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태 지역 안정, 우리 생존 직결”…한·아세안 연대구상 제안

심진용 기자 2022. 11. 11.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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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정상회의서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 발표
동포 간담회 참석한 윤 대통령 부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1일 캄보디아 프놈펜 소피텔호텔에서 열린 동포 간담회에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프놈펜 | 강윤중 기자
문 정부 ‘신남방’과 차별화한 역내 전략…미국의 인·태 전략에 보조
‘한국 기여 확대’ 강조…국방·경제안보 등 제도적 기반 확충하기로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밝힌 인도·태평양 전략은 ‘자유’와 ‘보편적 가치에 기초한 국제질서’에 방점을 찍으면서 미국의 인·태 전략에 조응한 것으로 평가된다. 자유·평화·번영을 3대 비전으로 삼고, 포용·신뢰·호혜의 3대 협력 원칙에 기반해 인·태 전략을 이행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독자적인 인·태 지역외교 전략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모두발언에서 “아세안을 비롯한 주요국과의 연대와 협력을 통해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보편적 가치에 기초한 규칙 기반의 국제질서”를 들어 한국의 역할과 기여 확대를 말했다. 이어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은 결코 용인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규칙에 기반하여 분쟁과 무력 충돌을 방지하고,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원칙이 지켜지도록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핵 비확산, 대테러, 해양·사이버·보건안보 분야의 협력 강화도 약속했다. 경제 분야 협력 원칙으로는 ‘개방적이고 공정한 경제질서’를 말했다. 윤 대통령은 “공급망 회복력, 포용적 경제·기술 생태계를 조성해 공동번영을 달성하고자 한다”고 했다. 기후변화와 디지털 격차, 보건 등 분야에서 적극적인 기여 외교 의지도 밝혔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직후부터 독자적인 인·태 전략 수립을 준비해왔다. 이후 6개월 만에 인·태 지역 핵심 당사자인 아세안 정상들 앞에서 이를 밝혔다. 독자적인 인·태 전략을 밝힌 것은 미·중 전략 경쟁 각축장이 된 아세안에서 미국식 인·태 전략에 한 발 더 가까이 가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자유’를 인·태 전략의 핵심 비전으로 삼고 ‘보편적 가치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강조한 점도 미국 인·태 전략에 보조를 맞추는 행보로 비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한 외교 전략을 아세안까지 확산해 본격 가동하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경제·통상 협력에 무게를 실은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은 미국의 인·태 전략과는 거리가 있는 지역 전략으로 평가돼 왔다.

윤 대통령은 “인도·태평양 지역 평화와 안정은 우리의 생존과 번영에 직결된다”며 “아세안은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가장 중요한 협력 파트너”라고 말했다. 아세안 정상들 앞에서 한국판 인·태 전략에 대한 협력과 지지를 요청한 셈이다.

윤 대통령은 “ ‘아세안 중심성’과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을 확고하게 지지하면서 아세안과의 협력을 심화,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비공개회의에서는 아세안과의 협력 강화를 위한 ‘한·아세안 연대구상’을 제시했다. 국방·안보와 경제안보 등을 우선 협력 분야로 두고 제도적 기반을 확충하자고 했다. ‘아세안 관련 협력기금’을 올해 기준 연간 2400만달러에서 2027년 4800만달러까지 증액하겠다고도 했다. 2024년 한·아세안 대화 관계 수립 35년에 맞춰 양자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프놈펜에서 4박6일의 동남아 순방 일정을 시작했다. 한·아세안 정상회의 전후로 훈 센 캄보디아 총리,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각각 가졌다. 윤 대통령은 13일까지 프놈펜에서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일정을 소화한 후 인도네시아 발리로 넘어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프놈펜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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