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싸구려 안 먹어요”...위스키·와인도 ‘프리미엄’이 대세
11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위스키 수입액은 1억7534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년도 수입액(1억3246만달러)보다 32.4% 늘어난 것이다. 눈여겨볼 점은 이 기간 위스키 수입량이 1만5992t에서 1만5661t으로 약 1.6% 감소한 점이다.
업계에서는 이와 관련, 2030 세대 사이에서 싱글몰트 위스키가 대세로 굳어진 점을 이유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후 유흥채널의 블렌디드 위스키 수요가 줄고, 가정에서 싱글몰트 위스키를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싱글몰트(Single Malt) 위스키는 몰트(맥아)를 이용해 단일 증류소에서든 제조한 위스키를 말한다. 여러 종류의 원액을 섞어 만든 블렌디드(Blended) 위스키보다 만들기 까다롭고, 생산량이 적어 대체로 가격이 비싸다. 희소성 때문에 소장 가치가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발베니 더블우드 12년’이다. 이 위스키는 마니아들 사이에서 싱글몰트 입문용 제품으로 꼽히는데 최근 소비자가격이 12만원 안팎에 형성돼 있다. 2019년까지만 하더라도 7만원대였는데 약 3년 만에 가격이 70%가량 뛰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위스키를 잘 모르는 초보자를 위한 술이라고, 마니아들은 원래 잘 찾지 않던 제품”이라며 “코로나19가 터지고 위스키가 대세로 떠오른 뒤에는 없어서 못 팔고 있다. 재고가 있다고 하면 어느 매장에든 ‘오픈런’이 이뤄질 정도”라고 말했다.
와인 시장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9월 와인 수입액은 5만2855t으로 전년 동기보다 7.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 기간 수입액은 4억3668만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보다 6.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입사 등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희소성 있는 고가 제품이 떠오르는 반면, ‘1+1 행사’ 등에 주로 쓰이는 저가 와인은 인기를 잃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비자들이 양보다 질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수입사 관계자는 “우리 회사에서 수입하는 20만~40만원대 와인은 30종 정도”라며 “항상 재고를 품목당 100병 이상 유지했는데 지금은 다 나가서 아예 없다. 나가기는 하는데 작황 등 문제로 들여오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원래도 고가인 프랑스 부르고뉴, 미국 나파 와인 등은 재고가 없거나 가격이 더 비싸지는 중”이라며 “한 제품의 경우 10만원 하던 게 13만~14만원으로 가격이 올렸다. 1년 만에 가격이 30~40% 오른 것”이라고 부연했다.
업계에서는 수입 주류의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가성비’ 대신 ‘프리미엄’이 대세로 떠올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일각에서는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터지고 와인 등에 입문하는 사람이 늘었는데 최근 외출이 다시 늘어나면서 수요가 소주와 맥주 등으로 다시 넘어가는 것도 있다”며 “고가 와인이 인기라기보다 저가 와인 매출만 줄어든 것이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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