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인사이트] Fed, 멈춤의 세 가지 필요조건
[머니 인사이트]
2023년 1분기를 매크로 환경의 변곡점으로 판단한다. 미국 중앙은행(Fed)과 인플레이션, 미국 외 지역의 펀더멘털 회복, 재고 순환의 반전을 주요 변수로 본다.
먼저 Fed과 인플레다. 물가 정점 이후 9차례 증시의 1년 성과는 대체로 양호했다. 물가 상승률이 정점을 친 이후 Fed의 금리 인상 중단이 수반됐기 때문이다.
Fed가 금리 인상을 중단하면 시장 금리가 안정을 찾고 위험 자산 투자 심리가 개선되는 형식이다. 시장의 관심은 물가 상승 압력 냉각에 찾아온 경기 침체보다 앞으로 나아질 기대감에 집중됐다.
물론 과거의 일을 현재에 직접적으로 대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처한 환경이 각각의 케이스마다 다를 수 있다. 다만 현재의 환경이 Fed의 금리 인상 중단 시그널이 시장 금리를 안정시킬 수 있는 환경이라면 중단 시그널이 주식 시장에 갖는 함의는 과거와 비슷한 양상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시장 금리가 멈춤 만으로 안정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보는 이유는 포워드 가이던스와 관련이 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이 의사록에서 커뮤니케이션으로 시장에서 긴축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언급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실효 금리 하한(ZLB)에서 추가적인 완화 정책 개입이 어려움에 따라 도입한 비전통적 통화 정책이다. 즉 제로 금리에서 앞으로 장기간 제로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커뮤니케이션으로 시장 자체적으로 더 완화적인 금융 환경을 취하도록 하는 수단이다.
이는 반대로 긴축 국면에선 시장 자체적으로 더 긴축적인 태도를 취하게 한다. 특히 지금처럼 점도표 상향이 계속되는 신임도가 부족한 상황에선 시장이 느끼는 불확실성은 더 크다. 현재 장기 시장 금리와 기준금리가 큰 폭의 차이를 보이는 이유다. 점도표 상향이 멈추는 것만으로 시장이 느낄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미국채 수요 고갈 이슈도 같은 맥락의 이슈라고 본다.
멈춤의 신호는 인플레이션 데이터에서 찾을 수 있다. 7~9월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품목은 식료품·신차·주거비·운송 ·의료 서비스다. 그중 핵심 물가에서는 신차와 주거비의 비율이 가장 높다.
이에 따라 신차·주거비 완화 압력이 가시화된다면 시장은 재차 핵심 물가의 정점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할 것이다.
주거비 압력은 완연한 둔화를 시사하고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주거비지수 내 월세와 집주인의 거주비를 월세처럼 환산한 지표인 OER은 전미주택가격지수에 11개월 후행하고 임대료 지수(Zillow Rent Price)에 6개월 후행(0.688, 0.911)한다. 임대료지수는 렌트비와 8개월 시차를 두고 0.85의 상관성을 띠기도 한다. 금리 수준이 높아 주택 경기에 급격한 반전을 생각하기 힘든 환경이기 때문에 대리 지표의 완화는 CPI에 시차를 두고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전미주택가격지수는 5월 임대료지수가 3월께 정점을 이뤘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연말~1분기에는 정점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말까지는 핵심 물가 압력에 대해 시장의 파열음은 계속될 수 있지만 ‘기저 효과+주거비 반영’ 시차를 고려할 때 2023년 1분기 말에는 정점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신차는 올해 2분기 이후 서브프라임 등급 기준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곧 자동차 대출 기준의 강화로 연결돼 자동차 수요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낮은 인센티브, 받기 어려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에 늘어나는 자동차 대출 연체율과 강화된 대출 기준 등은 비싼 가격으로 인한 수요의 구축 가능성이 큰 환경을 암시한다. 최근 자동차 기업의 주가 약세도 이러한 환경을 반영하는 중이라고 본다.
따라서 올해 말~2023년 1분기 핵심 품목들의 상승 압력 완화 시그널과 인플레이션 정점의 확인으로 2023년 2월 마지막 금리 인상을 끝으로 3월 금리 인상의 멈춤을 예상한다.
②‘미국 외’ 지역의 회복
미국과는 논외로 미국이 아닌 지역들의 펀더멘털 회복도 한국 증시 회복의 필요조건이다. 한국 수출의 관점에선 미국의 경기보다 미국 외 지역의 경기, 수입 수요 약화가 더 문제다.
