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자산 불려주고 노년층 재산 지켜주고 똘똘한 퇴직연금 T가 나네

김정범 2022. 11. 1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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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는 30대 공무원 지소민 씨(가명)는 지난해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를 만들어 매달 적립식으로 연금상품에 투자하고 있다. 공무원 연금만으로는 노후를 충분히 대비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산배분이 쉽지 않다고 보고 은퇴시점에 맞게 알아서 자산군을 조정할 수 있는 연금상품에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며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올해도 700만원을 불입해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퇴직연금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특화된 연금상품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타깃데이트펀드(TDF), 타깃인컴펀드(TIF), 타깃리스크펀드(TRF) 등 '3T' 연금상품이 피난처로 부각되고 있다. 해당 상품의 순자산 규모도 급격히 커지며 2년 새 약 2배가 됐다.

비슷한 이름의 세 상품은 '목표'가 다르다. TDF의 경우 목표 시점(date)을 중요시한다. 은퇴까지 오래 남은 사람의 경우엔 주식 등 위험자산에 더 많이 투자하는 식이다. TIF는 은퇴 이후 손에 쥐는 수익(income)을 일정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다 보니 투자상품의 위험도 등은 운용사가 알아서 조정한다. TRF는 위험(risk)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다 보니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투자 비중을 미리 정하고 이에 따라 운용하는 식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TDF와 TIF가 주를 이루고 있다. 증권사 등 판매처에서는 흔히 은퇴시점이 많은 남은 고객에겐 TDF를 추천하고 조만간 은퇴해야 하는 고객에겐 TIF를 우선적으로 추천하고 있다.

11일 제로인 펀드닥터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기준 TDF·TIF·TRF의 순자산총액은 11조5852억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 10월 순자산 규모가 6조1649억원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2년 새 두 배 가까이 커진 것이다. 특히 공모펀드 자금 유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성장한 것이라 더욱 이목을 끈다.

전체 규모는 TDF가 크지만 성장세는 TIF가 더 빠르다. 2017년 처음 등장한 TIF는 지난달 말 기준 전체 순자산총액이 8064억원이다. 이 중 미래에셋자산운용이 7298억원을 차지하며 사실상 독주하는 모양새다. TIF는 은퇴자금이 소진되는 것을 최대한 늦추는 자산배분을 목표로 한다. 노후 대비 자산을 최대한 지킬 수 있도록 변동성을 줄이는 것이다. 일례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TIF 알아서 펀드는 꾸준한 수익을 창출해 매년 원금의 4% 정도를 받아 사용하더라도 30년 뒤 원금의 80% 정도는 남아 있도록 설계한다.

은퇴시기에 맞게 위험 및 안전자산 투자 비중을 조정해주는 TDF는 이미 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섰다. TDF는 이미 '3T' 상품 중 가장 규모가 크지만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시행으로 더 빠르게 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TDF에는 2030, 2040, 2050 등 숫자가 따라붙는데 이는 목표 은퇴시점, 즉 2030년, 2040년, 2050년을 뜻한다. 은퇴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채권 비중은 높이고 주식 비중은 낮추는 식이다.

시기에 따라 주식과 채권 비중이 달라지는 TDF와 달리 TRF는 주식과 채권의 비율을 투자 시점부터 정할 수 있는 펀드다. 이 시장에서는 삼성자산운용이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기일수록 장기·분산투자라는 투자 철학을 바탕으로 연금상품을 통해 장기 수익률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영진 한화자산운용 개인솔루션본부장은 "20·30대는 적극적으로 자산을 증식시키고 은퇴 이후에는 변동성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며 "모아놓은 자금을 유지하면서 매월 월급처럼 일정 금액을 수령하는 투자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금상품은 장기 투자 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가령 한국투자신탁운용의 TDF알아서2050의 경우 3년 수익률이 약 27%를 기록했다. 자산운용업계에선 고령 인구가 늘어나면서 은퇴 이후를 대비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 각광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손수진 미래에셋자산운용 WM연금마케팅부문 본부장은 "인구구조 측면에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들은 얼마의 수익률을 내느냐보다는 은퇴 이후 소득이 얼마나 발생하는지에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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