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과로사 방지’ 농성 택배노조 간부들 구속영장 모두 기각

이혜리·김나연 기자 2022. 11. 11.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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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택배공대위 관계자들이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윤석열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택배기사의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택배사 CJ대한통운의 본사 점거 농성을 벌인 전국택배노동조합 간부들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11일 기각했다.

김상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택배노조 진경호 위원장과 김인봉 전 사무처장, 김경환 서울지부 사무국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김 부장판사는 진 위원장과 김 전 사무처장에 대해 “증거 인멸 염려가 소명되지 않았고 도망할 염려가 없다”며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사무국장에 대해서는 “범행 경위, 역할과 가담 정도, 주거 등을 종합해 볼 때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이준범)는 서울 남대문경찰서 신청에 따라 지난 9일 택배노조 간부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택배노조 간부들은 지난 2월10일 조합원 200여명이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에서 벌인 점거 농성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수사를 받았다. 경찰은 이들에게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 건조물 침입·공동 재물손괴 등) 혐의를 적용했다.

택배노조가 점거 농성에 돌입한 이유는 사회적 합의기구가 별도의 물건 분류 인력을 투입해 택배기사의 업무강도를 줄이는 내용의 과로사 대책을 만들었지만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노조는 합의기구가 분류 인력 투입과 고용·산재보험 가입 등에 필요한 원가 상승 요인을 170원으로 확인했지만 CJ대한통운이 실제 인상분을 노동환경 개선 등에 제대로 사용하지 않고 이윤으로 챙긴다고 지적했다.

점거 농성 배경에는 택배기사가 노동법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라는 점이 자리잡고 있다. 택배업계는 택배사가 대리점주와 화물 운송에 관한 계약을 맺고, 대리점주가 택배기사와 계약을 맺는 구조로 돼 있다.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와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다면서 택배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특수고용 노동자에게도 노동3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고, 중앙노동위원회는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들의 원청 사용자로서 택배노조와 교섭할 의무가 있다고 판정했다. CJ대한통운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고, 법적 다툼이 진행 중이다.

특수고용 노동자의 취약한 지위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이번에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교섭 대상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택배노조 농성은 불법이라고 밝혔다. 또 “설령 합법적인 파업 절차라고 하더라도 전면적·배타적인 사업장 점거는 불법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존재한다”며 농성이 정당하지 않다고 했다. 경찰은 택배노조 간부들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아 휴대전화에 저장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구속이 필요한 이유로 댔다.

택배노조는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윤석열 정권 전체에 불어닥친 위기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탈출구로 공안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앞 기자회견에서 이양수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택배노동자들이 수십명씩 죽어가며 택배 자본과 한국사회, 정부에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호소했지만 적반하장으로 구속하겠다고 한다”며 “노동자를 죽이는 윤석열 정권에 대항해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창 서비스연맹 사무처장은 “진짜 가해자 CJ대한통운은 쏙 빠지고 과로사로 죽지 않기 위해 발버둥친 진짜 피해자 택배노동자만 구속시키는 정치 검찰을 규탄한다”며 “구속하고 처벌받아야 할 것은 노동자가 아니라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 현재의 노동법 체계”라고 했다. CJ대한통운은 점거 농성으로 택배노조를 형사고소한 데 이어 20억원의 민사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제기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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