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소니·소프트뱅크 합작… ‘반도체 왕국’ 재건 나서

도쿄/성호철 특파원 2022. 11. 11.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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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社, 반도체 회사 ‘라피더스’ 설립
삼성·TSMC를 경쟁 상대로 제조
일본 정부 “당장 6500억원 지원”
/AP 연합뉴스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이 1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학계·산업계가 하나로 뭉쳐,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라피더스에 700억엔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도요타자동차·소니·소프트뱅크 등 일본의 간판 기업 8곳이 히노마루(일장기) 반도체 부활을 위해 손을 잡았다. 회로선폭 2나노미터(㎚, 10억분의 1m) 미만인 차세대 반도체를 개발·생산하는 신규 법인을 공동 설립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당장 신설 법인에 700억엔(약 6500억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신설 법인이 목표대로 2나노 미만의 반도체를 개발·생산하는 데 성공하면, 삼성전자나 대만 TSMC의 경쟁 상대로 등장하게 된다. 1980년대 세계 최고 반도체 강국이었던 일본이 민관(民官)의 힘을 모아 반도체 왕국 재건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신설 법인인 라피더스(Rapidus, 라틴어로 빠르다는 의미)에는 도요타, 소니, 소프트뱅크, 기옥시아, NTT, NEC, 덴소, 미쓰비시UFJ은행 등 8사가 출자했다. 삼성전자와 대만 TSMC가 독식하는 초미세회로 반도체 시장 진입을 목표로 삼는다. 이르면 2027년에 수퍼컴퓨터나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사용할 차세대 반도체를 개발한다는 것이다.

라피더스가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성공하면 참여 기업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는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이며 소니는 이미지센터 분야의 세계 1위다. NTT는 일본 최대 통신기업이고 기옥시아는 낸드메모리 세계 2위다. 소프트뱅크는 전 세계 수백 곳의 인공지능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라피더스를 전폭 지원할 방침이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은 11일 “반도체는 경제안전보장의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일본의 학계·산업계가 하나로 뭉쳐,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각료회의에선 라피더스에 700억엔을 지원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일본 정부는 미국과 연내 공동 설립할 반도체 연구 거점인 ‘기술연구조합 최첨단반도체기술센터(LSTC)’를 라피더스의 우군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LSTC는 미·일 정부 간 2나노 미만의 반도체 공동 연구 합의에 따라 설립된다. 일본에선 도쿄대·도쿄공업대·도호쿠대와 같은 대학과 산업기술총합연구소·이화학연구소·물질재료연구기구 등 국책연구기관이 참여한다. 미국에선 IBM의 참여가 유력하다. 일본 정부는 LSTC에 3500억엔(약 3조5000억원)을 지원한다.

라피더스의 회장에 취임하는 히가시 데쓰로 전 도쿄일렉트론 사장은 LSTC의 이사장도 겸직할 예정이다. ‘2나노 미만 반도체 개발과 생산’라는 공동 목표를 향해 한 몸처럼 움직일 전망이다.

선폭 5나노 미만의 반도체 제조 분야에는 전 세계에서 삼성전자와 대만 TSMC만 진입한 상황이다. 두 회사는 24년 3나노, 2025년 이후 2나노 이하 반도체의 생산을 목표하고 있다. 신설 법인에 아무리 막강한 일본 기업이 총망라됐다고 하더라도, 5년 내 2나노 시장 진입은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인재 확보가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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