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서비스 하러 온 게 맞나”…고든 램지, 한국에 과잉대접 요구 논란

송경은 2022. 11. 1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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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램지 버거' 오픈 후 첫 방한

"한국 고객 직접 만나보고 싶다"
'깜짝 등장' 접객 행사차 왔지만
인플루언서 등 초청 인원만 대상
정작 찾아온 고객들은 돌려 보내

개인 경호원에 경찰 인력까지 요구
램지 측 "인파 쏠림·안전사고 우려"
최근 한국을 찾은 영국 출신의 유명 셰프 고든 램지가 지난 10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의 ‘고든램지 버거’ 매장 앞 포토월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경은 기자>
영국의 스타 셰프이자 글로벌 외식기업 ‘고든램지 레스토랑’의 창업자인 고든 램지가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의 방한 기간 동안 개인 경호를 위해 과도하게 시민들을 통제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램지가 서울에서 지하철을 이용해 이동하면서 경찰 측에 현장 통제 인력을 배치해달라는 민원을 접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권력 남용이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11일 고든램지코리아(진경산업)에 따르면 램지의 이번 방한의 주 목적은 접객 행사였다. 지난 1월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문을 연 ‘고든램지 버거’와 지난달 28일 오픈한 ‘고든램지 스트리트 피자’ 등 한국 진출 1주년을 기념해 램지가 매장에 깜짝 등장해 고객에게 직접 음식을 서빙하고 고객과 대화를 나누는 이벤트를 준비한 것이다.

램지는 지난 10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 고든램지 매장에서 접객 행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어떤 사람들이 긴 줄을 서면서까지 우리 매장을 찾는지, 고객들이 우리 음식에 만족하는지 직접 보고 느끼고 싶어 이렇게 오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램지의 팬 서비스는 철저히 폐쇄적이었다. ‘깜짝 등장’이라는 콘셉트는 말 그대로 콘셉트였을 뿐, 사전에 미리 섭외 또는 초청된 고객들만을 대상으로 접객 행사를 진행했다. 고든램지 버거의 영업 시간은 매일 오전 10시 30분부터지만, 램지가 방문한 이날 매장 입구 앞에는 ‘내부 행사 관계로 오전 11시 50분부터 입장 가능합니다’라는 안내문 푯말이 세워져 있었다. 매장 입구에는 경호 인력과 함께 직원 2명이 배치돼 명단을 일일이 확인해가며 사람들을 입장시키거나 돌려보냈다.

고든 램지의 접객 행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 10일 오전 10시 30분경 고든램지 버거 매장 앞에 ‘내부 행사로 (일반 고객은) 오전 11시 50분부터 입장 가능하다’는 내용의 안내문 푯말이 세워져 있다. 고든램지 버거의 운영 시간은 매일 오전 10시 30분부터다. <송경은 기자>
이날 행사에 대한 사전 공지 역시 전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붐비는 시간을 피해 일찍 매장을 찾은 고객들은 행사가 끝날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거나 발길을 돌려야 했다. 매장 입구에서 입장이 불가하다는 직원의 안내를 받고 돌아 나온 40대 주부 A씨는 “아이와 함께 이곳에서 이른 식사를 하려던 참이었는데 내부 행사로 지금은 입장이 안 된다더라”며 “내부 행사라고만 해서 고든 램지가 와 있는 줄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초대 받은 손님들 역시 매장 내부의 좌석 절반 정도가 텅텅 비어 있음에도 고든램지 레스토랑 측의 인원 통제로 인해 밖에서 20~30분씩을 대기하는 일도 벌어졌다. 같은 시각 매장 안에서는 램지가 유튜버 등 인플루언서들과 함께 홍보 영상을 촬영하고 있었다. 램지가 먼저 입장한 고객들에게 음식을 서빙하고 메뉴에 대해 설명하는 등 접객 행사를 진행하는 동안 유튜버들이 그 모습을 촬영하거나 램지가 깜짝 등장하는 상황을 연출한 콘셉트 촬영도 이어졌다.

