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보상, 선진국이 나서라”

2022. 11. 1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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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한국도 역할 다해야”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기후총회)가 지난 11월 6일 이집트 휴양지 샤름 엘 셰이크에서 개막해 전체 일정의 중반을 맞았다. 유엔 기후총회 시작 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기후변화가 유발한 ‘손실과 피해’ 문제를 공식 의제로 채택했다. 기후위기를 초래한 책임은 가장 적지만, 피해는 가장 크게 보고 있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선진국의 책임 있는 보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런 압박 속에 미국과 유럽의 일부 나라가 ‘공정한 에너지 전환’과 ‘손실과 피해’ 기금 등의 명목으로 적지 않은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필요한 자금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차관이 아닌 공여 형태로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요구도 크다. 자금 지원 규모와 방식, 기후위기를 초래한 법적 책임 인정을 두고 선진국과 개도국 간 견해차가 쉽게 해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11월 8일(현지시간)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기후정의 외친 개도국 “지원 말고 보상”

기후정의는 기후변화에 책임이 있는 자와 주된 피해를 받는 자가 일치하지 않으며,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 사람들이 더 큰 책임을 지는 것이 정의에 부합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는 선진국과 개도국 등 국가 간에는 물론, 한 국가 안에서도 빈부의 격차에 따라, 세대 간에도 기후변화의 책임이 달라야 함을 뜻한다. 온실가스의 국가별 누적 배출량을 보면 누가 큰 책임을 져야 하는지 뚜렷이 드러난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과 그 원인을 정량화하는 연구기관인 글로벌 카본 프로젝트에 따르면 1750년 이후 2020년까지 전 세계가 배출한 이산화탄소 누적배출량은 1조6965억t인데 미국이 1위(4167억t·24.6%), 중국이 2위(2355억t·13.9%), 러시아가 3위(1153억t·6.8%)이고 그 뒤를 독일, 영국, 일본 등이 따르고 있다. 글로벌 남반구(개도국)로도 불리는 아프리카와 남미의 누적배출량 비율은 각각 2.88%, 2.62%로 낮다.

이번 COP27의 주요 의제는 3가지다. 정의로운 전환 원칙이 반영된 탈화석연료 논의와 선진국들의 개도국 재정지원 및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에 대한 보상 문제 등이다. 기후정의와 연관된 문제들이 전면에 나선 것은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직접 겪기 시작한 국가들의 목소리가 공감대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중순 파키스탄은 대규모 홍수로 국토의 3분의 1 정도가 잠겼다. 올해 40년 만의 최악의 가뭄을 겪은 케냐에선 가축 250만마리가 폐사했다.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는 COP27 정상회의 이틀째였던 지난 11월 8일(현지시간)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불가능하다. 우리에게 다른 지구는 없다”며 신속한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했다.

화석연료 가격 상승으로 떼돈을 번 에너지 기업에 ‘횡재세’를 물려 기후 대응 재원으로 써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카리브해 섬나라 앤티가 바부다의 개스턴 브라운 총리는 “그런 기업들의 이익에 탄소세를 부과해 ‘손실과 피해’를 보상하는 기금의 원천으로 활용해야 할 때”라며 “화석연료 생산 기업은 인간 문명을 대가로 터무니없는 이득을 챙겼다”고 비판했다.

일부 모범을 보이는 선진국들도 있다. 덴마크는 지난 10월 ‘손실과 피해’ 기금으로 1300만달러(약 180억원)를 약속했다. 오스트리아도 11월 8일 기후변화로 손실과 피해를 본 개발도상국을 위해 5000만달러(약 700억원)를 내놓기로 했다. 개도국들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자신들이 피해자인데도 스스로 기후변화 대응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부조리한 상황에 있다고 지적한다. 선진국의 지원이 대부분 차관 형식이라 개도국을 부채의 덫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미국과 영국, 프랑스·독일 등 유럽연합(EU)은 지난 11월 7일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85억달러(약 11조8000억원)를 지원하는 ‘공정한 에너지 전환 협력’(Just Energy Transition Partnerships) 계획을 발표했는데 공여(3억3000만달러)는 전체 자금 중 4%에 불과하다.

“평화 없인 효과적 기후정책 불가”

경제성장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역동적으로 달라진다는 점에서 책임을 누구에게 지울지는 늘 논쟁의 대상이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적 합의를 어렵게 만들기도 했다. 일례로 중국은 개도국이라고 해도 현재는 연간 배출량이 106억t(30.65%)에 이르는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이다. 반대로 영국은 1882년까지 세계 누적 배출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지만 2020년 연간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95%로 떨어졌다.

한국도 지금까진 개도국으로 분류돼 기후변화 대응에 무임승차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젠 역사적 배출량과 경제 규모에서 기존 선진국 못지않은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가 됐다.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는 “그래서 최근엔 유엔을 중심으로 기후협약 상의 용어를 바꿔야 한다는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면서 “선진국·개도국으로 분류하지 않고 주요 경제국과 나머지 국가들로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탈화석연료 흐름에 제동이 걸린 것도 주요 의제가 됐다. 부국들이 에너지를 선점하는 사이, 빈국은 높은 에너지 가격을 감당해야 하고, 그나마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값싼 화석연료로 돌아가는 경향도 보인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러시아의 가스와 원유 수입을 제재하면서 유럽이 이를 대체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LNG(액화천연가스)를 사재기하고 있다. 저개발 국가들, 최빈국이 현물 LNG를 아예 사지 못하는 상황이 앞으로 4년 정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빈국은 가스 발전이 중단되면서 정전 피해를 겪거나 겨울철 난방을 하지 못하는 피해를 입고 있다. 몇달째 정전 사태를 빈번하게 겪는 스리랑카가 대표적인 피해국이다. 석 전문위원은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피해뿐만 아니라 당장의 에너지난에서도 그 최대 피해자는 모두 최빈국”이라면서 “지정학적 문제는 기후변화랑 아무 상관 없어 보이나 앞으로 수년간 기후변화 정책을 엉망으로 만들 수 있어서 전쟁을 종결시키려는 세계 각국의 노력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COP27 정상회의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평화 없인 효과적인 기후정책이 있을 수 없다”면서 “기후변화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려면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전쟁으로 인한 산림파괴를 강조하기 위해 COP27 자국 전시관에 러시아제 포탄 파편이 박힌 통나무를 전시하기도 했다.

기후총회는 오는 11월 18일까지 이어진다. 기후변화에 책임이 가장 큰 10대 온실가스 배출국 지도자 중 9명이 불참했다. 회담의 성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주진 대표는 “선진국이 약속했던 기후대응 기금이 많이 모이지 않은 상태인데, 그 사이 개도국의 취약계층이 제일 먼저 피해를 입고 있다”면서 “이번 총회에서 기후변화 대응 정책과 보상체계를 정확히 짚고 가는 실질적 논의가 있어야 하고, 한국도 녹색기후기금을 유치한 국가로서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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