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웰니스(Wellness)여행이 급부상하고 있다. 웰니스는 웰빙(Well-being), 건강(Fitness), 행복(Happiness)의 합성어로, 건강하고 행복한 상태를 의미한다. 더 나아가 치유와 힐링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게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웰니스와 여행은 지향하는 바가 맞닿아 있다.
웰니스를 품은 정선
도원(桃源). 강원도 정선의 옛 지명이다. 무릉도원으로 불릴 만큼 얼마나 수려하고 멋스러운 풍광을 자아내는지 알 수 있다. 백두대간 중심에 위치한 정선은 천혜의 자연을 간직하고 있다. 울창한 산림과 더불어 맑고 깊은 계곡이 감싼 정선 숙소들은 나무마다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 밤하늘을 수놓은 은하수, 제철 식재료, 고요함, 치유와 힐링, 사람의 온기, 푸근한 인심 등 많은 것을 가졌다. 이런 정선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웰니스’다. 무엇보다도 그 중심엔 사람이 있다.
진정한 휴식은 화려하지 않은 법
정선은 ‘쉼의 요소’에서 알짜만 모아놨다. 맑고 고요하며 다른 곳보다 더 깊고 높고 고립돼 있다. 9개 읍면마다 깨끗한 하천이 마을을 감싸고 굽이굽이 흐르며 여행자들을 반기고 있다. 날 것의 자연 그대로를 품은 정선은 있는 그대로의 온전한 쉼과 사색, 재충전에 집중할 수 있는 더없이 완벽한 장소이다. 쉴 곳은 많다. 깊이 있는 쉼이 있는 곳은 많지 않다.
힐링의 깊이가 다르다. 휴식을 위해 떠났지만 이내 몰려오는 여행객들, 끊임없는 대기, 텅장으로 향한 쇼핑으로 변질된 여행. 소비로는 채울 수 없는 허기가 존재한다. ‘소비’적인 여행에 지친 독자들에게 ‘쉼’을 선사할 장소가 있다. 웰니스 강자로 떠오른 정선 숙소들을 7가지 키워드로 나눠 분석해 소개한다. 스스로 고립을 자처하며 외진 곳에서 치유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정선 숙소들이다.
촌캉스의 정석
촌캉스는 시골에서 보내는 바캉스를 뜻한다. 여행정보지 에코비앤비(Ecobnb)는 앞으로 다소 외진 시골이나 자연을 찾는 여행이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촌캉스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와 자주 거론된다. 도시 생활에 지친 주인공이 고향으로 돌아와 사계절을 자연 속에서 지내며 요리도 하고 치유를 해나가는 힐링 영화이다. 아무도 장르를 정하지 않았지만 입모아 힐링 영화라고 말하는 작품. 인생에서의 ‘쉼’이 주는 메시지를 생각하게 한다.
5060은 시골이 그리워서 가지만, 소위 MZ세대의 촌캉스는 오로지 힐링을 위해 떠난다. 그 출발점이 다르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사실 촌캉스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한 핵심은 숙소이다. 화려하진 않지만 독채와 펼쳐진 자연의 뷰. 대신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는 각종 편의 도구들. 나만의 아지트로 알고 싶은 정선 촌캉스 숙소를 소개한다.
100년 가옥에서 알프스 감성까지, 매화골산촌
매화골산촌으로 가는 길은 오지 탐험을 능가한다. 깊은 곳에 위치한 만큼 고요함이 보장된다. 좁은 길을 따라가면 야생화가 심어진 3만평의 매머드급 둘레길이 펼쳐진다.
매화골산촌은 tvN의 인기 예능 ‘삼시세끼 산촌편’ 촬영지이다. 배우 염정아 윤세아 박소담이 출연해 텃밭에서 나는 재료로 세 끼를 직접 차려 먹으며 시골 생활에 완벽하게 적응해갔다. 이곳은 역사가 꽤 오래됐다. 삼시세끼 배경이 됐던 집은 5대째 이어진 곳으로, 100년이 훌쩍 넘었다.
장인·장모가 살던 산촌집은 현재 사위 윤성용 씨와 막내딸 김정임 씨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오래된 옛집은 카페로 재탄생했다. 부부는 도시에서 일하며 모은 돈으로 펜션 두 채를 세웠다. 유명세를 치르느라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윤 씨 가족들은 격려해주는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으로 곳곳에 꽃들을 심기 시작했다고 한다.
