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스라인 사라진 '이태원 참사' 현장…"차마 못 지나가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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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그만 길이 이래 돼 있나이거 참, 와보니까 마음이 아파."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3일 만에 사고 현장에 설치됐던 폴리스 라인이 사라졌다.
사고 현장에서 들리는 건 고요한 적막과 바람 소리뿐이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이날 오전부터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 해밀톤호텔 옆 골목길 일대 현장 정리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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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남짓 통행, 멀리서 바라보기만
"위에서 직접 보니 경사가 심해" 흐느껴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이 조그만 길이 이래 돼 있나…이거 참, 와보니까 마음이 아파.”
까맣게 얼룩진 바닥, 문 닫은 상점들, 조용한 바람 소리.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3일 만에 사고 현장에 설치됐던 폴리스 라인이 사라졌다. 11일 오후 1시 52분쯤 폴리스 라인이 철수한 자리는 휑한 모습이었다. 경찰 통제가 사라지며 전처럼 거리를 오갈 수 있게 됐음에도 섣불리 시민들은 골목길에 진입하지 못하고 여전히 입구 앞에서 멍하니 사고 지점을 바라봤다. 사고 현장에서 들리는 건 고요한 적막과 바람 소리뿐이었다.
폴리스라인이 사라졌지만 골목을 오가는 사람은 10명 남짓이었다. 검은 상복을 입은 한 남성은 골목 한가운데 앉아 눈을 감고 손을 모은 채 추모를 하기도 했다. 그의 앞엔 고인들의 명복을 비는 국화 바구니가 놓였다.
사고가 발생한 삼거리 골목에 들어선 시민들은 연신 말을 잇지 못하며 눈물을 보였다. 딸과 사고 현장에 처음 온 최모(59)씨는 “걸어오는데 경사가 좀 있어서 마음이 너무 아프더라”며 흐느껴 울었다. 그는 “코로나19도 풀리고 그동안 축제도 못하고 놀 데도 없어서 젊은 친구들이 많이 나왔던 것 같다”며 “사고 자체가 너무하다”고 했다.
뒷골목에서 물러나 사고 지점을 살펴보던 고모(28)씨는 “통제돼 있다고 들어서 돌아왔는데 폴리스라인이 없어졌더라”며 “근데 저곳을 못 지나가겠다”고 말했다. 친구와 사고 현장에 처음 온 정우건(79)씨는 “직접 사고 지점에서 보니까 지형적으로 사고가 발생할 수 밖에 없었겠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폴리스 라인이 해제되면서 주변 인근 상인들은 다시 장사를 시작했지만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였다. 사고가 발생한 골목길에 위치한 가게들은 여전히 불이 꺼졌고 뒷골목에 있는 타파스바, 타로가게, 술집 등 일부 가게들만 영업을 재개했다.
조민정 (jju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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