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회서 ‘무소비’로 2년 살기[책과 삶]

선명수 기자 2022. 11. 11. 20:4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0원으로 사는 삶
박정미 지음
들녘 | 454쪽 | 1만9500원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없이 생존할 수 있을까. <0원으로 사는 삶>은 ‘무소비’에 대한 실험이자, 경쟁과 불안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지속 가능한 삶과 행복을 위한 여정을 담은 책이다.

영국 런던의 한국 회사에 근무하던 저자는 직장에서 해고되자, 이 물가 비싼 도시에서 2년간 돈을 쓰지 않고 생존하는 ‘0원살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처음부터 거창한 정치적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매일같이 존재 이유를 증명하고 인정받기 위해 일하고 소비하는 사이, 자신의 삶이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소진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책에는 소비하지 않는 삶을 택한 저자의 여정이 이어진다. 자급자족이 원칙인 유기농 농장부터 숲에서 사는 친환경 공동체, 버려진 집을 점거하는 ‘스쿼팅’ 등 노동력 교환 공동체와 급진적 주거 네트워크를 두루 경험한다. 이후 영국을 떠나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다양한 삶의 방식을 택한 이들을 만난다.

소비 없이 사는 삶에 대한 이야기이지, 노동 없이 사는 삶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저자와 그가 만난 사람들은 살 곳을 위해 직접 집을 짓거나 고치고 몸을 써서 식사를 해결한다. 불필요한 소비를 위한 돈벌이를 하지 않을 뿐이다. 저자는 돈에서 해방된 삶을 통해 오히려 “생존의 불안에서 벗어났다”고 말한다. 한 푼도 쓰지 않는 그의 ‘0원살이’는 끝났지만, 그는 이 여정을 통해 자연과 자유, 행복이라는 세 가지 보물을 찾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자본주의 경제를 거부하자는 제안은 아니다. 다만 저자는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현재의 소비주의를 멈춰야 한다고 말한다. “진짜 혁명은 화염병을 던지며 시위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하지 않는 생활 습관에서 시작된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