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인플레 둔화에 코스피 급등, 환율 급락···“최종금리 불확실해” 경계심 여전

11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달러 대비 원화 환율 종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예상을 밑돌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면서 국내외 증시가 급등하고 달러·원 환율이 59원 급락했다.

코스피는 11일 전장보다 80.93포인트(3.37%) 오른 2483.16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2월25일(3.5%)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외국인이 약 6914억원, 기관이 약 9916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밀어 올렸다. 개인은 약 1조6630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은 전장 대비 23.44포인트(3.31%) 오른 731.22에 장을 마감했다.

달러·원 환율은 크게 하락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9.1원 급락한 1318.4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10월 CPI가 시장에 훈풍을 불러 일으켰다. 10월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7.7%로, 지난 9월(8.2%)뿐만 아니라 시장 예상치(7.9%)를 밑돌았다.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10월 근원 CPI 상승률은 6.3%로, 이 또한 9월 수치와 시장 예상치(각 6.6%)를 밑돌며 3개월 만에 반락했다.

물가오름세가 둔화하자 시장에선 연준의 긴축 강도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확산했다. 간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가 7.35% 폭등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다우존스 30 산업 평균지수도 각 5.54%, 3.70% 상승했다.

미국 증시의 분위기는 국내 증시로 이어졌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나스닥 지수가 상승해 기술주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네이버·카카오 등 게임·인터넷 업종이 강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날 카카오는 전장 대비 15.55% 폭등한 5만8700원, 네이버는 9.94% 오른 19만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증시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10% 이상 급등한 것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관련주 상승으로 이어졌다. 삼성전자(6만2900원)는 전장 대비 4.14%, SK하이닉스(9만3500원)는 4.94% 올랐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10월 CPI에 대해 물가가 정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다음 달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릴 가능성은 낮아졋다고 본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다음 달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릴 확률은 하루 사이 43.2%에서 14.6%로 줄었다. 반면 0.50%포인트 인상 확률은 56.8%에서 85.4%로 올랐다.

그러나 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에 대해 지나친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 2일(현지시간) FOMC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이미 언급한 만큼, ‘속도 조절’ 자체는 새로운 얘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 지난 10월 에너지 가격과 주거비 등이 오른 것으로 확인돼, 물가가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이 남아있다. 노무라 증권은 “에너지 가격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고 숙박 등 서비스와 식품 가격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10월 CPI에 대한 과대평가는 위험하다”고 말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연준의 최종금리 수준이 아직 불확실하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이 인상 종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12월 FOMC에서 연준이 점도표를 상향 조정하며 최종금리를 예상보다 높일 가능성이 남아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본다면 달러 약세, 원화 강세 움직임을 아직 추세적인 흐름으로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덧붙였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