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건너며 성장하는 인간적인 로봇[책과 삶]
랑과 나의 사막
천선란 지음
현대문학 | 160쪽 | 1만3000원
사막에 살던 인간 ‘랑’이 죽었다. 재난과 전쟁으로 인류가 거의 소멸한 49세기다. 랑과 함께 살던 로봇 고고는 랑의 친구 지카와 함께 랑을 매장한 뒤 진로를 선택해야 한다. 지카는 함께 바다로 가자고 하지만, 고고는 ‘과거로 가는 땅’으로 가기를 택한다. 그런 곳이 있는지 갈 수는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고고는 그렇게 선택한다. 모래 폭풍이 치는 사막을 건너며 고고는 또 다른 인간, 로봇, 외계인을 차례로 만난다.
천선란은 장편 <천 개의 파랑> 등으로 상찬받은 SF 작가다. <랑과 나의 사막>은 인류가 거의 멸망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배경을 지향하면서도, 파괴적이거나 기괴하기보다는 서정적이고 아름답다. 사막에 묻혀 있다가 랑에 의해 구조된 로봇 고고는 자신의 정체성을 의심한다. 혹시 자신이 전쟁의 시대에 제조돼 사람을 죽이는 데 활용된 것은 아닌지 괴로워한다. ‘괴로워한다’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 고고는 로봇이 감정을 느낄 수 없다고 알고 있으며, 가끔 의지와 상관없이 재생되는 랑과의 기억을 담은 영상을 ‘그리움’이라 부를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고고는 여행 과정에서 만난 이들과의 대화, 경험을 통해 ‘성장’한다. 고고는 사물의 의도를 분석하는 데서 벗어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의 의미를 깨닫는다.
<랑과 나의 사막>은 로봇과 인간의 차이,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의 이야기를 꺼낸다. 지금까지 많은 SF들이 다뤄와 새로운 소재는 아니다. 로봇이 여행을 통해 정체성을 깨닫는다는 구성도 마찬가지다. 다만 <랑과 나의 사막>은 또 다른 스타 SF 작가 김초엽의 작품들이 대체로 그러하듯, 서정적이고 감상적이며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최근 한국 SF의 한 경향을 잘 보여준다.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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