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주의인문정원] 축제와 참사
치안 권력의 무능이 부른 참사다
어느 날 우리에게 재앙으로 변한 축제와 참사 이야기를 해보자. 우리는 주기적으로 개기일식과 개기월식을 겪는 지구라는 별에 온 생명들이다. 우리는 이 별에서 사랑과 이별을 겪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음식을 먹으며, 얼마간의 사유재산을 모으고 인간관계를 관리하며 삶을 살아낸다. 불멸의 영혼을 얻지 못한 채 이 별에 온 게 우리 책임은 아닐 테다. 우리는 죽음에 대한 어떤 인지도 없는 염소나 바위가 아니라 하필이면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존재로 태어난다. 그리하여 천재건 괴짜건 간에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실존의 조건으로 굳어진다.
이태원에 몰린 과밀 인구로 인해 압사 사고가 일어났다. 도저히 일어나서는 안 되는 참사로 156명이 생명을 잃었다. 평온한 일요일 새벽에 뉴스로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서 일어난 참사 소식을 들었다. 처음엔 황당해서 긴가민가했다. 도심에서 대규모 압사 사고라니! 과연 이게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내 마음은 잿더미로 변하고, 피가 한꺼번에 머리로 몰리는 듯했다. 눈은 침침하고, 단풍마저도 잿빛으로 비쳤다. 참담함과 슬픔이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종일 허둥지둥하며 아무 일도 하지 못했다. 미칠 것 같았지만 미치지는 않았다. 나라 사회안전망의 허술함과 위기관리 능력의 부재에 어이가 없고 화가 솟구쳤다.
본디 이 축제는 아일랜드 켈트족의 샤먼을 섬기는 의식에서 유래한 것으로 귀신 복장과 무서운 분장을 한 젊은이들이 가장무도회같이 즐기는 행사다. 희생자에게 왜 우리 축제도 아닌 데를 갔느냐고 비난해서는 안 된다. 희생자 비난은 이 참사 책임에서 도망치려는 비열한 짓이다. 참사는 통제되지 않은 혼란과 압도적인 무질서에 꼼짝달싹 못하게 포박된 채로 당한 것이다. 희생자들 중 일부는 위기를 감지하고 구조 요청을 했다. 하지만 그 구조 요청에 응답을 받지 못한 채로 그들은 희생당했다. 그들을 덮친 재난에 불가항력적으로 휩쓸리는 불행으로 어처구니없이 압사당한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대통령은 참사 보고를 받은 뒤 곧바로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했지만 사과는 늦게 나왔다. 시민들은 추모공간에 나와 희생자들을 위해 헌화를 했다. 정부가 희생자를 기리는 분향소를 설치하고, 애도의 뜻으로 추모 리본을 다는 것으로 제 할 일을 다한 것이라는 생각은 몰염치한 일이다. 나는 진리가 편파적이라고 믿는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무한책임이 있지만 참사 순간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들,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며 책임의 몫을 슬쩍 뭉개려는 자들, 참사 수습이 먼저라면서 직무적·도덕적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자들을 용서하지 말자. 책임의 몫을 나눠야 마땅한 자에게는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책임을 묻자. 참사가 일어난 원인은 한 점의 모호함도 없다. 멍청아, 그건 치안 권력의 무능과 무사안일, 직무에 대한 나태함이 부른 참사야!
장석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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