고객들에게 사전 공지를 하지 않은 데 대해 고든램지코리아 측은 “너무 많은 인파가 몰리며 안전 사고가 벌어질 것을 우려해 본사 측에서 내린 결정”이라며 “매장에 오신 고객들 대부분은 사전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진행한 사연 공모 이벤트에 당첨된 분들이다. ‘깜짝 방문’이라는 타이틀은 램지가 한국 고객들을 만난다는 것이지 아무 조치없이 갑자기 매장을 방문한다는 게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램지의 방한 일정은 일찍이 정해졌지만 고든램지코리아 측은 보안상의 이유로 램지의 방한 일정을 대외비에 부쳤다. 본사에서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사람들이 램지에게 뛰어들면 어떡하느냐’는 우려를 내비쳤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고든 램지에 대한 경호는 삼엄한 수준이었다. 여러 명의 개인 경호 인력이 투입된 것은 물론 관계자들까지 나서서 매장을 오가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수시로 확인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램지를 찍기 위해 가까이 다가서자 한 본사 관계자는 “사전에 약속된 콘텐츠가 아니면 촬영할 수 없으니 나가달라”며 주변의 경호원에게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고든 램지가 고든램지 버거 매장 안에서 고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당초 램지는 매장에 ‘깜짝 등장’해 팬 서비스를 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사전 초대된 인플루언서 등 제한된 고객들만을 대상으로 접객 행사가 진행됐다. <송경은 기자>
이 같은 통제는 이날 오전 8시 45분부터 약 15분간 진행된 사진 행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포토월 앞에 램지가 서고 그 앞으로 라인이 처져 있는 데다 30~40명 정도로 그닥 많은 인원이 몰린 것도 아니었지만 경호원들과 관계자들이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에게 계속 뒤로 가라는 손짓을 했다.

전날 오후 고든램지코리아는 경찰청에 램지가 이날 지하철을 타고 이동할 예정이니 오전 11시경부터 약 1시간 동안 현장에 현장 통제 인력을 배치해달라는 민원을 접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하철 내 인파 쏠림 등을 우려해 경찰에 현장 통제를 요청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비슷한 내용을 전달받은 서울교통공사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지하철보다 안전한 자차를 이용해달라고 답변했으나 램지는 예정대로 다음 접객 행사 장소인 고든램지 스트리트 피자로 가기 위해 고든램지 버거 매장이 있는 잠실역에서 서울숲역까지 지하철로 이동했다. 이에 서울교통공사와 코레일은 이날 오전 10시경부터 잠실역과 서울숲역에 각각 안전 인력 5명과 4명을 투입했지만 실제 램지가 오가는 동안 현장에 많은 인파가 몰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와 관련해서도 고든램지코리아 관계자는 “서울교통공사와 코레일에까지 인력 배치를 요구한 것은 아니었다”며 “램지의 지하철 이용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사전에 내용을 전달한 것인데 공사 측에서 선제적으로 인력을 배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램지가 아무리 유명 인사라고 하더라도 개인의 안전을 넘어 과도하게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쳤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램지가 다녀간 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영국 국왕이라도 온 줄 알았다” “안전이 걱정되면 지하철을 타지 말 것이지 굳이 지하철을 타고 가겠다면서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을 고생시키느냐” “팬 서비스를 하겠다고 온 사람이 지나치게 자기 중심적인 홍보 활동만 한다” “한국에선 고든 램지 연예인만큼 유명한 것도 아니지 않나요?” 등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국을 찾은 고든 램지의 접객 행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 10일 오전 10시 30분경 고든램지 버거 매장 내부. 안쪽의 행사 장소를 제외한 나머지 테이블은 텅텅 비어 있었지만 고든램지 레스토랑 측 인원 통제로 많은 사람들이 밖에서 기다려야 했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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