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지, '서른 즈음에' 건넨 위로…"이 또한 지나가리라" [인터뷰M]
그룹 에이핑크 정은지가 다시 한번 솔로로 돌아온다. "누군가의 위로가 되고 싶다"는 정은지의 소망이 '로그'에 고스란히 담겼다. 추운 겨울, 얼어붙은 마음을 녹일 정은지의 따뜻한 위로에 기대가 모인다.
최근 정은지는 서울 강남구 IST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iMBC연예와 만나 첫 리메이크 앨범 'log(로그)' 발매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록하다'라는 뜻을 담은 '로그'는 여행과도 같은 정은지의 인생을 선배들의 음악을 통해 재해석해 다시금 기록한 앨범이다. 1990년대부터 2010년대의 명곡으로 구성돼 있다.
타이틀곡은 지난 2005년 발매된 버즈의 대표곡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이 낙점됐다. 원곡과는 또 다른 정은지만의 감성으로 재탄생됐다. 이 밖에도 YB의 '흰수염고래', 조용필의 '꿈', 김종환의 '사랑을 위하여', 故김광석의 '서른 즈음에'가 리메이크곡으로 수록됐다.
정은지는 "이렇게 서른에 맞춰 앨범이 나올 거라 생각을 못했다"면서도 "서른 살이 된 올해, 꼭 '서른 즈음에' 리메이크 곡이 담긴 앨범을 내고 싶었다"고 컴백 소감을 이야기했다.
드라마 '블라인드', '술꾼도시여자들2' 출연까지 쉼 없이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와중에도 앨범을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팬들과의 약속이다.
"20대 중반에 팬들이 내게 리메이크 앨범을 내달라고 하시더라. 나도 가볍게 그러겠다고 했는데, 이미 마음속에 기정 사실화된 것 같았다. 약속을 지키려는 마음이 커서, 다른 드라마와 병행하며 꾸역꾸역 앨범을 준비했다."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악으로 깡으로 버텼다"고 밝혀 웃음을 안겼다. 정은지는 "난 요령이 없다. 태풍 속을 우비만 쓰고 비를 맞으며 가는 느낌이다. 고등학생 때부터 교과서에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명언을 적어놓곤 했는데, 그러면서 버티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마치 내가 빌드업된 기분이다. 올 한 해 팬분들에게 보여드릴 수 있는 것들은 다 보여드렸다. 약속을 지킨 사람이 돼서 너무 좋다"고 덧붙였다.
"'뭘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던 시기를 지나왔다"는 정은지. 스스로를 위로하는 메시지를 이번 앨범에 담아냈다고. 정은지는 "20대는 아직 젊지만, 젊다고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나이를 먹으며 치열하게 고민하고 생각이 많아진다. 다른 사람이 봤을 때 문젯거리가 아니라고 하는 것들도 내게 문제인 경우가 있었다"고 앨범 준비 당시의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직업적으로 '뭘 하고 싶지',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며 "내가 뭘 잘하는지 잘 모르겠더라. 뮤지컬도, 연기도, 그룹 활동도 하고 있는데 만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럼에도 팬분들은 '잘한다'고 해주시니 어떻게 충족시켜드려야 하나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탄생한 리메이크 앨범 '로그'. 대중가요계 한 획을 그은, 선배 가수들의 입을 거쳐 간 명곡 다섯 트랙이 정은지의 마이크에 의해 재탄생됐다.
정은지는 "앨범 곡 모두 내게 위로를 주지 않은 곡이 없었다"며 "내가 위로받았던 서사가 앨범 전체적으로 담겼다"고 강조했다. 정은지는 수록곡 선정 과정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치열한 단계였단다.
먼저 대중성을 잡으면서도 유년시절 향수를 불러일으켰던 버즈의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이 타이틀곡으로 선정됐다. 이밖에도 팬들을 위로해주는 노래를 부르고 싶어 고른 YB의 '흰수염고래', 어린 나이에 부산에서 상경했을 적의 심정을 녹여낸 조용필의 '꿈', 어머니를 위한 헌정곡인 김종환의 '사랑을 위하여', 올해 서른을 맞은 심경을 담은 故김광석의 '서른 즈음에'까지, 어느 하나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곡이 없다는 것이 정은지의 설명이다.
기라성 같은 선배 가수들의 곡을 리메이크하는 부담은 없었을까. 정은지는 "창피해지기가 싫더라. 곡 모니터를 할 때마다 '선배들이 들으시면 어떡하지' 생각했다. 정말 열심히 작업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선배 가수들이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좋을 것 같다. '오~' 하는 반응만 나와도 좋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정은지는 "리메이크 곡이 아닌 새로운 노래를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고도 이야기했다. 그는 "'현재의 나'를 이번 앨범의 타이틀로 하고 싶었다. 그런데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이 그 의도에 부합했고, 편곡이 되고 막상 불러봤을 때 너무 좋더라. 그래서 이 노래를 타이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먼 시간이 흘러, 정은지의 곡이 누군가의 리메이크 대상이 된다면 어떤 곡이었으면 좋을 것 같은지 묻자 '하늘바라기'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정은지는 "누군가 내 곡을 리메이크한다는 건 그 자체로 너무 좋을 것 같다. 제일 유명한 건 '하늘바라기'니깐. 내 노래를 부른다는 게 상상이 안 간다. 참 뿌듯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사소한 구설도 없이 쉼 없이 달려온 30년, 정은지는 앞으로의 미래가 더 기대되는 아티스트로서 기대감을 불어넣었다.
"위로되는 노래를 계속하고 싶다. 내가 노래를 시작한 이유는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그냥 지금 같았으면 좋겠다. 기복이 없고 싶다. 창피하고 싶지도 않다. 내 마음이 떳떳하도록."
정은지는 "좋은 추억들을 만날 수 있었던 서른이었다"며 "일 때문에 치여살았지만, 어느 순간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여러모로 단단해져 가는 서른이다.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오늘이 왔다는 게 너무 감격스럽다. 나중에 '마흔 즈음에'도 나왔으면 좋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iMBC 백승훈 | 사진제공 IST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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