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국가대표 ‘민경장군’
개그우먼 김민경씨가 태극마크를 달았다. 오는 19일부터 태국에서 100여개국 1600여명이 겨루는 국제사격대회 ‘2022 국제실용사격연맹(IPSC) 핸드건 월드 슛’에 출전한다. 1년 전 샷건을 처음 쥐던 날, 하늘의 나는 과녁까지 백발백중 맞히던 그가 마흔한 살 늦깎이로 국가대표가 된 것이다.
김씨의 천부적 재능은 2020년 ‘먹방’인 <맛있는 녀석들>의 5주년 기념 건강프로젝트 스핀오프 <오늘부터 운동뚱>을 통해 뒤늦게 발견됐다. “운동이 너무너무 싫어서 숨쉬기 말고는 해본 게 없다”던 그는 첫회 만에 ‘로보캅’ 별명을 얻었다. 유도, 권투, 이종격투기, 야구, 축구, 골프까지 배우는 즉시 척척 해내는 그를 두고 “태릉이 빼앗긴 금메달리스트” “체육 대신 제육을 선택한 자”라는 말도 나왔다.
힘으로는 져본 적이 없다는 ‘민경장군’이 주먹을 날리고 발차기를 하면 선수 출신 강사들도 휘청였다. 소년만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그의 운동능력은 신드롬을 일으켰다. 특히 여성들이 열광했다. 운동은 남들에게 보이는 날씬한 몸매를 가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힘과 건강을 얻는 길로 새롭게 인식됐다.
2001년 상경해 전유성의 ‘코미디시장’에서 연극배우로 무명 시절을 보낸 김씨는 2008년 KBS 개그맨 공채에 합격해 <개그콘서트> 무대에 서며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뚱뚱한 여성’에 대한 선입견을 반영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성적 매력은 없으면서 식탐은 많은 식의 유형이었다. ‘24인분이 모자라’다고 노래하며 춤추는 그의 큰 체구는 웃음 유발의 장치로 종종 비하되곤 했다.
그랬던 그가 강한 신체를 가진 여성의 아이콘이 됐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의 모델로도 발탁됐다. 그는 “언니 덕에 용기 내서 운동 시작했다”는 댓글을 가장 좋아한다고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운동뚱> 이후 <골때리는 그녀들> <컬링퀸즈>를 비롯한 본격 여성 스포츠 예능도 잇따라 등장했다. 획일화된 미적 기준을 넘어 여성이 자신의 신체를 긍정하는 변화로 이어진 것이다.
김씨는 이번 출전을 앞두고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고 한다. 메달이 없어도 좋다. 태극마크를 단 것만으로도 그는 이미 자기 삶의 승자다.
최민영 논설위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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