보여진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이든, 신용대출이든, 예금담보대출이든 모든 대출 상품을 취급할 때 금융채를 연동해 사용해왔다”며 “시장금리가 많이 오르면서 금융채 금리가 상당히 높아졌는데, 기준금리 인상 전에는 오히려 제일 낮았다”고 말했다. NH농협은행 관계자도 “현재 금융채가 코픽스에 비해 많이 높아서 대출 금리가 과도하게 보이는 착시 현상이 있는데, 과거에는 코픽스보다 낮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비대면 대출 방식으로는 금융채 1년을 일괄 적용하고 있으나, 은행 창구에선 이보다 금리가 낮은 금융채 6개월물도 선택할 수 있다”며 “최근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금융채 금리가 급등하며 벌어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지만, 현 상황에 맞는 대출상품의 기준금리 적용방식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청약저축을 지나치게 수익 관점에서 바라보는 건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청약저축의 본질적 목적은 청약 자격을 얻는 것으로 일반 예금통장과는 비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민복기 한국가계재무연구소 소장(한국금융연구원 외래교수)은 “금리와 같은 부가서비스를 이유로 본질적인 중심이 흔들려 청약저축을 해지하는 등의 궤도 이탈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통계에 따르면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계좌)수는 7월 말(2701만9253명)부터 줄기 시작해 9월 말에는 2600만명대(2696만9838명)로 떨어졌다. 2009년 청약저축이 출시된 이후 가입자 수가 줄어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이탈자 규모도 7월 1만2658명, 8월 1만5711명, 9월 3만3704명으로 점점 늘어나고 있다. 최근 청약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분양시장에서 미분양이 늘어나는데다 청약통장의 이자가 낮은 점 등이 가입자 이탈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오래된 청약통장의 강력한 무기는 청약 시 ‘가점’이다. 통장 가입기간에 따라 최대 17점(6개월 미만 1점, 6개월 이상~1년 미만 2점부터 매년 1점 가산, 15년 이상 17점)이 부과된다. 투기과열지구 내 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는 100%, 전용 85㎡ 초과는 50%를 가점제로 분양한다. 조정대상지역에서는 전용 85㎡ 이하는 75%, 전용 85㎡ 초과는 30%에 가점제를 적용한다. 비규제지역은 전용 85㎡ 이하는 가점제 40% 이하로 입주자를 선정한다. 현재 청약통장이 필요하지 않다고 없앴다 다시 가입하면 통장 가입기간에 따른 점수는 처음부터 다시 쌓아야 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이천 대표는 “현재 분양에 대한 관심이 줄었다고 해도 앞으로 시장 분위기가 어떻게 바뀔지 알기 어렵다. 청약 가점을 위한 통장을 쉽게 없애면 후회하기 쉽다”고 말했다.
배현정 기자 bae.hyu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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