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반도체 배터리株 … LG 살까, 삼성 살까

문일호 2022. 11. 11.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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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대해부

외국인 투자자들이 올 4월 이후 전기차 배터리 주식을 폭풍 매수하면서 이 종목들을 '제2의 반도체'로 지목하고 있다. 중국산 배터리를 사실상 금지시키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한국산 배터리 3대장이 선택지로 떠오른다. 여기에 환율 효과로 이들 3개사의 3분기 매출까지 대박을 치고 이들 주가가 시장(코스피)과 정반대로 가면서 휘파람을 불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월 1일 이후 11월 8일까지 국내 상장사 중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은 LG에너지솔루션(2조1706억원)이다.

그다음 순매수 2위 종목 역시 배터리 관련주인 삼성SDI로, 순매수 금액이 1조5959억원이다. 배터리 자회사 SK온을 품고 있는 SK이노베이션(4329억원)까지 포함하면 외국인은 이들 3대장을 4조1994억원어치 사들였다.

이달 순매수로 돌아섰지만 4월 이후 삼성전자를 7조2528억원이나 순매도한 것을 감안하면 외국인은 'K배터리'에 올곧이 베팅하는 모습이다. 2017년 중국이 사드 보복에 따라 K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당시 LG화학과 삼성SDI는 전기차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존재감이 없었다. 2019년 중국이 보조금 빗장을 일부 풀었지만 CATL 등 중국 내 기업이 급성장했다.

중국 시장에서 손실을 보며 버티던 삼성SDI는 2021년 중국 우시와 창춘의 배터리 공장을 모두 청산하며 배터리 팩 사업에서 완전 철수하기에 이른다. 그사이 중국 CATL은 탄탄한 내수를 바탕으로 전 세계 '배터리 왕' 자리를 굳혔다. 이 중국 회사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중심으로 하는데 K배터리 주력인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값이 싸고 화재 위험이 낮은 편이다. 하지만 올 들어 상황이 180도 변하기 시작했다. 중국 LFP 배터리에서도 화재가 자주 발생한 데다 K배터리 대비 무겁고 출력이 떨어진다는 약점이 부각됐다.

특히 미국이 배터리 공급망에서도 중국 업체들을 쫓아내기 위해 IRA를 내놓은 것이 결정타가 되고 있다.

IRA의 핵심은 중국에서 생산된 소재나 부품을 사용한 제품은 미국의 보조금이나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가솔린차와 달리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전기차는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판매 부진이 불 보듯 뻔하다. 눈치 빠른 글로벌 투자자금은 중국에서 빠져나간 뒤 한국으로 들어오고 있다. CATL 주가는 올 들어 이달 8일까지 28% 하락했다.

반면 국내 배터리 대장주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같은 기간 16.4% 상승했다. 삼성SDI 주가도 12.3% 올랐다. 두 기업 모두 외국인 매수세가 몰린 덕분이다. 3분기 깜짝 실적도 외국인 매수세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이번 분기엔 강달러로 매출 증가 효과가 예상됐지만 리튬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익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LG에너지솔루션 매출은 작년 3분기보다 90% 늘어난 7조6482억원, 영업이익은 3728억원 적자에서 5219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매출에서 원가를 빼고, 이를 다시 매출액으로 나눈 매출총이익률은 18.3%다. 배터리사는 원가 부담이 커 매출총이익률을 수익성 지표로 삼는다.

이처럼 LG에너지솔루션이 이익률을 방어한 것은 인상된 원자재 가격을 배터리 가격에 반영했다는 의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매출 목표를 25조원으로 제시했다. 작년엔 17조8000억원이었다.

이 같은 자신감은 LG에너지솔루션 고객사인 테슬라 폭스바겐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등에 보낼 배터리 물량에 깔려 있다. 올 1~9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누적 에너지량(중국 제외·SNE리서치 기준)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43.7기가와트시(GWh)로, 전 세계 점유율 1위(30.1%)다.

2위는 중국 CATL(18.9%)이며 SK온(14.6%), 삼성SDI(11.3%) 등이 뒤를 따른다. 1GWh는 전기차 1만5000대분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다는 뜻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향후 점유율을 더 높이기 위해 북미 지역에 테슬라와 맞먹는 규모의 공장 신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지금까지 밝힌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지역 배터리 공장 규모는 255GWh에 달한다. 직접 짓거나 GM, 일본 혼다 등과 합작한 공장이 포함된 수치다.

반면 삼성이 계획하고 있는 북미 공장 규모는 33GWh에 그친다. 헝가리 등 유럽 공장에 주력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른바 '패스트 폴로어'(빠르게 쫓아가는 2인자) 전략을 고수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SDI 역시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소형 배터리·전기차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안정적 성장을 추구한다. 소형 배터리와 ESS가 수익을 어느 정도 보장해주기 때문에 삼성SDI의 3분기 매출총이익률은 21.9%로 LG에너지솔루션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삼성SDI는 이 같은 안정적인 수익성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연구개발(R&D)에 주력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 삼성은 5147억원을 R&D 투자비로 쓰면서 매출 대비 비중(R&D 집중도)이 5.9%에 달했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3874억원·4.0%)보다 높은 수치다.

두 회사가 상반기에 배터리 연구에만 1조원을 쓴 셈이다. 향후 배터리 업체 주가는 미·중 관계와 전기차 판매 실적이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이나 민주당이나 '미국 우선주의'로 중국에 대한 견제를 지속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어서 현 상황이 K배터리 주가엔 우호적이라는 평가다. 무엇보다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핵심 부품이다.

테슬라 등 전기차 모델들이 소비 위축으로 잘 안 팔리면 배터리 업체들도 가격을 올리기 어려워져 실적이 추락한다. 반대로 올해와 같은 불황에도 테슬라 전기차가 잘 팔리면 배터리주는 덩달아 높은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

배터리가 포함된 코스피 전기전자 업종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2.2배 수준인데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예상 실적 기준 PER는 150배가 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미·중 관계가 나쁘지 않았던 2021년에는 CATL의 PER가 150배 수준이었는데 올해 상황이 돌변하자 LG에너지솔루션이 CATL 자리를 꿰찬 셈이다.

삼성SDI의 PER는 27.1배로 업종 평균보다 높은 반면 SK온의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은 5.9배로 저평가돼 있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외에도 정유·화학 등 에너지 비중이 높은 데다 향후 자회사 SK온이 별도 상장될 예정인 것을 감안해야 한다.

[문일호 엠플러스센터 증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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