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플레이션 드디어 잡혔다” 환호한 증시…이제 최종금리가 관건

노자운 기자 2022. 11. 1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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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 확신
12월 50bp, 내년 2, 3월 25bp씩 인상 전망

기나긴 인플레이션 터널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 참여자들의 예상치를 밑돌며, 고물가가 잡히고 있다는 기대감이 주식시장을 뒤흔들었다. 미국 뉴욕에서는 나스닥지수가 7% 넘게 폭등했고 코스피지수도 하루 만에 3.4%나 뛰었다.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빅스텝(기준금리의 50bp 인상)은 이미 기정사실화됐다. ‘5회 연속 자이언트스텝(75bp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시장 참여자들은 그것만으로도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제는 최종금리가 관건이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몇 퍼센트까지 올리고 긴축을 중단할지에 따라 경기와 증시의 방향성이 정해질 전망이다.

10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밑돌면서 뉴욕 3대 주가지수가 모두 큰폭으로 급등했다. /AP연합뉴스

◇ 예상치 밑돈 CPI에 韓·美 증시 나란히 ‘폭등’

11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80.93포인트(3.37%) 오른 2483.16으로 마감했다. 코스피지수가 3% 넘게 상승한 것은 지난해 2월 25일 이후 1년 9개월 만의 일이다.

이날 우리 증시는 뉴욕 발 훈풍에 힘입어 급등했다. 10일(현지 시각) 미 노동부는 10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7.7% 올랐다고 발표했다. 9월 상승률(8.2%)보다 낮으며,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망치(7.9%)에도 못 미친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에너지와 식료품 등의 물가 상승에도 긴축에 따른 수요 둔화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따른 일회성 물가 안정 효과가 발생하며 10월 인플레이션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차 가격의 전월 대비 상승률이 0.4%를 기록하며 8~9월 상승률(0.7%)보다 낮아졌으며, 중고차 가격 하락률은 2.4%를 기록해 8~9월 하락률(1.1%)보다 낙폭이 커졌다. 자동차를 중심으로 잔존했던 공급 병목 현상이 빠르게 해소되고 있어 향후 내구재 물가 하락폭이 커질 것이라고 하 연구원은 설명했다.

유틸리티 가스 서비스 물가는 전월 대비 4.6%, 의류 물가는 0.7%, 의료 서비스 가격은 0.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미 뉴욕 증시는 일제히 폭등했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전일 대비 7.35% 오르며 2020년 3월(8.12%)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5.54%,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도 3.7% 상승 마감했다.

◇ 12월 50bp 인상 기정사실화…“그래도 아직 안심하긴 일러”

인플레이션의 진정이 어느 정도 확인된 만큼, 시장에서는 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을 확신하고 있다.

앞서 지난 2일(현지 시각) 연준은 FOMC 정례회의가 끝난 후 “앞으로 금리 인상 속도를 결정할 때 통화 정책의 누적된 긴축 효과, 통화 정책이 경제 활동과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는 시간 차, 그리고 경제 및 금융 변화를 고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리 인상을 통한 물가 진정 효과가 나타난다면 얼마든지 긴축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메시지였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연준이 12월 FOMC에서 자이언트스텝 대신 빅스텝을 밟을 것으로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 툴(FedWatch tool)에 따르면, 현재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 참여자들은 12월 기준금리가 50bp 인상될 확률을 83%로 보고 있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이 확률은 56.8%에 불과했다. 반면 75bp 인상 확률은 하루 만에 43.2%에서 17%로 급락했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 FOMC에서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이 상당히 매파적이었던 배경에 물가 상승률 진정에 대한 의지가 깔려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물가 수준의 시장 전망치 하회는 향후 통화 정책에 있어 피봇(pivot·방향 선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번 물가 발표를 통해 인플레이션의 피크아웃(고점 통과)라는 방향성 자체는 명확해졌다”며 “물가와 고용 모두에서 긴축의 영향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남은 관건은 연준이 이번 금리 인상기에 기준금리를 몇 퍼센트까지 올릴지다.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이 내년 3월까지 기준금리를 4.75~5%까지 올릴 확률을 41.2%로 보고 있다. 5~5.25%까지 올릴 확률은 34.7%로 더 낮다. 이 같은 전망은 10월 CPI가 발표된 후 나온 것이다. CPI 발표 직전까지는 최종금리가 5~5.25%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40.7%)를 차지했다.

이정훈 연구원은 “연준이 최종금리를 5%보다 더 높은 수준까지 올릴 것이라는 우려는 다소 줄어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12월 50bp를 인상한 뒤 내년 2, 3월 25bp씩 올려 4.75~5%의 최종금리를 만들 것이라는 게 현재 증시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유승창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인플레이션이 아직 파월이 말한 목표치(2%)와 괴리가 큰 만큼, 한 건의 지표로 물가 진정을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10월 근원인플레이션은 전월 대비 0.3% 상승했는데, 이는 연율로 환산하면 3%대다. 연준의 목표치인 2%와는 여전히 큰 차이가 있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도 “과거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은행 총재는 ‘통상 연준은 통화 정책을 전환하기 전 기준금리를 18~24개월 동안 높게 유지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내년 4분기 이전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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