펀더멘털 악화는 Fed 긴축과 맞물려 환 약세, 수입 물가 상승, 취약 기업 신용 위험, 국가 파편화 이슈로 연결되고 있다. 어딘가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미국 긴축과는 별개로 미국 외 지역의 펀더멘털 반전이 필요하다.
유럽의 에너지와 중국 봉쇄 중 예측 가시성이 높은 이슈는 에너지 부문이다. 가스 가격 안정화 대책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에너지 위기에서 가격 안정화는 반전의 필요조건이다. 본질적인 불확실성 해소는 결국 공급의 안정화가 필요하다. 현재의 재고 수준이 겨울철 러시아의 파이프 천연가스(PNG) 셧다운 시나리오에선 쇼티지를 걱정해야 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에너지 수급의 반전을 2023년 1분기 내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수요 감축 정책이 2023년 3월까지여서 3월 이후부터는 산업 피해가 경감될 수 있고 같은 해 3월 늦깎이 한파의 유무가 확인되고 3월 이후부터 연간 수요 10%의 PNG와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망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유럽은 지난 8월부터 자발적 천연가스 수요 감축 체제에 돌입했다. 주요국 산업 부문에서 가동률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이유다. 해당 정책은 2023년 3월까지 계속될 예정인데 그 이후 산업 부문부터 영업 환경이 개선될 수 있다.
해당 정책이 3월까지인 이유는 3월 늦깎이 한파가 천연가스 수급에 가장 큰 리스크이기 때문이다. 천연가스 특성상 일정 수준 이하의 재고 수준에선 압력으로 인해 재고 추출의 효율성이 낮다. 이 때문에 2023년 2월까지 겨울철 가스 재고가 어느 정도 소진된 상황에서 3월 늦깎이 한파가 닥쳤을 때 재고 수준이 40% 미만이고 유동성이 부족하면 에너지 공급의 위기가 발현될 수 있다. 날씨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2023년 3월 직접 확인해야 하는 시간의 이슈다.
그리고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올해 4분기부터 2023년 1분기까지 유럽의 천연가스 공급 인프라는 LNG와 PNG가 확충된다. 확충 규모는 연간 수요의 10%, 겨울철 변동 수요의 50% 정도로 3월 이후 온화한 기후에서 가스 공급에 대한 걱정을 낮출 만한 수준이다.
③재고 순환의 변곡점
유가증권시장의 연간 수익률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변수는 한국 제조업의 출하 재고 사이클이다. 출하(수요)와 재고가 수요와 공급 환경을 대변하고 가격(P)과 판매량(Q)에 대한 정보를 직접적으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의 출하·재고 사이클은 반도체 출하·재고 사이클이 주도한다. 한국의 사이클을 분석할 때 IT·반도체 업종으로 축소해도 무방하다. 유가증권시장의 시가 총액 비율이 가장 높다는 점에서 시장에 대한 시사점도 동일하다.
반도체 재고 순환의 변곡점을 거시 경제 모형의 관점과 통계적·경험적 관점에서 1분기라고 본다.
거시 경제 모형은 매크로 상황이 반도체 재고 순환 변화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해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거시 경제 변수 18가지를 요인 분석으로 금리·경기·심리·대외 요인으로 분해한 후 재고 사이클에 대입하면 상관관계는 0.77을 보인다. 반도체 재고 사이클의 결정적 변수를 매크로 부문이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해당 지수의 턴어라운드를 통해 재고 사이클의 동선을 예측해 볼 수도 있다.
재고 사이클은 발표 시기가 늦지만 해당 지수는 서베이와 가격 지표로 구성돼 있어 실제 지표의 발표 시기보다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수에는 Fed와 인플레이션·환율 등 앞서 언급한 매크로 요소들도 모두 포함돼 있다. 2023년 1분기 Fed와 인플레이션·유럽 경기의 반전과 함께 반도체 매크로 팩터의 반전도 엿볼 수 있다.
경험적 관점에서도 변곡점은 1분기를 가리킨다. 반도체 재고 사이클은 하락 사이클에서 평균 16개월의 기간 동안 160%의 재고 증가를 수반했다. 현재는 14개월간 재고가 86% 증가했다. 최근 5개월간의 추세를 현 사이클에 대입하면 4개월 후에는 재고 증가 폭이 160%에 가까워진다.
이종빈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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