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수상 해기스 감독, ‘강간 피해’ 女에 최소 100억 배상 평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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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캐나다 출신 유명 영화 감독·시나리오 작가인 폴 해기스(69)가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며 민사소송을 제기한 여성에게 최소 750만 달러(약 100억 9800만 원)를 배상하게 됐다고 AP·로이터 통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미국 뉴욕주 맨해튼 연방법원 배심원단은 지난 2017년 헤일리 브리스트(36)가 강간피해를 봤다며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재판에서 “피해자가 심리적, 직업적 피해로 고통을 받았다”며 이같이 평결했다. 배심원단은 징벌적 손해배상 평결을 추가로 할 예정이다. 결과에 따라 배상액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해기스는 ‘밀리얼 달러 베이비’와 ‘007 카지노 로열’의 각본을 썼으며 감독을 겸했던 ‘크래쉬’(Crash)로 2006년 아카데미 각본상, 작품상을 수상했다.

소장에 따르면 해기스는 2013년 1월 한 영화 시사회의 사교 모임이 끝난 뒤 영화 홍보 업무를 하던 브리스에게 집까지 태워주겠다고 제안하며, 자신의 맨해튼 아파트에서 술을 한잔 하자고 초대했다.

브리스트는 (집에 도착한 후) 해기스가 자신이 원치 않는 쪽으로 행동했다며 구강성교를 강요한 데 이어 거부의사를 밝혔음에도 성폭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반면 해기스는 당시 브리스트가 먼저 추파를 던졌다고 반박했다. 잠깐 갈등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그가 먼저 입맞춤을 했고, 완전한 합의 하에 구강성교도 이뤄졌다고 밝혔다. 다만, 성관계까지 이어졌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브리스트는 평결이 내려지자 변호인과 포옹한 뒤 법정을 나서면서 “대단히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후 성명을 통해 “배심원들이 사실을 밝혀내고 나를 믿어준 데 대해 감사하다"고 밝혔다.

브리스트를 대리한 일란 마즈 변호사는 "오늘 정의가 이뤄졌다"며 "헤일리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의 승리"라고 말했다.

반면 이날 성인이 된 세 딸과 함께 법정에 출석한 해기스는 평결에 대해 "매우 실망했다"며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변호인단과 계속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해기스는 미투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된 2017∼2018년 브리스트를 비롯한 4명의 여성으로부터 성폭력 의혹이 공개 제기된 바 있다.

지난 6월에는 이탈리아에서 영국 국적의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돼 16일간 한 호텔에서 가택연금 됐다 풀려나기도 했다. 해기스는 이 때도 해당 여성과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다고 해명했다.

동아닷컴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