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 미분양 PF 보증 신설 두고… 건설업계 “공정률 기준 완화 논의돼야”
“공정률 기준을 완화해야 효과가 있습니다. 아니면 비슷한 제도가 이미 있어요.”
정부가 5조원 규모의 미분양 주택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보증을 신설한 것에 대해 건설업계에서는 PF대출 보증기준의 하나인 공정률 기준이 완화돼야 효과가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날 정부는 준공 전 미분양이 발생해 유동성 부족으로 공사 중단 등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가 늘어나자 별도의 보증상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준공 전 미분양 사업장에 대해서도 PF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증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다만 분양가 할인 등 미분양 해소를 위한 건설사업자의 자구노력이 있을 경우에 한해 보증을 지원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국토부는 내년 2월 중 국민주택기금 운용계획을 변경하고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보증 한도·요율 등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공사들은 정부가 발표한 신규 PF 대출 보증 신설 내용이 결국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현재도 실시하고 있는 ‘후분양 대출보증’과 동일하다고 보고 공정률 기준이 완화돼야 정책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HUG의 후분양 대출보증은 주택 사업자가 공정률 60% 이후에 분양하는 후분양을 할 때 대출에 대한 보증을 지원하는 제도다. 또 선분양 하기로 했던 사업장에 미분양이 발생했을 때에도 후분양 대출보증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공정률이 30% 이상인 사업장에 한정된다.
건설업계에서는 전날 정부가 발표한 준공 전 미분양 사업장에 대한 PF 대출도 비슷한 구조 받을 수 있도록 HUG가 보증을 지원한다는 미분양 대책이 이와 비슷한 구조로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공사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발표는 기다려봐야 하지만, 의견 청취 등의 과정이 따로 없는 걸로 봐선 현재 기준에 준해 대책이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그런데 공정률 30% 이상 사업장으로 한정해서는 건설사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공정률 30% 이상은 골조공사 50%에 해당하는 수준인데 분양은 통상적으로 착공 후 바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30% 이상으로 공정이 진행돼야만 보증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는 미분양 상황에서 최소 1년 6개월은 더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요즘처럼 자금이 돌지 않는 때에 건설사에겐 치명적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정률 30%라고 하면 최소한 공사기간은 1년 반”이라며 “착공 이후 미분양이 많은 단지는 그때까지 공사 기간을 가져갈 수 있는 곳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한주택건설협회는 보증대상 사업장의 공정률을 현행 30%에서 10~15%까지 단축시켜달라고 요구해 왔다. 공정률 10~15% 수준은 토목공사가 완료(6개월 소요)되는 기간이거나 지하층 골조공사(9개월 소요)가 완료되는 시점이다.
중소 시행·시공사뿐 아니라 대형 건설사 역시 부동산 시장 전체의 안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시행사에서 자금이 잘 융통돼야 시공사 입장에서도 공사비를 받을 수 있고 부동산 시장이 전체적으로 안정될 수 있기 때문에 자금 경색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필요한 기준 완화”라고 덧붙였다.
김형범 대한주택건설협회 주택정책부장은 “미분양 PF보증 신설이 결국 후분양 대출보증과 같은 이야기인데, 앞으로 대책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그동안 업계가 건의해 온 공정률 기준 인하가 함께 논의돼야 업계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률이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PF대출 보증이 이뤄지면 부실 사업장을 거를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PF 대출 보증 자체가 아무 사업장에나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실 사업장을 보증 단계에서도 충분히 거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정률 기준을 낮춘다고 해서 건설사 미분양 해소에 크게 긍정적인 요인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미분양 해소에 대한 직접적인 대책은 아니고 시간 벌어주기 정도의 대책이란 뜻이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연구위원은 “미분양 우려는 해당 지역의 분양 경기 이슈가 크다”며 “공정률 기준 완화를 통해 빨리 PF 대출 보증을 해주는 것은 시점의 차이일 뿐 대출 규모나 분양가 등이 미분양 우려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해 세부 시행방안 논의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성호철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은 “그동안 건설경기가 좋았을 땐 뭘 해도 괜찮았는데, 최근 미분양이 늘어나다보니 이 같은 건의내용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자세한 세부 시행방안은 만들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이런 내용들을 포함해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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