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압수수색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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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수색 영장은 수사의 신호탄이다.
1차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2차 압수수색을 나가고 추후엔 구속영장까지 청구된다.
차장검사를 지낸 한 변호사는 "사법농단 이후 수사에서 압수수색 영장 발부가 까다로워졌다고 느낀 기억이 있다"고 했다.
즉 엄격한 심사를 거쳤음에도 수사할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되기에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됐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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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수색 영장은 수사의 신호탄이다. 1차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2차 압수수색을 나가고 추후엔 구속영장까지 청구된다. 수사의 단초를 마련하는 수단으로 여겨지다 보니 통상 어렵지 않게 발부됐다고 전·현직 법관들은 말한다. “실체를 확인하려는 것이기에 다른 영장보다 기준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한 전직 법관도 있었고, “수사도 사회에 필요한 제도로, 협조하는 차원”이라고 한 변호사도 있었다. ‘도장찍는 기계’라는 오명이 생긴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법원의 ‘협조’는 지난 2018년 ‘사법농단 수사’를 거치며 기류가 변했다. 당시 검찰이 법원행정처에 대해 200여건의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발부율은 10% 내외였다. 그러자 행정처를 향한 ‘제 식구 감싸기’ 비판이 제기됐다. 이후 법원에서는 “기존에 영장이 남발됐다” “피의자가 되기 전까진 이런지 몰랐다” “압수수색 영장 전반을 살펴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사법농단 의혹을 받은 한 법관은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도 믿을 수 없다”며 영장실질심사에서 호소하기도 했다.
이후 통상적으로 발부돼야 할 것들이 기각 판단을 받은 사례가 늘었다는 게 전·현직 검사들의 설명이다. 차장검사를 지낸 한 변호사는 “사법농단 이후 수사에서 압수수색 영장 발부가 까다로워졌다고 느낀 기억이 있다”고 했다. 검찰도 더 준비했다고 한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청구서에 압수수색 대상 5개를 쓰면, 2개에 대해서는 기각이 나왔다”며 “2차 때 청구서 기재 내용을 증명할 증거자료를 꼼꼼하게 살폈다”고 전했다.
사회적으로 영향을 주는 사건일 경우 검찰도 법원도 더욱 신경을 쓴다고 한다. 실제로 검찰이 최근 청구한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의 압수수색 영장은 30여 페이지다. 통상 중요한 기업 수사의 경우 20여 페이지 정도다. 이례적으로 많은 셈이다. 영장에는 정 실장과 대장동 일당의 유착 관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관계가 언급되는 ‘배경사실’이 자세하게 서술돼 있고 범죄혐의 내용과 증거 또한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특히 이번 압수수색 장소가 국회였다는 점에 전문가들은 주목한다. 국회는 헌법기관이기 때문이다. 영장전담 판사를 지낸 한 변호사는 “민간과 비교했을 때 국회 등 헌법기관에는 법이 부여한 권한과 책임이 있는데, (강제수사는) 이를 침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며 “국회의원 체포도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듯, 엄격하게 (영장을) 심사한다”고 했다. 즉 엄격한 심사를 거쳤음에도 수사할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되기에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됐다는 의미다.
반면 법률가들과는 달리 정치권에서는 “정치보복”으로 사안을 바라본다. ‘정적(政敵) 제거’ ‘정치적 목적으로 없는 죄를 만든다’ 등의 표현이 계속된다.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는 존중돼야 하지만, 그 방어권을 규정한 법마저 무시하는 언행으로 여겨진다. 그저 정쟁의 도구일 뿐이다. 또 그 이해관계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민’도 언급한다. 삼권분립의 한 축인 입법기관이 생존본능과 당리당략에 의해 법을 부정하는 셈이다.
전날 만난 한 부장판사는 “영장 발부와 기각을 놓고 판단이 어려울 때, 기록을 읽고 또 읽는다”고 했다. 불구속 수사의 원칙과 기본권, 수사의 필요성을 놓고 판단이 설 때까지 고민하고 또 한다는 이야기다. 단순 ‘정치보복’이라 여겨지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권력이 아닌 ‘고민스러운 의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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