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0조 적자에도…한전, 구조개혁 없이 '찔끔' 자구책만

송광섭, 이진한 2022. 11. 1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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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3분기 7조5000억 적자
손해 커지는 역마진 고착화
부동산·회원권 매각 내놨지만
근본적 적자해소 턱없이 부족
한전채로 자금 계속 조달할듯

한국전력이 연간 적자가 30조원에 달할 위기에 놓였다. 경영난 극복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는 '역마진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극심한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11일 한전에 따르면 올 3분기까지 대규모 영업손실이 발생한 가장 큰 이유는 액화천연가스(LNG)와 유연탄(석탄) 등 연료 가격의 급등이다. 한전이 지불하는 전력구입비 부담이 급격히 늘었다. 그럼에도 전기요금은 상대적으로 덜 올랐기 때문에 전기를 비싸게 사와 싸게 판매하는 비정상적인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국제 에너지 가격 등락에 맞춰 분기마다 전기요금을 조정하도록 한 '연료비연동제'를 2020년에 도입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피해와 물가 상승 등을 이유로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발생했지만 1년 넘게 올리지 않았다. 여기에 탈원전·탈석탄과 신재생에너지 위주의 에너지 정책으로 전력 구성(에너지 믹스)에서 연료비가 가장 비싼 LNG 비중이 커진 점도 영향을 줬다.

연료비 상승 여파로 한국전력이 3분기에도 7조원이 넘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11일 오전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전 서울본부 별관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박형기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전기요금은 잇달아 인상됐다. 한전은 올 4월엔 kwh(킬로와트시)당 6.9원, 7월엔 kwh당 5원을 올렸다. 지난달에도 모든 소비자를 대상으로 kwh당 7.4원을 올렸고, 전기 사용량 300㎾ 이상의 대용량 사업자 대상 요금도 추가 인상했다. 한전도 적자 해소를 위해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적자 해소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특히 올 4분기에는 영업손실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사올 때 적용하는 전력도매가격(SMP)은 지난달 kwh당 253.25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SMP는 국제원유 가격에 반년 정도 후행하는데 이를 고려하면 SMP는 내년 초까지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즉 전기요금을 파격적으로 인상하지 않는 한 지금의 역마진 구조가 계속된다는 의미다.

문제는 한전의 자금 조달에도 비상이 걸렸다는 점이다. 한전은 올 들어 지난달까지 25조원 규모의 회사채를 신규 발행하며 전력구입비 등을 마련해왔다. 하지만 국내 채권시장이 경색되면서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

이와 관련해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내년 한전의 사채 발행 누적액이 110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인데 사채 발행 한도는 6조4000억원에 불과해 외부 차입에 90% 이상 의존해야 한다"며 "사채 발행에 실패하면 채무불이행이 불가피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에너지 가격이 워낙 많이 상승했지만 이를 가격(요금)에 바로 반영하면 국민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크기 때문에 한전이 불요불급하게 채권을 발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는 에너지 가격 인상분 등 원가 요인을 전기요금에 반영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일단 한전은 자금 조달 경로를 다변화하는 데도 집중하기로 했다. 그동안 한전은 회사채 발행을 통해 대부분의 자금을 마련해왔다. 한전에 따르면 올 들어 발행한 기업어음(CP)은 2조4000억원, 은행 대출은 1조5000억원이다. 이들 금액을 합해도 지난달까지 신규 발행한 회사채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한전은 CP와 은행 대출을 앞으로 더 많이 이용하고 외화채 발행도 추진할 계획이다. 비핵심 부동산·지분 등을 매각하는 데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전은 12개 지사와 한전KPS의 유휴 부동산, 골프 회원권, 콘도·리조트 회원권 등을 매각하기로 했다. 한전KDN이 보유한 YTN 지분과 발전 자회사들이 소유한 인도네시아 바얀 광산 등 비핵심 출자 지분과 한전기술 용인 구사옥 등도 처분할 예정이다.

정부도 한전 적자를 줄이기 위해 'SMP 상한제'를 연내 도입할 계획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SMP 상한제가 시행되면 한전의 비용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매달 7000억원 안팎의 절감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민간 발전사의 반발은 여전하다. 민간발전협회 관계자는 "SMP 상한제가 시행되면 전력산업에 자금 조달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며 "재무 여건이 여의치 않은 발전사들을 중심으로 자금 경색이 심해지거나 급기야 전력 생산을 포기하는 일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송광섭 기자 /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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