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한미동맹 위태롭게 한 MBC" 정정보도 신청 살펴보니
10일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신청 결렬…"MBC 보도로 왜곡된 인식 조기 형성고착, 정부 막대한 피해"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국회에서 이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윤석열 대통령의 이 발언으로 외교부와 MBC가 민사소송에서 만날 전망이다. 앞서 외교부는 10월31일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요구하는 조정신청서를 접수했고, 언론중재위는 지난 10일 조정기일을 열었으나 양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아 조정 불성립을 결정했다. 향후 민사소송에서 법원이 MBC 보도를 오보로 판단할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외교부의 언론조정신청서에 따르면 외교부가 요구한 정정보도문의 주요 대목은 다음과 같다. “윤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 보도하면서, 실제로는 발언하지 않은 '미국', '바이든' 등의 자막을 임의로 달아 보도했습니다. 사실 확인 결과, 해당 발언은 우리 정부의 세계 질병 퇴치를 위한 공약이 잘 이행될 수 있도록 관련 국회 예산이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미국 의회나 미국 대통령과는 무관한 발언이었습니다.”
MBC는 9월22일 오전 10시7분 유튜브 계정을 통해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윤 대통령의 '문제적 발언'을 보도했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9월26일 MBC를 겨냥해 “사실과 다른 보도로써 동맹을 훼손한다는 것은 국민을 굉장히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 주장했고,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명예훼손으로 MBC 사장과 기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9일 “MBC의 외교 관련 왜곡, 편파 보도가 반복되어 온 점을 고려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며 전용기 탑승 불허까지 통보했다.
외교부는 언론조정신청서에서 “윤 대통령은 우리도 외교적 위상과 경제적 규모에 걸맞은 기여를 다해 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관련 국회 예산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는 취지로 박진 외교부 장관과 비공식적인 대화를 나누었던 것”이라며 “이후 대통령실과 외교부는 윤 대통령의 발언은 결코 미국 의회가 아닌 우리 국회에 대한 이야기였으며, 바이든 대통령을 지칭한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발화 당사자로서 발언의 취지와 의미를 가장 확실하게 알고 있는 윤 대통령에게 직접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부당한 논란으로 국익이 손상되지 않도록 언론의 협조를 간곡히 요청했으나 (MBC는) 대통령실에 충분한 확인을 거치지 않은 채 윤 대통령이 미 의회와 바이든 대통령을 지칭해 욕설과 비속어를 사용했다고 단정적으로 보도했다”고 주장했으며 “실제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미국'이라는 단어를 임의로 자막으로 삽입해, 윤 대통령이 마치 해당 발언을 한 것처럼 시청자의 오해를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MBC는 잘못된 초기 보도를 정정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재확산했다”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MBC보도로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조기에 형성되고 고착되면서 우리 정부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심리학에 따르면 소위 각인효과 또는 앵커링 효과로, 어떤 사건에 대한 첫인상이 이후의 인식과 사고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며 “MBC 보도를 접한 시청자들은 보도 내용이 진실인 것처럼 인지하게 되고, 이후에는 어떠한 해명에도 고착화된 인식을 바꾸기가 대단히 어렵다”고 주장했다. 외교부 논리에 따르면 100여 곳이 넘는 언론사가 대통령 발언에 '바이든'이라고 자막을 달아 보도한 것은 MBC 첫 보도의 '각인효과' 탓이다.
외교부는 “당시 정황상으로도 불과 몇 분 전 바이든 대통령과 한미 간 현안에 대해 짧지만 친밀한 대화를 나누고 이동하던 공개적인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한다는 것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며, “MBC가 우리 정부 해명을 보도했다고는 하나, 그 횟수와 길이가 일련의 최초 보도에 비해 현저하게 적었을 뿐 아니라, 그마저도 우리 정부의 해명이 납득하기 어려우며, 해명 방향도 계속 바뀐다는 등의 부당한 비판 일색이었다”고 주장하며 이를 “구색맞추기식 사후 보도”로 명명했다.
외교부는 “MBC 보도 직후, 우리 정부는 한미동맹 균열을 우려하는 수많은 국내외 비판에 직면했다. 잘못되고 편향된 언론 보도 대응에 집중하느라 우리의 외교력이 분산된다면 그 손해는 온전히 우리 국민과 우리 기업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를 70년을 함께한 동맹이자 혈맹을 조롱한 나라로 인식하게 함으로써 한미동맹을 위태롭게 한 것은 바로 MBC”라 강조하며 이례적인 정정 보도 청구 소송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향후 △'바이든' 자막 등을 오보로 판단할지 △첫 보도의 책임을 유사한 이후 보도와 다르게 볼지 △외교부의 피해를 인정할지 등이 재판과정에서 쟁점이 될 전망이다. 앞서 MBC는 9월26일 자사 보도를 향한 정부여당의 전방위적 대응에 대해 “이른바 '비속어 발언'으로 인한 비판을 빠져나가기 위해 한 언론사를 희생양으로 삼아 무자비하게 공격하는 언론 통제이자 언론 탄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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