새로 오픈한 민박은 복층 구조로 넓고 쾌적한 분위기를 풍긴다. 숙소 외관은 윤 씨가 스위스 알프스 여행에서 영감을 받아 지었다. 통창으로 햇살 맛집으로 불릴 만큼 채광을 자랑한다.
이곳의 킬링 포인트는 산촌 체험이 가능하다는 것. 직접 낳은 토종닭 알줍기 체험부터 제철 작물 수확을 할 수 있다. 삼시세끼 텃밭에서 30여 가지의 각종 제철 작물 수확이 가능하다. 가을에는 해바라기 씨, 메밀 씨, 도라지, 더덕 등이 있다. 계절 마다 달리 핀 야생화를 보며 산책하기에 좋다.
하루 한 팀만, 머물다가
‘머물다가’는 정선 덕우리 마을에 있다. 덕우리 마을은 배우 원빈 이나영의 결혼식 장소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머물다가’는 40평 독채 숙소로 방 3개와 욕실 2개를 갖추고 있다. 가족 단위로 휴식하기에 좋은 곳이다. 최대 12인까지 수용할 수 있다.
숙소 밖에는 산책하기 좋은 코스가 있어 계곡과 돌다리가 나온다. 돌다리를 넘어가면 원빈 이나영의 결혼식이 치러진 보리밭이 나온다. 계곡까지는 거리가 5분도 채 안 된다.
이곳의 진가는 테라스 겸 바비큐 공간에서 나타난다. 초록뷰가 파노라마로 이어진 모습을 보면 피로가 풀린다. 조식도 힐링 포인트. 텃밭에서 직접 나는 재료로 만들어진 조식을 아침에 제공한다.
이곳 주인 부부는 정선에서 리틀 포레스트의 삶을 실현했다. 부부가 흙집을 공부하며 꿈꾸던 드림 하우스를 갖게 됐고 지금은 텃밭에서 나는 재료들로 요리하며 행복한 노년을 그리고 있다고 한다. 세탁기 등 필요한 생활가전도 모두 갖춰져 있어 장기간 휴식에도 적합하다. 유아 개월 수를 미리 알려주면 보행기, 유아용 침구를 받을 수 있다.
욕조뷰 맛집, 스테이봉정
야외는 잘 가꿔진 너른 정원이 한바탕 뛰어놀고픈 기분이 들게 한다. 사계절이 잘 느껴지는 촌캉스의 야외와 달리 내부는 모던한 느낌이 가득하다. 포토존으로 손색없을 감성 숙소가 바로 눈앞에 있다.
욕실에는 대형 프리스탠딩 욕조가 있다. 호텔 버금가는 고급스러운 감성이 물씬 풍긴다. 초록뷰와 함께 입욕제로 힐링을 경험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아늑한 느낌을 주는 조도가 편안한 휴식을 가능하게 한다. 캡슐 커피 머신부터 로네펠트 티벨롭, 크나이프 입욕제 제공된다. 욕조 착색으로 인해 개인 입욕제는 사용이 불가하다.
옥순봉 비경으로 힐링, 구름사다리펜션
구름사다리펜션은 숙소 내에 구름 전망대라는 곳이 있다. 이름 그대로 구름 명당이다. 옥순경 비경을 병풍 삼아 걷다 보면 절로 힐링이 될만하다. 어릴 적 복층 다락방을 꿈꾸었다면 시골 정취와 함께 꿈을 실현하기 좋은 곳이다.
건물도 그냥 펜션이 아니다. 주인이 직접 설계하고 지은 목조 건물이다. 손수 제작한 가구들로 이루어진 실내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야외 정원에는 그네도 갖춰져 있어 한가롭게 숲멍하기에도 좋다. 숙소 주변 만추를 가득 품은 가을을 느낄 수 있는 트래킹 코스까지 즐겨보자. 이곳이 바로 유유자적 힐링하는 동화같은 곳이다.
동화 속 감성, 스테이 모래불
스테이 모래불은 동화 속에서 볼 듯한 복층 구조 펜션이다. ‘모래불’은 이곳의 옛 지역명이다. 정선 풍경 그대로를 간직한 아우라지로 가는 물줄기가 절경이다. 파스텔톤 외관의 숙소는 목가적인 분위기를 더해준다. 곳곳의 나무와 땔감들은 촌캉스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숙소 내부 시설들은 신식이라 시골이어도 불편함이 전혀 없다. 객실 내에는 최신식 스피커와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커피머신도 갖춰져 있다. 창 밖으로 들려오는 물소리, 지저귀는 새소리, 맑은 공기로 마음속을 정화해보자. 지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여유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