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주차장 승용차 열쇠로 긁은 50대, CCTV에 딱 걸렸네

▲ 춘천지법 원주지원 전경.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된 승용차의 운전석 문짝을 열쇠로 긁어 흠집을 낸 50대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2단독(이지수 판사)은 최근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A(55)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9일 오전 2시 7분쯤 원주시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승용차의 운전석 문짝을 열쇠로 긁어 흠집이 생기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정에 선 A씨는 자동차 옆을 지나가는 과정에서 우발적인 접촉이 있었을 뿐 재물을 손괴할 고의가 없었고, 범행 동기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승용차의 흠집은 다른 장소에서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A씨는 수사기관이 열쇠를 촬영하기 전 자신의 동의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지수 판사는 “아파트 CCTV에는 A씨가 주차된 승용차를 지나갈 때 왼손에 든 무언가로 긁는 것처럼 행동하는 장면이 확인된다”며 “왼손을 뻗어 문짝에 접촉했다가 다시 한 번 확실하게 손에 든 물건으로 차량을 좌우 방향으로 긁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영상에서 A씨 손에 열쇠로 추정되는 물건을 든 모습이 포착됐고, 다분히 고의가 있었다고 강하게 추단된다”며 “A씨는 피해자와 일면식도 없어 범행할 동기가 없었다고 주장하는데, 범행 동기가 밝혀지지 않았다고 해도 범죄 성립을 인정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열쇠의 증거 능력에 대해선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A씨에게 열쇠꾸러미를 사진으로 촬영해도 되냐고 물었고, A씨는 마음대로 하라는 취지로 답변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증거를 수집하는 데 위법이 있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배상철 bsc@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