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스라인 사라진 '이태원 참사' 현장…"차마 못 지나가겠어요"

조민정 2022. 11. 1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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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그만 길이 이래 돼 있나이거 참, 와보니까 마음이 아파."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3일 만에 사고 현장에 설치됐던 폴리스 라인이 사라졌다.

사고 현장에서 들리는 건 고요한 적막과 바람 소리뿐이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이날 오전부터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 해밀톤호텔 옆 골목길 일대 현장 정리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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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만에…11일 오후1시52분 폴리스라인 철수
10명 남짓 통행, 멀리서 바라보기만
"위에서 직접 보니 경사가 심해" 흐느껴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이 조그만 길이 이래 돼 있나…이거 참, 와보니까 마음이 아파.”

까맣게 얼룩진 바닥, 문 닫은 상점들, 조용한 바람 소리.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3일 만에 사고 현장에 설치됐던 폴리스 라인이 사라졌다. 11일 오후 1시 52분쯤 폴리스 라인이 철수한 자리는 휑한 모습이었다. 경찰 통제가 사라지며 전처럼 거리를 오갈 수 있게 됐음에도 섣불리 시민들은 골목길에 진입하지 못하고 여전히 입구 앞에서 멍하니 사고 지점을 바라봤다. 사고 현장에서 들리는 건 고요한 적막과 바람 소리뿐이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골목길에 설치된 폴리스라인이 사라지고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이날 오전부터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 해밀톤호텔 옆 골목길 일대 현장 정리에 들어갔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오늘 폴리스라인을 해제하고 청소한다고 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각종 쓰레기 등이 있던 골목 주변을 청소하고 최종 유류물 확인을 마쳤다.

폴리스라인이 사라졌지만 골목을 오가는 사람은 10명 남짓이었다. 검은 상복을 입은 한 남성은 골목 한가운데 앉아 눈을 감고 손을 모은 채 추모를 하기도 했다. 그의 앞엔 고인들의 명복을 비는 국화 바구니가 놓였다.

사고가 발생한 삼거리 골목에 들어선 시민들은 연신 말을 잇지 못하며 눈물을 보였다. 딸과 사고 현장에 처음 온 최모(59)씨는 “걸어오는데 경사가 좀 있어서 마음이 너무 아프더라”며 흐느껴 울었다. 그는 “코로나19도 풀리고 그동안 축제도 못하고 놀 데도 없어서 젊은 친구들이 많이 나왔던 것 같다”며 “사고 자체가 너무하다”고 했다.

뒷골목에서 물러나 사고 지점을 살펴보던 고모(28)씨는 “통제돼 있다고 들어서 돌아왔는데 폴리스라인이 없어졌더라”며 “근데 저곳을 못 지나가겠다”고 말했다. 친구와 사고 현장에 처음 온 정우건(79)씨는 “직접 사고 지점에서 보니까 지형적으로 사고가 발생할 수 밖에 없었겠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폴리스 라인이 해제되면서 주변 인근 상인들은 다시 장사를 시작했지만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였다. 사고가 발생한 골목길에 위치한 가게들은 여전히 불이 꺼졌고 뒷골목에 있는 타파스바, 타로가게, 술집 등 일부 가게들만 영업을 재개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골목길에 설치된 폴리스라인이 사라진 자리에서 한 시민이 추모하고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조민정 (jju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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