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배제한 자본주의, 공정도 기회도 빼앗았다[책과 삶]

오경민 기자 2022. 11. 11.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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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와 장애
마타 러셀 지음·조영학 옮김
동아시아 | 336쪽 | 1만7000원

보건복지부의 ‘2020 장애인 실태조사’를 보면, 장애인 5명 중 1명(19.0%)은 국민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수급자로 나타났다. 전체 인구의 수급률(3.6%, 2019년 12월 기준)보다 5.3배 높다. 장애 당사자이자 장애인권 운동가였던 마타 러셀(1951~2013)은 장애를 자본주의 계급 체제의 산물로 봤다. 그는 자본주의야말로 장애인이 겪는 장벽, 배제, 불평등을 만들어냈다고 주장한다. 그는 “직업이 있다고 생활수준이 빈곤선을 넘어서는 건 아니지만, 장애인은 역사적으로 노동력에서 배제됨으로써 가난으로 내몰렸다”며 “산업혁명 이후 생산이 자동화하면서 얼마나 기계처럼 일하느냐가 인간의 몸값을 결정하게 됐으며, 이 과정에서 장애인들은 ‘부적합’ 판정을 받고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격리됐다”고 해석한다. 그는 장애인을 ‘장애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장애를 당한 사람’으로 칭한다.

완전고용, 최저임금 인상, 금리 인하, 물가 안정 등의 논의에서 장애인은 완전히 배제돼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최저임금법은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 능력이 현저히 낮은 사람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 장관 인가를 받아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정’이나 ‘기회 균등’ 논의가 아무리 진전된다고 해도 장애인을 논의에서 배제한다면 “장애인들이 법의 보호를 받으며 노동력에 편입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러셀은 본다. 그는 장애 해방을 위해서는 장애인의 자립만을 외칠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시장 원칙 자체에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가장 투쟁적인 장애 권리 조직도 이데올로기 측면에서 모호한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하며 장애운동에서 반자본주의 노선을 추구할 것을 제안한다. 장애운동의 또 다른 결을 보여주는 책이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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