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왕 역할 유해진 "최면 걸고 연기…웃는 분 없어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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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세자의 죽음을 둘러싼 역사 스릴러 영화 '올빼미'에서 배우 유해진은 곤룡포를 입은 인조 역할을 소화했다.
25년의 필모그래피에서 단 한 번도 왕(王) 역할을 해본 적이 없는 그는 자기만의 색채로 그 시대의 군주, 인조를 그려냈다.
다른 영화나 사극에서 봤던 무게감 있는 왕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유해진 표' 인조 연기에 비교적 후한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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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소현세자의 죽음을 둘러싼 역사 스릴러 영화 '올빼미'에서 배우 유해진은 곤룡포를 입은 인조 역할을 소화했다.
25년의 필모그래피에서 단 한 번도 왕(王) 역할을 해본 적이 없는 그는 자기만의 색채로 그 시대의 군주, 인조를 그려냈다. 다른 영화나 사극에서 봤던 무게감 있는 왕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유해진 표' 인조 연기에 비교적 후한 평가가 나왔다.
유해진은 1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처음에 왕 역할이 들어왔을 때 그냥 하겠다고 했지만, 관객들이 저에 대한 친숙한 모습 때문에 (왕이 된 저를) 못 받아들이면 어쩌나 싶어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제가 (작품의) 장애가 되면 어쩌나, 왕이 안 맞는다고 느끼면 어쩌나 고민했었는데, 어제 시사회에서 '픽픽' 웃는 분들이 안 계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
작품 속에서 인조가 된 유해진은 가늘고 긴 대로 만들어진 '발' 뒤편에서 서서히 카메라에 모습이 잡히는데, 이 또한 그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장면이라고 했다.
원래는 인조가 영화 전면에 모습을 드러내는 설정이었으나, 왕이 된 자신을 좀 더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관객과 간격을 뒀다는 것이다.
그는 왕 역할에 대한 부담과 고민을 떨쳐내기 위해 "(스스로) 최면을 걸고서 그저 '신(scene)'에 충실한 것 외에는 답이 없었다"고 돌아봤다.
유해진은 이번 작품을 하면서 17년 전 찍었던 영화 '왕의 남자'가 많이 떠올랐다고 했다. '왕의 남자'는 전북 부안의 세트장에서 촬영했는데, '올빼미'도 같은 세트장에서 촬영했기때문이다. 그는 '왕의 남자'에서 광대 육갑 역으로 출연해 큰 웃음을 줬다.
"부안 세트장에 가서 보는데 정말로 '왕의 남자' 생각이 많이 났어요. 당시에는 그 더운 날 (광대로서) 바짝 엎드려 있었는데, (왕이 된) 지금은 위에서 이렇게 보고 있더라고요. '왕의 남자'는 좋은 작품이었어요. 좋은 작품을 찍었던 곳에 가서 다시 작품을 찍으니 기분이 좋고, 옛날 생각도 많이 나더라고요."
유해진은 전날 시사회 이후 열린 간담회에서 '맹인 침술사' 역으로 함께 출연한 류준열의 연기를 두고 "이제 정말 기둥이 굵어진 느낌"이라며 '폭풍 칭찬'을 해 눈길을 끌었다.
유해진은 이날은 소현세자 역으로 연기한 후배 김성철을 두고 "정말 깜짝 놀랐다. 너무도 평범한 말(대사)을 어떻게 저렇게 잘 살려서 하는지, 그런 따뜻한 장면이 너무 좋더라. 좋은 배우"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배우 인생 첫 왕 연기에 대한 부담을 줄곧 털어놓으면서도 "정말 힘든 연기는 코미디"라고 했다.
"코미디를 하면 '날로 먹는다'는 느낌을 주잖아요. (관객들은) '쉽게 했겠구나' 생각하시는데,사실 그렇지가 않아요. 제가 원래 70㎏ 정도가 되는데 군대 때 65㎏, 코미디 영화 '럭키' 찍을때는 67㎏였어요. 이번 영화를 하면서는 살이 그렇게 빠지진 않았죠. '럭키' 때는 위장병도 생겼다니까요. 참 쉽지 않은 게 코미디에요."
유해진은 영화 '올빼미'에 대해선 "도전적이고 진지한 작품이었다"이면서 "신선한 설정이 좋고,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이 참 쫄깃한 맛이 있다. 이 영화를 보는 동안 관객들이 참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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